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RT 내외부 모습
본인 촬영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간판을 보고 혹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현지인 고객이 늘기 시작했다. 그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다 보니 어느새 다시 한국 제품 코너가 생겨났고, 지금은 김밥, 붕어빵. 삼각김밥, 김치까지 제법 간판에 걸맞은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현지인 고객이 찾으면서 매장 고객이 한인에서 현지인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이것은 특정 문화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누가 문화의 수용자이자 주체가 되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단편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박 대표의 인터뷰 첫마디가 인상 깊다. "우린 한국 사람 잘 안 와요."
한국에 있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있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캐나다인 감독과 배우가 출연했다는 사실도 인기에 한몫한 <케데헌>은 담고 있는 내용과 서사, 음악 및 캐릭터, 복장, 음식, 장소, 태도 나아가 전통과 역사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 전반을 총체적으로 관통한다. 덕분에 그동안 장르로서의 K-팝과 K-드라마와 K-무비, 그리고 상품으로서의 K-뷰티 와 K-자동차와 K-가전, 나아가 K-푸드 등 각각의 연결 고리 없이 산발적이었던 'K-컬처'를 통합된 한국 문화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기여했다.
그런데 <케데헌>을 한국의 자본과 제작사가 만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류의 오점'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실상은 오히려 그 반대다. '김씨네 편의점'이 그랬듯이 굳이 외국 제작사가 그들의 자본을 들여서 만드는 문화적 소재가 되어야, 비로소 그 문화가 주류가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고 소비되는 문화야말로, K-컬처의 진정한 완성이다.
지금까지의 한류는 정부와 기업 중심의 문화 수출 전략의 일환이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해 '문화'라고 얘기하지만, 한국이라는 '브랜드'와 '문화'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수출하는 비즈니스의 일환이었다. K-팝도 아티스트들의 '예술혼'이 이뤄낸 결과라기보다는 SM, YG 같은 엔터 기업의 수출 전략과 맞닿아 있었다. 명분은 국위선양이었고 실익은 외화벌이였다. 산업으로서의 한류 전략을 폄하하는 얘기가 아니다. 그 사이 한류는 낯선 변방의 문화에서 꽤나 흥미로운 대상으로 부상했다. 물론 모두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문화는 아닌, 떠오르는 대안 문화 정도였다.
하지만 시작이 어떠하였든 간에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지표화할 수는 없지만 아카데미 수상, 넷플릭스 1위, 빌보드 1위가 가져온 변화는 한국 문화에 대한 심리적, 물리적 접근성과 허들을 낮췄다. 한국과 관련한 대화의 주제가 다양해지고, 한국의 문화를 어디서든 가까이서 느낄 수 있게 되었다. 20여 년 전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던 교포 분이 한국의 문화적 수용성과 혼종성에 대해 한 얘기가 있다. "미국에 있는 건 한국에도 다 있지 않나요?"라고. 그러나 이제 그 말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한국에 있는 건 캐나다와 미국, 아니 세계 어디에도 다 있다"라고.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한국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과 수요는 대규모 한인 행사를 가능케 하고, 그 성격 또한 '한국 문화 행사'로 변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우리끼리 즐기는 문화에서, 세계인이 함께 누리는 문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즉 K-컬처는 한국의 콘텐츠에 기반하고 있지만, 세계화의 주체는 캐나다를 비롯한 세계 각지의 현지인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K-컬처의 진정한 완성은 역설적이게도 이름에서 접두사 K를 떼게 되는 때가 아닐까 한다.
해마다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이 되면 온타리오주의 키치너에서는 옥토버 페스트가 열린다. 독일을 제외한 해외에서 가장 크게 열리는 맥주 축제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이 행사를 남의 나라 문화 행사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쯤 되어야 주류 문화가 되었다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인 대축제'가 굳이 이름을 바꾸지 않고, '한가위 대축제'라는 원래 이름을 쓰면서도, 옥토버 페스트처럼 현지인들의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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