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방류 설비 ‘제리디’를 선전하는 영풍석포제련소의 현수막. “한 방울의 공정사용수도 흘려보내지 않겠습니다”라는 문장이 하얀 색상으로 적혀 있다.
김누리
한편,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일들도 있다. 제련소는 올해 2월 말부터 4월 초까지 폐수를 무단 배출하여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는 처분을 받아 58일간 조업이 정지되었다. 다가오는 11월에도 작년 이맘쯤 황산 가스 감지기를 끄고 조업했던 것이 적발되어 받은 10일간의 처분이 실행된다. 7월의 대구고법 항소심에서는 수년간 발생한 카드뮴 오염에 대해 제련소에 무죄를 선고했지만, 조업 과정에서 나온 대기 분진이 토양 오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폐기물 매립이 지하수를 오염시킨 원인일 수 있다고도 지목했다. (박지훈,
'대구고법 "영풍 석포제련소 대기분진, 토양오염 영향 미쳤을 것"', <부산일보>, 2025.7.28. 및 이경민,
'고법 판결문 "영풍 석포제련소 무분별한 폐기물 매립, 지하수·하천까지 오염 가능성"', <전자신문>, 2025.8.4. 참조)
그와 같은 질문들은 제련소가 2021년부터 도입한 무방류 설비에 관해서도 되묻게 만든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공정수를 외부로 배출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폐수 배출 0%"를 실현하는 시스템처럼 보인다. 그러나 전력이나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설비의 특성상, 정전이나 고장이 발생하면 시스템 자체가 작동할 수 없다. 가동을 멈춰야 하는 조업 정지 때는 특히 그러할 텐데, 이미 세 차례의 조업 정지가 실행되었거나 예정되었고 추가적인 처분이 내려진 정지 기일들을 제련소 측에서 연기 중인 상황에서 무방류 설비를 온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 이용될 막대한 에너지가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늘리는 역설을 일으키며, 물줄기를 막은 자리에서 쌓이게 될 오염물질이 다시 토양과 지하수를 위협할 수 있다. 즉, 기후 위기 시대의 수질 오염을 해결하려는 설비 구조 자체가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그린 워싱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에 가깝게 보인다.
그럼에도 지난 8월 경북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기후 위기 대응 교육으로 제련소를 체험했던 날, 학생들 앞에서도 무방류 설비를 선보였다는 영풍을 향해 묻고 싶다. 자사 홈페이지의 "자연을 생각하고 보호하며 자연과 함께 성장"하는 "친환경 주식회사"라는 소개말에 영풍은 얼마나 떳떳한가. '함께 성장'한다는 말과 달리 제련소가 앗아가고 있는 수많은 목숨의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누군가 제련소에서 퇴직하고도 자식이 이어 다닌다는 이유로 여전히 그 안에서의 일들을 말할 수 없다고 주저할 때, 다시금 누군가를 미래의 노동자처럼 길들이려는 듯한 말들 앞에서 정말 한 방울의 부끄러움도 없는가.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아이들의 학교와 마을의 불빛입니다."
이 세상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과, 아이들의 아이들의 아이들에게 바친다"(안드리 스나이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시간과 물에 대하여>, 북하우스, 2020, 5쪽)라고 남긴 어느 책의 소망처럼, 오랜 시간 묵묵부답했던 주민들도 뒤늦게 제련소 이전 계획을 발표한 경상북도 앞에서 마침내 결의 대회를 열었다. 수백 명이 모여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이전에 반대했다. 실제로 이전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가 어렵다. 애초에 세워지지 말아야 했던 강변에 세워졌으나 공정에 필요한 물의 수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공해 기업의 특성상, 어느 곳으로 옮기든 간에 문제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체 문제가 심각해서 어떻게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상까지 와버렸어요. 그래서 정리는 되어야 하는데, 그러면 주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같은 지역에 사는 도민이잖아요.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게 할지 논의하고 정부에서 대책을 세워야 해요. 신뢰할 만한 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주민들을 설득하죠. 정의를 바로잡으려면, 양심을 지키면 됩니다. 