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14 00:24최종 업데이트 25.10.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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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조희대 대법원장.남소연

13일 밤 11시 40분께,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국회의원 7명의 질의에 침묵으로 일관한 뒤 자리를 뜬 지 12시간 만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늦은 밤 국회 법사위를 다시 찾은 것은 대법원 국정감사 종료 직전 마무리 발언을 하는 관례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 5월 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판결 전후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을 만났다는 의혹 제기를 두고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해당 판결의 구체적인 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하여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사법권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등을 언급하면서 "밝힐 수 없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장의 빈 자리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중지된 뒤 이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남소연

조 대법원장의 발언 이후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권을 얻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사퇴 용의가 있느냐"고 물었다. 조 대법원장은 앞만 바라보며 침묵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기록을 언제 봤느냐"라고 물었지만, 조 대법원장은 묵묵부답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정감사를 끝내지 않는 추미애 위원장을 향해 격렬하게 항의했다.

추미애 위원장은 자정 직전 "끝내 침묵으로 일관하는 이 광경을 국민들께서 잘 판단하시리라 믿는다. 사법부도 국민 주권 아래 귀속된다. 국민 주권 위에 군림하는 사법 수장의 모습으로, 심히 유감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하면서 이날 대법원 국정감사 종료를 선언했다.

다음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마무리 발언 전문이다.

존경하는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님 그리고 위원님 여러분!

먼저 긴 시간 동안 국정감사를 수행하느라 애쓰신 위원장님과 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 국정감사에서 위원님들이 전해 주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걱정을 무거운 마음으로 귀담아 들었습니다. 오늘 위원님들께서 해 주신 귀한 말씀을 깊이 새기고, 앞으로 우리 사법부가 국민에게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많은 위원님들께서 법관윤리와 관련한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 사법권을 엄정하게 행사하는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법권의 독립과 명예를 굳게 지켜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따라서 법관이 재판은 물론 일상생활에 있어서도 법관윤리강령을 준수하고 처신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위원님들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앞으로 법관연수 등 가능한 방법을 통해 법관들이 법관으로서의 윤리를 마음에 새기고 실천할 수 있도록 사법부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법관윤리에 반하는 행동을 상시적으로 예방하는 데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한편 오늘 위원님들께서 양형기준의 정비와 관련하여서도 귀한 지적과 조언을 해 주셨습니다. 대법원은 국민의 건전한 상식이 반영된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을 통해 재판의 실효성과 신뢰성을 높이려는 제도개선의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법부는 앞으로도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양형으로 형사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겠습니다.

대법관 증원, 영장제도 등 최근 국회에서 진행되는 사법제도 개선 논의에 관해서도 오늘 귀중한 의견을 주셨습니다. 앞으로 사법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바람직한 사법제도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 국정감사에서 많은 위원님들께서 지적해 주신 전원합의체 사건 재판을 둘러싼 의혹에 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저의 개인적 행적에 대하여 제기된 의혹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 바 있습니다. 같은 취지에서 저는 일부 위원님들의 질의에 언급된 사람들과 일절 사적인 만남을 가지거나 해당 사건에 대한 대화나 언급을 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씀드립니다.

다음으로, 위 사건에 대한 신속한 심리와 판결 선고의 배경에 관하여 불신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불신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재판의 심리와 판결의 성립, 판결 선고 경위 등에 관한 사항은,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헌법」 제103조 및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등에 따라 밝힐 수 없는 사항입니다.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라는 오랜 법언이 있습니다. 위 재판은 저를 비롯한 12명의 대법관이 심리에 관여한 전원합의체에서 이루어졌고, 그 전원합의체에서 심리되고 논의된 판단의 요체는 판결문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이와 같은 판결문에 드러나는 내용만이 공적인 효력이 있고,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전원합의체 구성원의 1인에 불과한 이상 판결 이외의 방법으로 의견을 드러낼 수는 없습니다. 위 판결문에 기재된 상세한 내용과 아울러, 대법원이 미리 제출해드린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 질의>에 대한 사법행정적 검토 답변, 그리고 대법원의 일반적 심리구조에 관한 법원행정처장의 답변 등에 의해 위 재판과 관련한 국민들과 위원님들의 의혹이 일부나마 해소되었기를 바랍니다.

저는 오랫동안 법관으로 재직해 오면서 재판절차와 판결의 무거움을 항상 유념하여 왔습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저를 비롯한 모든 법관들이 이를 한층 더 느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국정감사 과정에서 위원님들께서 질문하신 취지를 깊이 생각하고 되새기면서, 사법부의 신뢰를 더 높이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역할을 충실히 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이번 국정감사를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위원장님과 위원님들의 노고에 경의를 표하고, 사법부에 대한 소중한 말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이어질 각급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와 종합감사에서도 내실 있는 국정감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저와 법원 구성원 모두 성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사법부는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응하고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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