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어 있는 주택담보대출 상품 현수막.
연합뉴스
단, 전제가 있다.
1. 주택담보대출을 한 누군가가 원금과 이자를 꼬박꼬박 갚아야 하고.
2. 주택의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게 좋다.
그런데 어떤 시장이든 가격은 변동한다. 오르거나 떨어진다. 만약 떨어지면? 약간 떨어지는 게 아니고 단기간에 급락한다면? 그때는 일이 굉장히 복잡하게 꼬이게 된다.
채권이 유동화되기 이전의 상황을 상상해 보자.
내가 실업자가 됐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게 됐다. 나는 은행에 이자 납부를 연체하겠지. 그럼 은행은 빚 갚으라고 독촉하다가 돈이 없다고 하면 내 집을 경매로 넘길 것이다. 그걸로 끝이다. 나와 은행, 양자간의 계약이었으니까. 깔끔하다. 나는 망했지만 나만 망하면 됐다.
그런데 채권이 유동화되고, 유동화된 채권을 다시 각종 투자상품으로 묶어 대중에게 팔고, 그 투자상품에 대한 선물옵션시장까지 발달해 있는데 경기침체로 다수가 실업자가 됐다면, 다수가 빚을 못 갚게 됐다면, 다수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간다면, 집이라는 본원적 담보물이 문제가 아니라 그 수많은 집들을 통해 유동화된 증권들과 이 증권들의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베팅한(콜 옵션을 산) 금융기관 전체로 위험이 전이되게 된다. 정부가 달러 빚을 내고 돈을 찍어서 몇몇 금융기관들을 구제하다 보면, 나는 돈을 빌리지 않았는데 전체 사회가 이들의 빚을 떠안게 된다.
최근 20여년간 언론에서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Wag the dog)'란 표현이나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란 표현이 자주 나오는 이유는 이런 현상들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금융자본주의의 구조 속에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유동화된 거대한 빚의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결코 빠져나오지 못한다. 빠져나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거대한 빚으로 축조된 성이다. 우리는 금융 자본주의의 각종 선진금융기법을 예찬해왔고 이미 빚으로 축조된 성안에 분에 넘칠 정도로 안락하게, 즉 내 소득과는 걸맞지 않게 살고 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아침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빚이 싫으니까 우리를 지켜준 저 성곽 사이 사이의 저 거대한 돌덩어리(빚)들을 다 빼버릴 테야라고 한다면… 성은 당연히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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