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경기. 산타 복장을 한 치어리더가 응원하고 있는 모습. 2020.12.21
연합뉴스
응원단은 거의 여성으로 구성된다. 여성 프로선수가 뛰는 경기장에서도 응원은 여성의 몫이다. 경기장을 무대로 하여 최신 가요를 비롯한 음악을 배경으로 춤을 춘다. 문제는 늘 짧은 치마와 같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는다는 것이다. 날씨와는 전혀 관계없이 말이다. 이상하지 않은가. 참고로 프로농구는 초가을부터 겨울에 걸쳐 진행된다.
농구 코트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프로복싱은 3분의 라운드마다 시합이 펼쳐지고 중간에 쉬는 시간 1분 동안에는 라운드걸이 올라와 피켓을 들고 라운드를 알린다. 프로복싱 경기장의 라운드걸 복장은 타 스포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노출이 심하다.
이는 프로 스포츠에서 여성을 시각적 대상으로 소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여성을 남성의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를 사회학에서는 '성적 대상화'라고 부른다. 응원단과 라운드걸의 성적 대상화는 아마도 티켓을 구매해 준 관객들을 위함일 것이다. 쉬는 시간에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일 테다.
언젠가부터 어린이 응원단이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존 프로스포츠 응원 문화가 어린이 응원단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우리 부부는 종종 농구경기장을 방문하곤 했는데 어린이 응원단을 본 적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3일에도 어린이들의 농구공 경기는 인상 깊었지만, 다른 때처럼 여전히 성인 응원단원과 함께 최신 가요에 맞추어 춤을 추며 응원하는 모습은 동일했다.
멋지게 공연을 펼치고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양가감정이 들곤 했다. 이토록 많은 관중을 둔 무대 경험은 훗날 무엇을 하든 도움이 될 테다.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 앞에 서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조카 같은 아이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성인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농구 코트에서 재생되는 가요가 성적인 의미를 담은 노래가 많기 때문이다.
어린이도 보는 프로농구, 내부 반성이 필요하다
필자는 응원단과 라운드걸을 보는 게 불편하다. 프로스포츠 산업에서 여성의 성적 대상화 문제는 오랫동안 제기된 문제다.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변화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테다. 과연 변화의 여지가 있는 걸까.
특히 어린이응원단이 성인을 따라 복장을 입고 화장하고 춤을 추는 건 더욱 불편하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보호자가 동의한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복장의 노출이 심할 뿐만 아니라 은유적으로 성적 표현이 함의된 가사의 노래가 다수다. 이에 맞춰 춤을 추는 걸 불편하게 보는 내가 이상한 건가?
게다가 프로농구와 같은 프로 스포츠 경기는 성인들만 보지 않는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세대가 즐긴다. 응원단의 노출이 심한 의상은 경기장을 방문한 어린이에게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염려된다. 노출이 심한 의상과 최신 가요에 맞춰 춤추는 몸짓이 여성이 표현하는 아름다움의 전부인 양 여겨질 수 있다.
만약 우리 아이가 라운드걸과 응원단의 복장에 관해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줘야 할까. 어린이는 어른의 문화를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로 인해 장원영처럼 마르고 싶다며 다이어트를 하며 몸매 관리(?)를 하는 기괴한 초등학생 문화가 생기기도 했다.
당일 농구경기장 무대에 선 농구선수가 동경과 모방의 대상이 되기도 하겠지만 쉬는 시간에 본 응원단이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여성 어린이라면 후자일 가능성도 높지 않겠는가. 프로스포츠 전반에 관성처럼 따라오는 응원 문화와 성적 대상화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관성대로 해왔던 응원 문화에 변화를 꾀하는 것도 시도해 봄 직하지 않을까. 복싱경기를 주관하는 홍보사에 따라 라운드걸이 없는 경우도 있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겠지만 더원프로모션에서 진행하는 복싱 경기에서는 라운드걸이 없다. 조명이 꺼지고 배경음악만 재생된다. 링아나운서는 라운드 시작 전 "O라운드!"라고 알린다. 라운드걸 없이도 몇 라운드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프로농구 응원단도 성별의 구성에 변화를 준다거나 중노년을 선발하는 방법도 있다. 또한 농구장에서 재생되는 음악을 선별하고 아나운서의 멘트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응원 객석에는 어린이도 있기 때문이다.
제한만 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응원 방법과 중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관객의 자유투 및 3점슛 프로그램, 선수와의 농구 대결, 기념 촬영 등 관객이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화를 위해 깊이 고민한다면 이보다 더 신선하고 흥미로운 다양한 이벤트가 많이 생길 것이라 믿는다. 응원단과 응원단을 운영하는 프로스포츠 구단의 내부 자성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