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30 10:02최종 업데이트 25.09.3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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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연합=OGQ

우리는 다양한 인연을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다양한 인연의 수만큼 다양한 이별이 존재합니다. 그렇게 애도는 혈연을 뛰어넘습니다. 연인, 친구, 직장 동료, 동네 이웃, 반짝였던 스타, 이름만 간신히 아는 누군가… 혈연 밖의 이들도 모두 애도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장례라는 영역은 그동안 혈연의 관계에만 허락됐습니다. '장례는 가족이 치르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은 아주 견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례 치러줄 가족이 없을 수 있다는 경우의 수는 많은 사람이 고려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어 가족들이 장례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앞선 말을 조금 더 정확하게 하자면, 장례라는 영역은 일종의 '정상 가족'에게만 허락된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정상 가족'을 꾸리지 않은, '정상성' 밖의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비혼을 선언하는 청년과 결혼하더라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설령 자녀를 낳아 양육하더라도 외동인 경우가 많죠. 현행법상 이들 모두 '무연고 사망자'가 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비혼일 경우, 자녀가 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시겠지요. 그럴 경우, 형제자매가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유일한 연고자가 됩니다. 만약 형제자매가 없다면 그대로 '무연고 사망자'가 될 것이고, 형제자매가 있다면 그들이 장례를 치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들은 옛날만큼 형제자매가 많지 않습니다. 형제자매 혼자서 장례를 모두 책임져야 할 수도 있지요.

결혼 하고 자녀를 양육하면 상황이 조금 나을까요? 비혼에 자녀가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일단 배우자의 죽음은 본인과 자녀가 감당할 수 있겠지요.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건강 상태가 괜찮다면요. 하지만 그 뒤 본인이 사망했을 땐 자녀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합니다. 외동이라면 자녀 혼자서 장례를 감당해야 하지요. 여기에 한가지 가정을 더해봅니다. 만약 자녀가 비혼에 무자녀의 삶을 원한다면? 자녀는 무조건 '무연고 사망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 구조가 바뀌고, 가족 구성원에 변화가 생기면서 이렇듯 장례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대가족을 이루며 살았던 때의 방식을 고수하기엔 상황이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결혼과 출산이 더는 기본 조건이 아닌 시대에 맞춰, 장례의 형태와 방식도 변화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법률이 개정되었지만

다행인 점은, 이런 시대 상황을 고려해서 비혈연의 관계더라도 장례를 치를 방법이 생겼다는 점입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조16호에는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도 연고자에 포함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보건복지부의 '장사업무안내'는 직계 가족이 아닌 친족이나 비혈연의 관계도 연고자가 될 수 있음을 설명해 두었지요. 거기에 더해 제12조의2에는 '장례주관자'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장례주관자'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주관하는 비혈연의 관계를 뜻합니다.

보건복지부 지침과 장사법 개정 이전에는 명확한 방법이 아예 없었으니, 없던 것이 생긴 것은 아주 큰 변화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비혈연의 관계가 장례를 치르는 것에 여전히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중 최근에 문제가 된 것은 사망진단서 발급입니다. 장례의 가장 중요한 단계는 발인입니다. 고인을 관에 모시고 장지로 이동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서는 사망진단서가 있어야 합니다. 화장 예약을 할 때 필수 서류거든요. 그래서 장례를 시작하기 위해 가장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병원이나 검안의를 통해 사망진단서나 사체검안서를 발급받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나 '장례주관자'가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을 법률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의료법' 제17조를 살펴보면 진단서를 발급받을 수 있는 관계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직계 가족과 형제자매, 배우자의 부모가 여기에 속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연고자나 '장례주관자'가 발급받을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리고 근거가 없으니, 병원은 당연히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답답한 상황

서울시 공영장례에 참여한 시민들이 고인께 올린 국화꽃김민석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ㄱ에게는 생존한 친족이 조카뿐입니다. 형제자매도 몇 년 전에 모두 사망했고, 본인은 자녀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ㄱ이 사망했고 유일한 친족인 조카가 나서서 장례를 치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카는 법률상 장례를 바로 치를 수 있는 연고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구청을 통해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로 인정받은 뒤 병원에 찾아갔지요. 자신이 연고자로서 장례를 치를 터이니 사망진단서를 발급해 달라고요.

하지만 의료법에 근거가 없기 때문에 병원은 사망진단서 발급을 거부했습니다. 조카는 황당합니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구청을 통해 연고자로 인정을 받았는데도 장례를 시작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답답하기는 병원과 장례식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가족이 모두 없는 상황에서 조카가 나타나 장례를 치르려고 하는데, 거기에 협조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니까요. 상식적으로, 도의적으로는 발급해 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병원과 의사가 의료법을 위반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게 ㄱ은 '무연고 사망자'가 되었습니다. 조카가 장례를 치르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말입니다.

이렇듯 장례를 치르는 것은 여러 법률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입니다. 단순히 장례라는 영역에 한정해도 이렇고, 사망신고나, 유품 정리 등 사후 사무까지 확장되면 더욱 그렇습니다. 비혈연의 관계가 장례를 원활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장사 등에 관한 법률'만 개정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 등 다른 법률도 같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적어도 지금처럼 법률 간의 충돌이 생기지 않게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된 것은 큰 변화이고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맞춰 다른 법률도 세심하게 살펴보고 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변화하고 있고, 더 이상 전통적인 '정상 가족'만을 상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를 줄이고, 모두가 안녕한 죽음과 장례를 맞이하기 위해 이제는 혈연 중심의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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