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오후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환영만찬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산림협력의 시발점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 공동선언과 2007년 노무현정부의 10.4 공동선언이다. 이렇게 형성된 남북교류의 분위기에 힘입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사)평화의 숲과 (사)겨레의 숲 등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남북공동 나무 심기와 양묘장 조성사업이 추진되었다. 그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긴 단절을 가져왔다.
다시 남북산림협력이 재개된 것은 다들 인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과 평양정상회담이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남북산림협력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남북간 교류협력을 희망하고 있는데, 그간 형성된 불신의 벽이 높아 새로운 형태의 접근 방식을 모색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먼저 이전의 민주정부가 남북산림협력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였던 것은 무엇이고 한계점은 무엇이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으면 한다.
남북산림협력이 가지는 의미
노무현 정부에 추진된 남북산림협력은 정부차원이 아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전혀 관여하지 않은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실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민간차원의 남북산림협력이 추진된 것은 북측의 요구이기도 하였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된 남북산림협력은 무엇보다도 시작되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고, 민간차원의 협력이다 보니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그리고 남북산림협력이 가지는 의미와 추진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산림협력은 그간의 방식과는 다르게 정부차원에서 추진되었다. 산림협력이 남과 북의 정부차원의 의제가 된 것은 판문점에서 정상 간의 논의가 있었고, 평양정상회담에서도 산림협력은 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합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산림청장이 대통령비서실장이 주관하는 평양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과 공식수행원으로 참여한 것도 남북산림협력의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있어서 남북산림협력이 왜 우선 과제가 되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를 직면했고 과도한 산림 개간으로 인해 산림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다. 이것을 심각한 사회환경적인 문제로 인식한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산림복구를 우선 국책과제로 추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실제로 2008년 북한의 황폐된 산림면적이 284만 ha(우리나라 면적의 약 1/4)이었는데, 2018년 262만 ha로 크게 성과를 얻지 못했다. 이는 북한의 과다한 땔감 사용, 산사태와 산불 등 자연재해, 재정악화 등 우선 해결해야 할 사회경제적 과제가 산적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무를 심더라도 바로 땔감으로 사용하거나 산림토양 상태가 열악하고 물 주기 비료주기 등 관리해 줄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 않아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국토녹화 과정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양묘장 지원, 태양광에너지, 소득작물 심기, 아궁이 개선, 지속적 일자리 등 복합적인 지원을 통해 산림복원을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였다.
둘째, 산림협력은 국토복원이라는 환경적인 측면과 삶의 여건이라는 인도적인 측면이 강하고, 이념대립의 요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국제적인 대북 경제제재 하에서 비교적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쉬운 분야라는 점도 우선 사업으로 검토된 이유이다. 특히 대북 경제제재를 주도했던 미국의 입장에서도 산림협력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대하기 어려웠다. 실례로 양묘장 시설에 필수적인 파이프의 경우 철재라는 이유로 처음에는 제재 대상이었지만 우리 정부의 설득을 통해 제재대상에서 제외됐다.
셋째, 산림협력은 다른 분야의 경제협력과 비교하여 재정부담이 훨씬 적고 기업이나 시민단체 등 민간참여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산림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참여의사를 타진 받았다. 기업들에게는 탄소배출권과 타산업투자 진출을 하기 위한 교두보이자 시험무대가 될 수 있어서 적극성을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당시 기업의 입장에서는 탄소배출권 확보가 제품생산과 수출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ESG경영이 강조되는 시기이기도 하였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불확실하지만 새롭게 열릴 가능성이 있는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컷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한 부분인데, 남북산림협력을 통해 남남갈등을 사회적 통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당시 산림청장의 주요업무는 주요 종교단체와 보수언론 그리고 보수단체를 만나 남북산림협력의 필요성과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산림청으로서는 생소한 역할이어서 상당히 긴장하면서 만남을 가졌지만 의외로 적극적인 협력을 약속하였고, 우리 교회는 어디에 양묘장 지원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요청도 있었다.
이재명 정부를 위한 제안
이와 같이 남북산림협력은 한반도의 평화를 열어가는데 많은 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를 넘어서기는 매우 어려웠다. 평양정상회담 이후에 우리 정부의 실무진이 북한을 방문하여 산림병해충 방제와 양묘장 지원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리고 미국과 협의를 통해 병해충방제용 약제 50톤을 지원하였다. 아쉽게도 이것이 유일한 실질적인 남북 산림협력 사업이었다. 양묘장 10동에 대해서는 제재가 해제되었으나 하노이 회담이 일방적으로 결렬되면서 지원사업이 중단되었다. 즉, 아무리 남북이 협의를 하고 우리 국민이 지지를 하더라도 UN과 미국의 동의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명 정부도 남북산림협력이 가지는 의미는 크며, 앞으로의 남북경제 협력의 교두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존의 접근 방식이 아니라 국제정세의 역학관계를 보다 포괄적으로 활용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남과 북 그리고 미국의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려고 했던 것을 러시아와 중국을 포함한 확장된 관계 속에서 접근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북한과 가까운 러시아에 가칭 "동북아시아산림협력센터"라는 거점을 마련하여 기후변화에 의한 산불, 산림병해충 등 산림재해에 대응하고 황폐된 산림을 복원하는 활동을 추진한다면 북한도 큰 저항감 없이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동북아시아산림협력센터에서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인적교류도 할 수 있으면 한다. 여기에 미국이나 일본이 참여하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또한 우리 정부가 2019년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 제14차 총회에서 제안한 PFI(Peace Forest Initiative)를 실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산림협력의 방식은 남과 북이 정부나 시민단체 차원에서 직접 교류하는 방식을 전제로 추진해 왔다. 그리고 DMZ 인근지역에 상징성이 있는 평화공원을 만드는 방안이 제안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도도 의미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이제는 동북아시아라고 하는 보다 큰 틀에서 남북산림협력의 방향이 모색되었으면 한다.
▲김재현(사) 평화의 숲 대표
포럼 사의재
*필자 소개 : 김재현은 1997년 건국대 교수로 부임하였고, 한편으로 (사)생명의 숲의 사무처장과 운영위원장을 병행하는 등 사회활동에도 참여하였다. 지금도 교수와 (사)평화의 숲 대표를 병행하고 있다.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 산림청장을 역임하였으며, 평양 정상회담의 정부 대표로 참여하여 남북산림협력의 토대를 만들고자 하였다. 2022년에 충북 괴산에 귀촌하여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면서 살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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