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9월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퇴근하고 있다.
유성호
위에서 대통령 국정 긍정률과 여당 지지도가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동반 하락하는 것처럼 보였던 조사는 한국갤럽의 9월 4주 조사였다. 그런데, 국정 부정 평가 이유 중 '대법원장 사퇴 압박 및 사법부 흔들기'를 언급하는 비율이 5%로 갑자기 등장해서 국정 긍정률 하방 압력이 '사법부 이슈'라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같은 조사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찬성'이 38%에 불과했고, 반대가 41%로 나왔다는 점도 주목됐다.
전국지표조사(NBS) 10월 1주(9월 29~30일, 10월 1일 조사) 결과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 출석 요구 인식' 문항에서, '의혹 해소 위한 필요 조치'가 43%였는데, '사법권 침해한 과한 조치'가 41%로 나타나 오차범위 내에서 대등했었으니, 청문회 출석 요구도 민주당의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나 하는 해석이 있었다.
그렇지만,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지난 9월 30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청문회 불출석 이후에 여론의 기류가 확실히 바뀐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10월 1~2일 조사한 MBC의뢰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조사를 보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법부 독립과 합의 과정 비공개 원칙을 이유로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니, 동의한다는 응답이 32%로 나타났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4%로 절반을 조금 넘었다. 청문회 불출석으로 여론이 돌아선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MBC-KRI 조사의 다른 문항까지 본다면,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라는 의견은 47%, '사퇴할 필요 없다' 39%로 나타나 오차범위를 넘어 사퇴 여론이 우세했다.
게다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여론도 기류가 바뀐 듯 보인다. 앞서 한국갤럽 9월 4주에서 전담재판부 찬성 의견이 38%에 그쳤던 결과가 있었으나, SBS-입소스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52%까지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4%포인트 높아진 결과다.
숨어서는 해결할 수 없다
국민의 알권리로부터 자유로운 권력이 어디에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여론의 흐름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말하고 있는 사법부의 독립이 과연 의구심을 갖고 있는 국민 앞에 서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국회의 청문회에 불출석한다면, 국민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언론인들을 모아 놓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혹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허심탄회한 입장 설명도 가능하지 않을까. 왜냐면, '불출석'이라는 딱지가 갖는 영향력이 상당한 것 같기 때문이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주권자 국민에게 설명하는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싶다.
비단 사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여야 정당과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이고, 대통령실도 국민의 알 권리를 도외시하면 결과는 뻔하다. 각종 지표는 이를 잘 반영하겠지만 확증편향에 진영에 유리한 수치에만 함몰되는 전략적 근시안에 빠진다면, 곧 여론의 심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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