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의 한 마을. 자료사진.
연합=OGQ
지금은 아이를 향한 8명의 사랑과 관심의 시선이지만, 25년 뒤에는 잔뜩 무거운 기대와 책임의 시선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 한 명인 가정이 늘고 있지만, 이제 아이에게 '올인'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아이를 키우느라 내 몸과 돈을 다 쏟으면, 65세 이후 내 건강과 지갑은 허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때 가서 아이에게 '나 좀 돌봐주렴' 하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친정 부모님이 조금 아프다는 소식만 들어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나의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추석 명절, 부모님 댁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말은 '건강'이다. 부모님만의 문제가 아니다. 30~40대에도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 같은 대사질환이 늘어나고 있으니, 건강 문제는 지금의 30~40대 자식에게도 해당한다. 오히려 부모님이 자식의 건강을 챙기는 일도 흔하다. 수명은 늘어나지만, 건강수명은 함께 늘지 않는 '백세시대'가 두려운 이유다.
사실 건강 문제의 본질은 '돈'이다. 병원비, 약값, 생활비. 개인은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책임자지만, 이를 유지하려면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공공의 운영비, 세금,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고, 그 규모가 줄어들면 사회 시스템은 약화되고 개인의 삶도 취약해진다. 저출생과 육아 정책 논의가 단순히 개인 문제만이 아닌 이유다. 혼자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회와 연결되지 않은 개인은 존재할 수 없다.
아이가 짊어져야 할 미래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떠올려보자. 거꾸로 읽으면, 지금 우리는 '온 마을을 키우는 데 한 명의 아이가 필요하다'는 현실에 다다랐다는 뜻 아닐까. 아이 한 명이 부모의 노후뿐 아니라, 옆집, 그 옆집, 그 옆집 어른의 노후까지 짊어져야 하는 시대가 올 수 있다.
휴일 외출 시 '노키즈존'을 자주 목격한다. 조용히 쉬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암묵적 경고다. 지하철에는 '노약자석'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대중교통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고령자가 될 것이다. 오히려 '키즈존'이나 '청년석'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아이와 청년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정 세대가 비대해지고, 특정 세대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은 사회 불균형의 심화를 의미한다. 결국 특정 세대는 다른 세대에게 동시에 채무자이자 채권자가 된다. 미래 세대에게 현재 세대는 채무자이자 채권자다.
어쩌면 지금 워킹맘, 워킹대디들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는 시간은 미래의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살아갈 환경과 직접 맞닿아 있다. 지금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행복하게 일과 육아를 병행할 여력이 늘어날수록, 미래에 워킹맘, 워킹대디가 되려는 성장 인구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오롯이 아이 한 명이 온 사회를 떠받치지 않아도 되는 구조. 그 구조를 만드는 예방과 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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