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인구 10만 명당 성별 밸일해 발생률과 성비해당 연령대에서 성비가 1보다 크면 여성보다 남성이, 작으면 남성보다 여성의 발생률이 더 높다는 의미다.
Health Socialist Club
지난해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백일해는 이 구도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백일해(百日咳)는 백일(百日) 동안 기침(기침 해 咳)을 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답게,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며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 사이에서 감염되는 이 질병의 확산 양상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양상이 발견된다. 아동청소년 확진자 중에선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았지만, 자녀 돌봄의 주된 책임을 지는 30~40대 연령층에서는 여성 확진자가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연령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인구집단에서 백일해 발생을 살펴보면 남성에서 그 발생률이 더 높다. 하지만 연령을 구분하면 연령대별로 성별 차이가 뚜렷하다. 10대의 경우 여성 발생 대비 남성 발생의 비율이 1.56으로 남자 집단에서 발생이 더 많지만, 0~9세와 70대 이상에서는 여성과 남성이 거의 동등하게 감염됐다.
반면, 20대부터 60대까지는 오히려 여성에서 발생률이 더욱 높고, 특히 그 차이는 30대와 40대에서 뚜렷하다. 돌보는 사람이 어떻게 감염되는지, 짐작하게 하는 자료다. 결국 자가격리, 재택근무, 휴직 등 보호와 안전을 빌미로 집 안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모든 사람을 집으로 돌려보낸 의도적인 결과다.
안전한 집은 환한 미소로 나를 맞는 아내 또는 엄마로 끊임없이 형상화된다. '집 밖'에서 일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야 했던 이들도 여성의 모습을 가졌다. 상황이 변해 다시 노동시장으로 '복귀'하더라도 가족과 집을 돌보는 데에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쏟을 수 있는 파트타임을 선택해야 했던 이들 역시 여성의 모습을 했다. 이 형상은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놓치고 마는 걸까?
집이 안전한 공간이라는 말은 집을 안전한 공간으로 가꾸고 돌보는 누군가를 가정할 때만 일말의 진실이 된다. 우리는 이 사실을 의심하지 않고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시하면서도, 이 안전을 돌보는 사람까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집 안에서도 감염과 전파의 가능성은 상존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이루어지는 전파의 특성상 같은 공간이라도 집에 더 오래 있는 사람, 다른 구성원과 더 빈번히 접촉하는 사람, 밥을 주고 빨래를 하고, 아픈 가족을 간호 간병하는 사람일수록 감염으로부터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 관계의 중심에는 가부장적 위계와 권력에 따라 부당하게 배분되는 돌봄이 있다. 안전한 집은 결국 돌봄을 공동의 몫으로 갖는 평등한 관계의 토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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