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신청한 주민들에게 갈등유발시설 계획이 제출될 때 문자로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당진시 알리미 홈페이지
먼저, 몇몇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갈등유발시설 사전고지 조례'를 확대하고, 실효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가 지자체에 인허가 신청을 하면 주민에게 반드시 통지하도록 하는 제도가 이미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2025년 6월 기준 전국 35개 지자체가 사전고지 조례를 마련했으며, 고지 대상은 폐기물처리시설, 가스 저장소, 도축장, 발전소, 장례 시설 등 최대 11종에 이른다. 대부분은 게시판이나 공문으로만 알리지만, 양주·파주·평택·김해·당진·서산 등은 문자로 안내한다. 주민 접근성이 월등히 높은 방식이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 의견 수렴 절차도 두고 있지만 여전히 반영 여부는 행정 재량에 달려 있어 한계가 크다. 그럼에도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제도로서 전국 확대가 필요하다.
또 개발사업 추진 시 마을 단위로 충분히 협의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투자협약을 맺거나 사업계획서·인허가 신청서를 접수할 때, 해당 마을과 인근 마을 주민에게 이를 공개하고 공식적으로 협의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의 과정은 이장이나 대표 몇 명의 서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총회를 통해 의견을 모으고 이를 공식 문서로 제출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렇게 해야만 주민들의 생활권과 건강권이 제도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
각종 심의·위원회 과정을 전면 공개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현재 산업단지계획심의위원회, 도시군관리계획위원회, 산지관리위원회 등은 대부분 밀실에서 진행된다. 일정도 주민에게 고지되지 않고, 회의록은 수개월이 지난 뒤 공개되며, 주민은 방청이나 발언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앞으로는 회의 일정과 안건을 사전에 공개하고, 주민 방청과 의견 발표를 보장하며, 회의록을 즉시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각 지자체에 설치된 위원회 회의 공개 조례를 강화하고 법령 수준에서 '회의공개법' 제정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환경영향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고, 주민들의 참여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현행 환경영향평가 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사각지대가 많다. 예를 들어 1일 100톤 미만의 소각장은 평가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법정 기준을 절반으로 낮추거나, 지자체 조례로 보완해 더 많은 시설이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17개 시·도 중 12곳이 조례를 제정해 '1일 50톤 이상 소각장'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례를 통해 대상이 확대되면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람, 주민설명회, 공청회 절차가 의무화돼 주민들의 알 권리와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된다. 아직까지 조례가 없는 지역은 서둘러 이를 마련해야 하고, 이미 제도를 운영하는 곳은 평가 결과가 형식적 절차에 그치지 않도록 주민 참여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
"뒤늦게 알았다"는 주민들의 절규는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주민들이 제때 정보를 접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전고지 의무화, 마을 단위 협의, 심의위원회 전면 공개, 환경영향평가 실질화 같은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할 때, 밀실 속에서 추진되던 난개발은 멈추고, 주민들의 삶과 권리가 지켜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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