▲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즈>는 백세희 작가의 사망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습니다.
스트레이츠 타임즈
기사 제목을 보면서 두 가지 이유로 당황했습니다. 백세희 작가의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작가가 앓았던 기분부전장애와 불안장애를 의사와 상담하면서 극복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책은 한국에서만 60만 부가 팔렸고, 25개국에 수출된 '메가 히트' 작입니다. 이 책을 읽은 같은 처지의 많은 독자들이 적극적으로 상담에 나서는 등,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쳤습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슬프기 이전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독자의 한사람으로서 그가 오랫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거든요.
두 번째로 당황한 이유는 그의 사망 소식을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가 이처럼 크게 보도하는 모습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진 작가고 그의 책이 번역되어 외국에도 소개된 작가이긴 하지만 한국 작가의 사망 소식을 외신을 통해 보는 게 저로선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는 모르고 있었지만 한국 문학은 이미 싱가포르에서도 큰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있었습니다. 부고 기사 하단에는 백세희 작가가 그 전에 싱가포르에 와서 한 언론 인터뷰와 그의 책 출간 소식을 전하는 기사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싱가포르 작가 축제에 참석한 백세희 작가 앞에 그의 책에 서명받으려는 싱가포르 독자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백세희 작가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한 권의 성공을 넘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스펙트럼'이 놀라울 정도로 넓어졌음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K-팝, K-드라마가 '엔터테인먼트'라는 외적이고 시각적인 영역에서 한국을 전 세계에 알렸다면, 백세희 작가의 책은 지극히 내적이고 사적인 영역에서 세계인의 '감성 코드'를 건드린 것입니다.
물론 싱가포르 독자들이 백세희 작가 한 사람에게만 관심을 두는 건 아닙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는 싱가포르의 모든 서점 입구에는 <소년이 온다>가 배치되어 있었고, 지금도 아시아 문학 코너에 주요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백세희 작가에 대한 지대한 관심은 한강 작가의 책이 노벨상이라는 후광을 업고 외국에 한국 문학이 소개된 드문 경우가 아니라, 한국의 책이 어느새 세계인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일간지에서 보는 한국 작가의 부고 기사는 제게 놀라움과 동시에 무언가 '시대의 변화'를 목격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K-팝, K-드라마, K-푸드 뿐만 아니라 K-문학을 포함한 한국 문화가 이제 싱가포르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특정 장르의 유행'을 넘어 '일상화된 관심사'로 자리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일상화된 관심사'의 변화는 미디어가 한국 문화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에서도 뚜렷이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한류' 현상을 다룰 때, 주로 경제적 파급 효과나 문화 현상으로서의 일시적 열기를 강조하는 보도가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싱가포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한국 문화를 단순히 '인기 있는 트렌드'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K-드라마의 성공을 다룰 때도 제작 과정의 세밀함이나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에 주목하고, K-푸드 관련 기사에서는 레시피나 식재료의 지역색을 깊이 있게 다루며, 문학의 경우는 작가의 내면적 고찰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을 비평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이는 한국 문화가 이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전 세계 독자나 시청자들의 지적 탐구와 공감대 형성의 대상으로 진입했음을 의미합니다.
끝으로, 백세희 작가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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