공무원은 공무원의 양심을 지키고 회사는 회사의 양심을 지키고 국민은 국민의 양심을 지키면 돼요. 그랬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신기선 대표도 지역민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을 말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기후 대응을 위해 산업 체제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주민과 같은 취약계층이 구조적 피해를 겪지 않도록 보장하는 방향이다. 그는 제련소의 향방을 논하기에 앞서 재취업과 정기 건강 검진을 통한 무상 치료 등의 예방책을 마련하자고 말한다. 제련소가 부당하게 취득한 이익을 환수해 필요 비용을 추징하자고 제안한다. 환경법도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익에 비해 미약한 벌금으로 끝나는 처벌 방식이 도리어 부정을 재발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에, 기업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의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이처럼 각각 환경과 생계를 바라보며 서로 반대편에 서 있는 듯했던 신기선 대표, 주민과 노동자들이 다다른 곳은 다르지 않다. 바로 지금 여기의 땅에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가 우리를 지속하는 오늘을 향해

▲영풍 홈페이지(www.ypzinc.co.kr)의 메인화면
영풍
그렇다면 송이버섯과 같은 생태계와도 '우리'라는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작년도 봉화 송이 축제는 '송이 없는' 축제로 끝났다. 수많은 소나무가 병들었을뿐더러 길었던 폭염 끝에 살아남은 나무에도 송이가 잘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 축제는 지역민의 또 다른 삶터다. 인간 거주민도 비인간 원주민도 소외되지 않고 공존해야 하는 곳이다. 영풍이 연화광산을 폐광업소로 방치한 역사와 달리 생태 정의를 함께 지속해야 할 까닭이다. "지속 가능한 제련 기술"이 삶보다 앞설 때, 지속 가능하다는 수식어는 생명이 아닌 산업과 자본의 존속을 더 추구하는 공허한 구호에 머무를 것이다.
"물이란 게 결국 생명수잖아요. 공기도 삶에서 대체되지 않는 필수 조건이고요. 그런데도 물에 생물체가 사라지고 나무가 다 죽고도 인간은 살았으니까 괜찮아, 우리는 건강해, 이런단 말이죠. 인간이 그만큼 모질다니까요.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고 그럴까? 시간이 더 흘러도 인간만이 괜찮을 수 있을까?"

▲올해 58일간 조업 정지를 실행했던 동안, 제련소 뒷산의 땅에서 산철쭉이 꽃을 피웠다.
정수근
모질다는 것은 "몹시 매섭고 독하다"라는 뜻과 "참고 견디기 힘든 일을 능히 배기어 낼 만큼 억세다"라는 뜻을 같이 지닌다. 모질게 강한 인간의 힘은 그간 자연환경을 착취하는 동력으로 쓰여왔다. 다만 그렇다면, 어려운 일을 '능히 배기어 낼' 힘으로 '살리는' 일을 행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올해 58일간 조업 중지가 있고 나서 고사했던 산의 일부가 되살아났다.(관련 기사 :
"58일간 조업정지 후 영풍석포제련소 뒷산에 나타난 변화" https://omn.kr/2dca3)
"2019년도 조작 사건 때도 관리 부서에서 점검을 나와서 조심하니까 풀과 식생이 살아났어요. 씨가 날아와서 새파랗게 촉이 트는데, 신기할 정도로 다 죽었던 것들이 어디서 그리 오는 건지 끝내 싹을 내더라고요. 그러니까 독성 물질이 제거된다면, 자연계도 언젠가는 꼭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산에 가서 다 죽은 나무들이 널브러진 땅을 직접 발로 밟아야 하는 순간이 서글프다고 말하던 신기선 대표가, 기적적으로 싹을 틔워낸 녹색 빛을 보았을 때 드물게 기쁨이 찾아왔다며 옅게 웃음 짓는다.
그의 바람처럼, "과거를 넘어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작점 위에 서 있"다는 영풍에게 과거와 단절된 미래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밝혀둔다. 기술로 미래를 지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잃어버린 본디 자연의 모습을 돌려줘야 한다. 강이기 전에 물이고 산이기 전에 삶이었던 생명의 시간으로 응답해야 한다. 석포는 석포를 그 이름답게 존재하게 할 터전과 주민과 노동자가 함께 숨 쉬어가는 마을을 바란다. 어느 겨울, 푸르른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마음껏 맞으며 뛰어다닐 날을 바란다.
[필자 소개] 김누리: 전주에 살며 읽고 쓴다. 연루된 관계 속에서 공생할 수 있는 삶을 실천하기 위한 기록 활동을 하고 있다. 돌봄과 연결의 힘에 기대어 더 정확히 비관하고 구체적으로 낙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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