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02 14:02최종 업데이트 25.10.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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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차 지방시대위원회 회의, 발언하는 김경수 위원장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30일 세종시 지방시대위원회에서 열린 제22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에 관해 논의한다.연합뉴스

지난 9월 16일 제42회 국무회의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되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세종시는 지역균형발전의 상징"이며 "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운명"이라고 언급했다. 지방시대위원회와 각 부처는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방향 및 방안을 발표했으며, 이는 지난 8월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 당시 균형성장특위에서 발표한 새 정부 균형성장정책방향의 연장선상에서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관심은 과연 서울과 수도권집중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전략, 정책이 무엇인가에 있다. 먼저, 참여정부 이래 지난 20여 년간 지속되었던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균형성장' 정책으로 간판을 바꾸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명칭변경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국민들에게 낯설 수 있는 새 용어가 잘 정착될 것인가는 균형성장정책이 새 정부에서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 변화의 배경을 간략히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균형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균형발전과제가 규범적이고 당위적인 측면을 넘어서,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가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조건이 되었다는 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지역균형발전이 국가성장 혹은 국가경쟁력의 강화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사례에서도 이 같은 점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프랑스는 2000년대 이후 광역화를 지향하면서 2016년 레지옹 통합을 추진하는 동시에, 코뮌연합체인 메트로폴을 신설했다. 전국에 분포한 혁신거점으로서의 메트로폴은 지역균형발전의 효과와 함께, EU 내에서 국제도시권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궁극적으로 프랑스의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 목표였다.

모두의 성장

국가균형성장은 새 정부 경제성장비전('진짜 성장')의 핵심과제 중 하나이며, 지역문제는 규범적, 부가적 요소이거나 국가성장과 상충하는 과제가 아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제시한 국정과제 및 국정비전에서 새 정부의 경제정책은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진짜 성장'의 키워드로 기술선도성장(기술로 도약하는 글로벌 선도국가), 모두의 성장(모두가 함께 하는 국민성장), 공정한 성장(기회가 열리는 공정경제)이 제안되었다. 균형성장은 이중 '모두의 성장' 즉, 사회통합적 성장의 중요 내용으로 구성된다. 지역성장을 통해서만 지속적인 국가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과 철학에 기초해 있다.

이 같은 점에서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자원, 경제력을 어떻게 지방으로 분산, 분배할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는 관점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대신에, 지방에 사람, 산업, 공간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국가성장엔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개념적으로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지역성장, 균형성장의 관점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20여 년 전 참여정부시기 국가균형발전정책을 새롭게 디자인할 때에도 분산, 분권, 분업의 3분 정책이 근간을 형성했으며, 분업의 핵심요소로 지역혁신체계를 이미 개념화했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여건상 균형발전정책의 중심은 '분산'에 주로 초점이 주어졌고, 지방의 구심력을 만드는 정책보다는 수도권에서 공공기관을 이전시키는 등의 '분산' 정책이 균형발전을 대표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균형성장' 비전은 참여정부시기 균형발전정책의 핵심 아이디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재생 및 진화시킨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전략이라고 보고 싶다.

둘째, 국토공간혁신의 차원에서 혁신거점대도시, 중소도시, 농산어촌에 대한 차별화된 전략과 상호연계정책이 필요하다. 지역에 성장엔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5극3특 단위로 비수도권 지역에 전략적 산업투자와 거버넌스구축을 통해서 산업-도시-공간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고, 이 같은 혁신생태계의 구축과제는 14개 시도단위로는 임계규모의 과소, 중복투자 등의 문제로 사실상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초광역권 발전전략에 최근 수년동안 관심이 커졌다.

즉, 최근 5년간 메가시티, 초광역전략, 5극3특은 동일한 문제의식에서 나온 과제가 진화되어 온 결과물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3 수도론(수도권/중부행정수도권/남부경제권)과 5극3특론간의 논쟁이 있었으며, 결과적으로 기존의 권역별 접근을 크게 수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지만 문제의식은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본다.

지역에 성장엔진-혁신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분절적인 방식이 아니라, 광역교통망의 주요 거점 및 연결망(공간인프라), 산업투자의 주요 거점(산업), 거점도시 및 주변지역관의 연결축(도시)의 발전전략이 권역 내에서 서로 밀접하게 연계되면서 일관성 있게 진행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걱정스러운 점은 5극3특 균형성장전략은 거점(대) 도시 중심의 발전전략에 초점을 둘 가능성이 크기에, 이는 중소도시전략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을 던진다는 점이다. 5극3특과 함께 균형성장정책의 또 다른 한축으로 국정비전에서 제시되는 농산어촌(K 농산어촌 활력 프로젝트) 전략이 또한 비교적 선명하기에, 양자 사이에서 중소도시규모의 국토공간에 대한 중장기 비전과 구체적 정책이 추가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중소도시를 정의하는 기준조차 불명확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예를 들면 20~50만의 중소도시를 권역 내 산업경제 혁신거점으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부여하고, 5만~15만 도시에 대해서는 생활권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거나 문화관광도시비전을 정책화하는 방향으로 차별화하는 것 또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거버넌스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 새로운 접근

