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이틀 전인 12월 1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만나 계엄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진 경기도 상록수역 인근의 롯데리아 매장. 이날 두 전현직 사령관은 정보사 소속 대령 2명을 햄버거집으로 불러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지현
12.3 비상계엄 당일 '롯데리아 회동'에 참여했던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이 10일 처음으로 증언석에 섰다. 하지만 부정선거 의혹 관련 '제2수사단' 논의를 흘려들었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수사단 명단 작성은 '국방개혁' 용도였다고 발언해, 재판장마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대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추가기소 사건에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3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롯데리아에서 노 전 사령관과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국방혁신기획관과 계엄 선포 후 제2수사단을 꾸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고자 모의했다는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재판에 넘겨졌다가 구속기한 만료를 앞둔 7월 7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회동 참석자 중 한 명인 구 전 여단장은 수사기관과 법정 등에서 '롯데리아에 도착했더니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대령이 A4용지 5~6장을 펼쳐놓고 선관위 관련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김 전 대령은 "선관위, 부정선거 워딩은 있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며 본인과 관련 없어서 건성으로 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노 전 사령관에게 '(선관위) 서버에서 증거를 찾으려면 서버를 제가 직접 확보합니까'라고 물었다던 구 전 여단장 진술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노상원이 군사경찰 명단 요구한 이유? "국방개혁"
김 전 대령은 노 전 사령관이 구 전 여단장에게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부정선거의 핵심 증거로 주장하는 QR코드를 확보하라고 명령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에서 선관위 서버를 확보하면 방첩사에 넘긴다'는 계획을 세웠던 것 또한 "재판 중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2024년 10월 말에서 11월 초쯤 수사단 구성과 관련해 자필로 작성한 메모 등을 노 전 사령관에게 넘겼다. 재판장 이현복 부장판사는 이 대목에 의구심을 품었다.
- 재판장 : "(노상원 피고인이) 처음 이걸 요청할 때 무엇에 필요하다면서 '수사 잘 하는 사람을 뽑아달라'고 했나."
- 김용군 : "국방개혁을 하려는데, 수사단도, 군사경찰 인원도 아마 편성이 소요될 것 같다. 그래서 일 잘 하는 사람을 추천해달라고 해서 부서별로, 순서대로, 제가 아는 명단대로 작성했다."
김 전 대령은 수도방위사령부 헌병단 수사과장,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단장, 3군사령부 헌병대장을 역임하는 등 군사경찰 쪽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이다. 그는 그 경험을 토대로 능력있는 군사경찰을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장판사는 헛웃음을 쳤다.
- 재판장 : "증인 답변은 한국말로 말이 되지만, 말이 안 되지 않나. '당신 아는 사람 중에 추려보라'고 요청하지 않았나. 피고인이 뭐한다고 국방개혁을 한다? 국방개혁이 증인 아는 사람이랑 무슨 상관인가."
- 김용군 : "(노상원은) 이전에 대령 때 정책과장을 해서, 육군개혁 이런 업무를 하셨다. 이전에는 방산 카르텔 수사나..."
- 재판장 : "그거를 피고인이 처음 요청할 당시에 직접 언급했을 수도 있고, 안 했어도 '이거(명단) 가지고 뭘 하려는구나' 묻거나 증인이 인식한 게 있지 않나."
- 김용군 : "물어봤다. 물어보니 '국방개혁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노상원이 국방개혁하는 데에 필요하다고 했고, 그걸 하려면 방산카르텔 수사하는 게 필요하니까 '방산카르텔 수사하는 데에 필요한 인원이구나'라고 인식하고 응했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김 전 대령이 "그런 종류의, 당시 마약 관련…"이라며 다시 엉뚱한 답변을 내놓자 이 부장판사는 "재판장이 추궁하게 하지 말고"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시 한번 "
조직 연구하는데 수사 잘하는 사람이 왜 필요한가"라고 물었고, 김 전 대령은 "일 잘하는 사람을 얘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당시 노 전 사령관은 예비역 신분, 즉 민간인에 불과했다. 특검이 이를 꼬집자 김 전 대령은 "예비역 장군은 자주 그런 관례가 있어서 그렇게 준비(국방개혁 관련 명단)를 하는 모양인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요원 선발 요청 후 12월 3일 전까지는 노 전 사령관을 만난 적 없고 두 번 정도 통화했는데 "개인 업무, 비즈니스 때문에" 먼저 연락한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대령은 '비즈니스 문제가 뭔가'란 특검 쪽 질문에 "국가와 상관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적는 척했다'던 메모는 계엄 당일 폐기... "그냥 우연"
김 전 대령은 롯데리아 회동 당시 메모하는 모습이 CCTV 영상으로 남은 상태다. 그는 "피고인은 굉장히 말을 빠르게 하니까 저는 들리지도 않고, 그냥 이렇게 있는 것보다는 적는 척을 한 것"이라며 "(메모는) 남아 있지 않다. 집에 가서 바로 폐기시켰다. 쓰레기통에 찢어버렸다"고 설명했다. 또 군사경찰 가운데 선발자 명단을 만들 때는 2018년 전역 당시 소지한 간부 주요 연락망, 업무협조자료 등을 참고했는데, 해당 자료는 12월 3일 폐기했다고 얘기했다.
- 특검 : "전역할 때 갖고 나온 자료를 굳이 비상계엄 당일날 파쇄했는데, 계엄과 상관 있는가?"
- 김용군 : "그냥 우연히 그렇게 된 거다."
김 전 대령은 "증인이 혐의 받는 것은 CCTV에 증인이 나온다, 거기에 뭔가 메모하는 걸로 보인다, 구삼회가 뭐라고 한다. 요거말고는 없지 않지 않나"라는 변호인의 질문에 "그게(구 전 여단장 증언) 주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노 전 사령관의 '계엄을 도와줄 수 있느냐'는 말에 "(제가) 구체적으로 물어보거나 판단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계엄과 관련해서 제가 뭘 할 수가 없다. 전역 이후 직장을 가져본 적도 없다. 글도 잘 안 보인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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