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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영장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고인께 올린 국화꽃 (자료사진)
김민석
50대인 고인의 사인은 심장 질환이었습니다. 이른 나이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된 이유는 거기에 있는 듯했습니다. 근로 능력을 상실할 정도의 지병이 있지 않으면 65세 전에 수급비를 받기는 힘든 일이니까요. 가족으로는 어머님 한 분이 계셨는데, 고령에 장애가 있어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내용이 위임서에 적혀있었습니다.
장례 일정이 잡히자마자 위임서 속 어머님의 연락처로 부고 문자를 보냈습니다. 잠시 후 어머님의 답장이 돌아왔습니다. 영정으로 쓸 사진이 어린 시절에 찍은 것밖에 없는데 괜찮냐는 물음이었습니다. 괜찮으니 보내달라고 답하자 어머님은 흑백 사진 한 장을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어린아이 셋이 함께 찍은 사진이었는데, 고인은 맨 왼쪽의 키가 가장 큰 소년이었어요.
장례 당일에 만난 어머님은 빈소의 문지방을 넘어서기 전부터 울고 계셨습니다. 온 힘을 다해 울어서 몸이 휘청일 정도였지요. 차마 어머님께 상주를 부탁할 수 없어 양해를 구했습니다. 자원봉사자가 대신 상주를 맡아 줄 것이라고요. 어머님은 울음을 삼키며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할게요."
장례식이 시작되자 어머님은 다시 휘청이며 우셨습니다. 묵념을 할 때도, 향을 피울 때도, 술을 올릴 때도요. 평소라면 매끄럽게 진행되었을 의례가 삐그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뒤로 넘어지려는 어머님을 의전 업체의 장례지도사가 놀라서 붙잡았을 때, 어쩔 수 없이 저는 사회를 보다 말고 어머님께 가서 말했습니다.
"장례 끝나려면 아직 세 시간이나 남았어요. 지금은 버티셔야 합니다."
제 말에 어머님은 울음을 멈췄습니다. 떨리는 몸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는 마음을 대신했지만, 어머님은 장례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쏟지 않으셨어요.
스마트폰에서 확인한 아들의 얼굴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
pixabay
장례가 끝난 뒤 빈소에서 화장 시간을 기다리며 어머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집을 나간 고인, 고인을 찾으려고 애쓰다 포기하고 말았던 순간, 그런 고인의 부고를 구청을 통해 들었을 때의 심정을 말이지요. 어머님은 고인이 아직 어린아이처럼 느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혹시 주민등록증이 있다면 어떤 어른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중얼거리는 어머님께 뭐라 건네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툭, 의전 업체의 장례지도사가 지퍼백을 어머님께 건넸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전달받았어요. 고인의 스마트폰이래요. 어머님께 주라고 하던데요."
지퍼백 안에는 정체불명의 액체가 묻어 있는 스마트폰이 들어있었습니다. 언뜻 맡아지는 부패의 냄새가 액체의 정체를 말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제게 물어보셨습니다.
"이거 고장 안 났을까요? 여기에 우리 아이 사진이 있지 않을까요?"
그 질문을 차마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을 받아들고 전원을 켰습니다. 다행히 전원이 들어왔어요. '비밀번호가 있으면 어떡하지?'하는 걱정이 앞섰는데, 다행히 비밀번호도 없었습니다. 카메라 앨범의 사진첩을 열자 트로트 가수의 사진들이 쭉 나왔습니다. 고인의 사진을 찾기 위해 열심히 스크롤을 하자 얼굴의 반만 찍혀있는 셀카 한 장이 나왔습니다. 순간 거기에 영정 속 어린 소년이 겹쳐 보였네요.
스마트폰을 물티슈로 닦아낸 뒤 어머님께 돌려주었습니다.
"이런 사진이 있네요."
제 말에 어머님의 얼굴에 처음으로 화색이 돌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받아 든 어머님은 한참 동안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리셨습니다.
"이렇게 컸구나… 완전히 아저씨가 됐네…"
비로소 어른이 된 자식의 사진을 품에 안고 어머님은 한동안 우셨습니다. 저는 더 해줄 말이 없어 우두커니 옆에 앉아 있었습니다. 화장 시간이 되었으니 이제 내려가자고 하기 전까지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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