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23 13:56최종 업데이트 25.09.23 17:04
  • 본문듣기
답변하는 엄희준 검사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가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남소연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고, 주임검사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중략) 가장 사건 내용을 잘 아는 주임검사한테 의견을 들은 것입니다."

쿠팡 봐주기·수사 뭉개기 의혹을 받는 엄희준 광주고등검찰청 검사가 국회 증인으로 나와 한 말이다. 2025년 2월 당시 인천지방검찰청 부천지청장이었던 엄희준 검사가 담당 A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신아무개 주임검사를 지청장실로 불러 따로 대화를 나눴는데, 쿠팡 무혐의 처리를 지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아무개 주임검사는 '쿠팡 – 무혐의'로 사건을 정리하라는 엄희준 지청장의 지시 내용을 A 부장검사에게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신 검사는 쿠팡 사건을 배당받은 지 보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반면, A 부장검사는 작년 6월부터 이 사건을 검토해왔다. 결국 엄희준 검사의 증언은 사실과 배치되는 셈이다.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김용민(더불어민주당)·박은정(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지난 4월 검찰의 '쿠팡 일용직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 무혐의·불기소 처분을 둘러싼 봐주기·뭉개기 의혹을 따져 물었다.

김용민 의원은 쿠팡 사건을 담당했던 A 부장검사가 당시 부천지청 지휘부(엄희준 지청장·김동희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행사 등으로 처벌해 달라고 대검찰청에 진정서를 낸 사실을 두고 "이례적인 일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엄희준 검사는 "허위사실에 기한 진정"이라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부장검사가 얘기하는 것들이 다 거짓말이라는 건가"라고 묻자, 엄희준 검사는 "(노동청 압수수색 결과를) 보고하지 않고 대검을 속였다고 진정을 했는데, 대검에 보고한 내역이 전산시스템에 객관적으로 남아 있다"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그걸(노동청 압수수색 결과를) 무시하고 증인이 보고한 문건으로만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진정한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또한 A 부장검사를 거치지 않고 신아무개 주임검사를 따로 불러 '쿠팡 무혐의 처리'를 지시했는지 묻자, 엄 검사는 "일방적으로 지시하지 않았고 주임검사의 의견을 들었다"라고 답했다. 'A 부장검사 패싱'을 두고는 "부장검사한테 문의할지 주임검사한테 문의할지는 지청장이 적절한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엄 검사는 대검 감찰 결과 자신의 말이 허위일 경우에는 위증죄로 처벌받겠다고도 했다.

박은정 의원은 "노동청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검찰은) 무혐의로 댕가당했다"라고 지적하자, 엄 검사는 "쿠팡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저희도 법리만 되면 처벌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검사들이 무슨 수사를 잘하나. 노동청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무혐의로 해버리고, 부장검사가 당시 지청장과 차장검사를 수사의뢰하고 징계요청을 했다. 어떻게 하면 부장검사가 그렇게 하느냐"라고 일갈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이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검찰의 쿠팡 봐주기·수사 뭉개기 의혹을 제기하며 활용한 파워포인트 자료.국회방송

<오마이뉴스>는 2024~2025년 부천지청 지휘부의 '수사 뭉개기·쿠팡 봐주기' 의혹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대검 보고서에 핵심 증거를 누락하는 등의 방법으로 쿠팡을 불기소했다는 것이다. A 부장검사는 지난 5월 자신의 상관이었던 당시 엄희준 부천지청장·김동희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허위공문사 작성·행사 등으로 처벌해 달라며, 대검찰청에 진정서(감찰 및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사건 처리 과정에서 쿠팡이 변경한 취업규칙은 무효이고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쿠팡의 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 A 부장검사의 의견은 묵살됐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문제의 취업규칙이 위법한지 여부를 따져보고 있다. 위법 판단이 나오면, 검찰 불기소의 주요 근거가 뒤집히는 셈이다.

- 부장검사는 왜 상관을 수사의뢰했나 연속보도
[단독] "핵심 증거 누락"...검찰의 쿠팡 불기소 전말을 공개합니다 https://omn.kr/2fbhs
[단독] '유착 의혹' 검사·김앤장 변호사 통화기록... 일주일 뒤 폐기된다 https://omn.kr/2fbht
[단독] '일용직 퇴직금' 삭제한 쿠팡...검찰은 '스모킹 건' 빼고 면죄부 https://omn.kr/2fc2f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