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임신중지 접근성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의사 단체인 Doctors for Choice UK가 퀸의 노래를 개사해 만든 캠페인 동영상의 한 장면. 개사한 가사로 "임신중지는 누구에게나 합법이어야 한다"는 자막이 달려 있다. 전체 동영상이 궁금하시다면 다음 링크를 확인하면 된다 https://youtu.be/LdWG6o3i7I4?si=dFAHTSse7Wt7aDtg
Doctors for Choice UK
다행스럽게도 머지않아 한국에서 미프진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의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이 포함됐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국제적 근거에 따른 의약품 접근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있었던 2019년으로부터 햇수로 6년 반을 채우게 된 지금까지의 진척이 겨우 요만큼이라고 생각하면 기가 막히지만, 그나마 정권 교체 이후의 대응이 반가운 것도 사실이다.
물론 낙관은 이르다.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미프진에 대한 품목 허가를 진행하는 편이 법적으로 타당하다는 자문을 받고서도 일을 미루고 정상적 약물 허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던 식약처의 오유경 처장이 유임되었고, 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2025년 지금도 공개적으로 "임신중절을 하는 여성들에게 급여 혜택을 줄 재정이 있다면, 이는 출산을 하는 사람들에게 활용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미프진을 허하라는 말에 담긴 의미는 간단치 않다. 많은 여성이 임신중지할 권리와 미프진을 옹호하는 데에는 국가의 인구정책이 끝끝내 외면하려는 성과 재생산권(Sexual and 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요구가 놓여 있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삶을 살기 위해 임신과 출산의 여부와 시기를 결정할 정보를 얻고 의료와 복지 등 제도적 자원을 활용할 권리, 더 나아가 자신의 성적 특성으로 인해 차별받거나 배제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희망이 담긴 정치적 요구다.
이 '정치적 요구'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만 벌어지고 있는 일은 아니다. 에티오피아 여성들도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에서 안전할 권리, 자유로운 피임과 성에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를 외쳐왔고, 이 역시 한국의 '미프진'을 향한 투쟁과 같은 선상 위에 놓여 있다.
이 글의 독자들께 묻고 싶다. 비혼 커플의 출산, 일하는 이들의 오줌권, 완경기 노동자의 온도 적응과 쉴 권리, 사산을 겪은 커플의 애도와 회복, 청소년 성소수자를 위한 정확하고 실용적인 성교육에 대해 얼마나 생각해 보셨는지? 가톨릭 국가로 임신중지가 불법인 필리핀의 코피노와 베트남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라이따이한의 삶,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책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런 문제들을 더 많이 말하고 문제 삼는 과정에서 재생산을 둘러싼 새로운 정치가 진전된다면, 그래서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었던 숱한 인간적 요구를 사회적 권리로 세상에 내어놓게 된다면, 이후의 정치 특히 인구와 여성의 몸을 둘러싼 정치는 어떻게 달라지게 될까? 비록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더라도 미래에 대한 책임은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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