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경 대통령경호처 지원본부장이 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남소연
대통령경호처 소속 간부가 전 대통령 윤석열씨 공판에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권총까지 준비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가 '총을 쏘면 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역시 윤씨가 내린 것'이라고 했다. 해당 내용은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새로이 기소된 윤씨 사건의 핵심 사안이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진행된 공판엔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 지원본부장이었던 김대경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전 본부장은 당시 경호처 실무를 총괄하던 핵심 간부로, 공수처의 체포 저지 과정 전반을 보고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김 전 본부장은 윤씨에 대한 공수처의 1차 체포 집행이 저지된 이후 이광우 전 경호처 경호본부장이 "공포탄을 쏴서 겁을 줘야 한다며 38(구경) 권총을 구해달라고 했느냐"는 내란 특별검사팀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권총을) 안내데스크로 옮겼다. 이광우 단독 요청이라기보다 경호처장(박종준)도 같이한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본부장은 이런 지시가 윤씨의 체포영장 집행을 처음으로 시도했던 지난 1월 3일 이전에 내려왔지만, 자신이 권총을 회수 조치하면서 1차 영장 집행 때 총기 사용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1차 영장 집행 후 다시 권총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이에 경호처는 2차 영장 집행에 대비해 권총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본부장은 전 대통령 윤씨가 직접 권총 준비 지시를 한 것 같다고도 증언했다. 김 전 본부장은 지난 2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만난 박종준 전 경호처장이 자신에게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에 출석하게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는 내용을 말했다고 진술했다.
- 특검 : "박종준이 '대통령께 건의해 수사기관 출석하게 하려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대통령이 총 한 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고 했다는데?"
- 김대경 : "그렇다."
- 특검 : "총 한번만 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 영장 집행하는 사람들에게 쏘라는 것이었나?"
- 김대경 : "정확히 말씀은 못 드리겠는데..."
- 특검 : "공포탄으로 이해했나?"
- 김대경 : "그렇다."
공수처는 지난 1월 3일과 15일 두 차례 시도 끝에 윤씨를 체포했다.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막아서는 경호처3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관저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공수처 측과 경호처가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기갑수색차량 뒤로 김성훈 경호처 차장(빨간 동그라미)이 서 있다.
이정민
이날 공판에서 김 전 본부장은 경호처가 2차 영장 집행에 대비해 케이블 타이·철조망을 준비했다는 증언도 했다. 그는 "김성훈 차장이 '체포영장 집행 인원을 체포할 수 있으니까 케이블타이를 구해 달라고 한 게 맞는가", "이광우 전 본부장이 철조망을 구해달라고 했는가"라는 특검의 질문에 모두 "맞다"고 답했다.
- 특검 : "회의 중에 김성훈이 영장 집행 인원 체포할 수 있으니까 케이블타이 구해달라고 했나?"
- 김대경 : "그렇다."
- 특검 : "이광우가 증인에게 철조망 구해달라고 했나?"
- 김대경 : "필요하다고 했다. 보유하고 있는 거 하고..."
"비화폰 통화기록 삭제 지시, 대통령 지시로 알았다"
김 전 본부장은 비상계엄 후 대통령 경호처장(박종준)으로부터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등 계엄에 동원된 군 간부들의 비화폰 내역을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해당 지시 역시 대통령이 내린 것이라고 했다.
- 특검 : "2024년 12월 6일 경호처장 비서로부터 '처장님이 비화폰 지급 내역, 통화 기록을 지우라'고 지시받은 사실이 있나?"
- 김대경 : "있다."
- 특검 : "지시를 받고 어떻게 했나?"
- 김대경 : "이행하지 않았다. 부당한 지시라고 생각했다."
- 특검 : "경호처장(박종준)이 증인에게 기록을 지우라 한 건 곽종근이 대통령으로부터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 있었다 양심고백한 직후인가?"
- 김대경 : "맞다."
- 특검 : "당시 경호처장이 증인에게 수방사령관과 방첩사령관, 특전사령관 등 비화폰 통화기록을 삭제 지시한 거 맞나?"
- 김대경 : "맞다."
- 특검 : "당시 증인이 경호처장에게 누구 지시냐 물었고, 경호처장이 대통령 지시라 했다는 게 맞나?"
- 김대경 : "맞다. 나는 대통령 지시냐 물었고, 경호처장(박종준)이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라는 판단" 때문에 삭제 지시를 거부했다. 이후 경호처장은 삭제를 재촉했고, 삭제를 하지 않았다고 질책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윤석열씨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출석 거부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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