셋째, 균형성장의 비전이 옛것을 새롭게 벼리는 계승과 진화의 전략이라면, 거버넌스에 대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과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원론적으로, 중앙정부에서는 지방시대위의 역할을 강화하여, 균형발전 관련 핵심부처 간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조정기능을 활성화하여 균형성장정책에 대한 범부처기능을 낮은 수준에서라도 형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앙정부의 각 부처가 제각각 지역사업을 진행하고, 지자체가 각 부처 공모사업과 정책을 쫓아다니는 현재 구조에서는 '지역주도'의 지역사업과 중앙과 지방간 수평적 파트너십의 체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방시대위원회의 행정위 전환과 같은 과제가 중장기적으로 요구되겠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가능한 제도개선과 거버넌스구축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지방시대위원회는 최근 두 달간 5극3특 중심의 균형성장계획을 수립하는 과정 속에서 각 부처와의 협의를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 9월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의 균형성장 정책발표는 진행 중인 협의를 부분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명백히 진일보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협의체계를 궁극적으로 상시적인 '지방시대위-다부처' 협의테이블로 안정화할 수 있다면, 중앙정부에서 범부처기능이 제한적이나마 작동하는 것이고 이는 거버넌스전환의 매우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제도개선사항으로 이미 합의된 균형성장 관련예산 조정권한 ('기획재정부장관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은 제4항에 따른 지방시대위원회의 의견을 반영하여 (관련) 예산을 편성 및 조정ㆍ배분하여야 한다') 또한 상당히 의미 있으며 지방시대위의 거버넌스 지원기능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 같은 관련법 개정 등의 혁신과제수행을 위해서 국회의 적극적인 역할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거버넌스 관련하여 중요한 남은 과제는 초광역혁신체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역의 거버넌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이다. 중앙정부에서 대규모 재정투자의지를 갖고 권역별 산업전략을 집행하려 할 때, 지역에서는 특별지자체 혹은 그에 준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가칭) 초광역사업추진단 등을 통해, 광역시도단위를 넘어서 권역단위의 거버넌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거버넌스과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대안이 논의되었으나 현실적으로 특별지자체설치가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모아지는 중이다.

현재 권역별로 볼 때 충청권에서 '충청광역연합'이 2년간의 준비를 거쳐 설치되어 있고, 광주전남에서도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고려하여 특별지자체(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 설치를 선언했고 구체화방안을 모색 중이다. 물론, 특별지자체의 설치 여부는 지역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하고 특별지자체를 권역별로 구성하지 않더라도 5극3특 재정투자가 가능하도록 여러 개의 지역투자 및 정책모델을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는 어려운 길로 구태여 돌아갈 필요는 없기에 다수의 권역이 특별지자체를 구성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권역단위 거버넌스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이 지점에서 한번 더 기초적인 질문과 답변이 필요하다. 권역단위 거버넌스가 왜 그렇게 중요한가? 왜 기존 행정체계인 시도단위로 균형성장정책을 집행하면 실패의 리스크가 커지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중앙정부에서 권역단위로 정책을 집행하여, 5극3특 성장엔진 산업정책을 시행하고, 권역별로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함께 대학혁신을 추구하고, 권역별로 R&D허브를 구축하고 이런 정책들을 펼친다고 할 때, 이 정책들의 최종적인 성과는, 지역에서 지역주도의 거버넌스를 통해 혁신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약될 때 극대화될 수 있다. 즉, 이 다양한 정책 및 사업들 간의 조정과 협력체계는 중앙부처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권역단위에서 최종적으로 작동하고 조율될 필요가 있다.

권역단위의 혁신체계 형성을 위한 큰 방향을 중앙정부에서 제안할 수 있겠지만, 각 권역의 여건과 보유하고 있는 자원에 따라 차별화될 수밖에 없는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있어서 결국 지역의 의사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면, 초광역권역의 혁신거점을 단일도시권으로 할 것인지 복수의 거점도시로 할 것인지(다핵연계모델)에 대해 그동안 많은 논쟁들이 있었으나, 권역단위의 거버넌스를 통해 합의된 방향이 정치적으로도 지속가능하고 안정된 모델일 수밖에 없다.

균형성장전략-초광역전략의 큰 축을 거버넌스전환, 성장엔진(산업투자), 국토공간혁신의 세 축으로 생각할 때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지자체 설치가 가능하도록 제도개선이 이루어졌고 나머지 과제는 사실상 지금까지 미뤄진 셈이었다. 새 정부에서 균형성장정책의 첫 발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내딛고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지역의 적극적인 참여, 의견개진, 핵심파트너로서의 적극적 역할을 통해 중앙과 지방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균형성장정책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기이다.

진종헌공주대 교수진종헌

*필자소개: 진종헌 공주대 교수는 문재인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메가시티전략을 중심으로 균형발전정책을 제안했다. 2022년에 <초광역 지역시대>(공저)를 집필했다.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대한지리학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최근에는 메가시티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자와 이를 위한 제도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25년 이재명 정부출범과 함께 국정기획위원회 균형성장특위 자문위원,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위 위원으로 균형성장정책의 새 방향에 대한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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