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소총, 탄창이 든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메고, 헬멧과 전술복장을 한 경호처 공격대응팀 요원들이 관저를 나와 정문 부근까지 이동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인 12일부터 언론에 노출이 잘 되는 도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권우성
대통령 경호처 '충성파'들이 12.3 비상계엄 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 전 기관총 배치 등을 지시하면서 '북한 지령을 받은 민주노총 세력이 침투한다는 첩보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후 과정에는 윤석열씨 부부의 '총' 언급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7일 윤석열씨 '체포방해' 3차 공판에는 당시 영부인인 김건희 경호 등을 맡았던 김신 가족경호부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김건희 라인'이자 '강경파'로 알려진 인물로, 1월 3일 관저 앞에서 수사팀과 몸싸움을 벌였고, 1월 15일 윤석열씨가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에게 체포되는 순간에도 옆에 있었다. 같은 달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갈 때는 "법률이 부여한 경호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법정에서도 1차 집행 당시 "직원 대다수가 막는다거나 물리적 위협력을 행사하거나 이런 생각 없이, 그냥 자동 반응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또 2차 집행 직전 간부회의에서 "저는 '경호처가 체포영장을 막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다 빠져버리면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갑자기 언론에 '강경파'라고 나왔다"고 얘기했다. 직급상 지휘부 논의는 알지 못하고, 경호관들이 무장한 채 '위력순찰'하거나 스크럼 훈련을 한 것은 상부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도 했다.
윤 체포 직전 등장한 기관총… "'지금 왜 갖다 놓으라 했지?' 생각"
그런데 김 부장도 의아했던 장면이 있었다. 그는 2차 집행 직전 가족경호부가 근무하는 '가족데스크'에 기관단총과 실탄이 놓이는 상황을 목격했다. 김 부장은 "
직원이 '경호본부장(이광우)이 기관단총하고 실탄을 갖다놓으라고 했다'고 해서 '지금 이 시기에 왜 갖다 놓으라고 했지? 오해받기 딱 좋게'라고 생각했다"며 "직접 확인했더니 '민노총(민주노총)에 북한 지령을 받은 위협세력들이 관저를 침투한다는 정보를 받아서 하는 것'이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희준 검사는 "어디서 확인된 정보인가"라며 "A비서관, B과장은 그런 정보를 접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물었다. 김신 부장은 "통상 부장, 본부장, 차장, 처장한테 주는 정보의 수준이 있다. 본부장들까지는 광범위하고 깊고"라며 "저도 모르는 정보를 주니까 '자기들끼리 정보를 받았나' 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가족데스크에 총기나 실탄을 배치한 것은 처음이었다. '첩보'가 있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침투'는 없었다. 그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만 다가오고 있었다.
이즈음
윤석열씨는 경호처 부장급을 모아놓고 식사를 하며 '총'을 언급했다. 특검은 그가 같은 자리에서 김성훈 차장 등에게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는데 걔네들은 총 쏠 실력이 없다.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더 잘 쏜다. 총을 가지고 있는 걸 좀 보여주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또 C경호관은 윤씨 체포 후인 2월 1일
김건희씨로부터
'경호처는 총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뭐했냐'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특검이 총기사용 지시를 의심하고 있는 이유다.
김 부장은 "(그런 지시는) 절대 없었다"며 펄쩍 뛰었다. 그는 당시 C경호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좀 황망했다"며 "업무상 연결도 안 되어있는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했고, 직원들이 잘못 들으면 내가 모르는 과잉충성을 할 수도 있겠다 해서 '이거 보고 안 할 테니까 너도 전파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영부인은 저한테 그런 말을 절대, 어려워서 못했을 것 같고 대통령은 업무적 단계도 있고, 그럴 관계도 아니다"라며 "들은 적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에 먼저 증언한 이진하 경비본부장은 민주노총 침투 첩보를 "찌라시(정보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톡 단체방 캡쳐본이 돌아다니면서
'경찰이 (윤석열 체포를) 못했으니까 우리가 직접 잡으러 간다. (경호처의) 총기 사용을 유도해야 된다' 이런 찌라시 같은 걸 용산서에서 확인해서 저희한테 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박종준 처장이 (민주노총에 대비해) 철조망 치라고 지시한 적 없고, 공포탄 휴대하라고 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경호처 내부 갈등에, 변호인단도… "박종준, 푸념했다"
▲경찰 출석하는 박종준 경호처장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월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본부장은 공수처의 1차 영장 발부 후 "박종준 처장이 (대통령) 변호인단이 본인하고 생각이 많이 달라서 진척이 없어서 '정말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푸념투로 이야기한 걸 들은 적 있다"며 "변호인단 입장은 '경호처는 무조건 막고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고, 박 처장은 '변호인단이 수사기관과 협의해서 대치상황을 빨리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 처장 지시로 위기관리대응TF를 꾸려 법률 문제나 언론·국회 대응을 준비하기도 했다.
반면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은 확실한 강경파였다. 이진하 본부장은 박 처장이 이들을 불신해서 TF에서도 배제시켰는데 "계속 트러블이 있어서 가중되다가 12월달 계엄 이후 엄청나게 불신이 많이 쌓여서 대부분 회의할 때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훈 차장은 그에게 '수사기관을 무조건 막으라'고 했는데, 12월 8일 국방부 장관 공관 압수수색 과정에선 이광우 본부장이 사라지더니 김 차장으로부터 '왜 들여보내'라는 질책성 전화가 왔다.
하지만 경호처 내부적으로도 '압수수색은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 따라 막을 수 있지만,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근거는 미약하다'는 법률 검토가 끝난 상태였다. 윤씨 변호인단은 그럼에도 '법률상 대통령 관저는 체포영장 등을 강제집행할 수 없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본부장은 여기에 간결하게, 명확하게 대답했다.
"경호대상자의 체포라는 상황은 경호 매뉴얼에 없다."
윤석열씨는 헌정사상 최초로 내란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