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2025년 9월 2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자민당 총재 선거 캠페인의 시작에서 연설을 마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는 자민당 총재 선거가 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지 않은 한, 기본적으로 '당심'보다는 '중진 의원들의 손'에 의해 좌우되는 구조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일본 정치에서 여론의 흐름 이상으로 파벌 간 협상과 줄서기가 결정적임을 보여주는 예다.
이번 자민당 총재 선거는 단순한 계파 다툼이 아니다. 일본 보수 정치 내부에 자리잡은 세대 교체의 압력, 이념적 균열, 파벌 재편의 가능성이 교차하며, 그 응결점에 두 인물이 서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는 전직 총리의 아들이라는 후광을 넘어서, 독자적인 대중성을 확보한 인물이다. 스스로 파벌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무파벌 그룹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력과 광범위한 지지층을 형성해 왔다.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기시 유타카 전 문부과학상 등 비주류 온건파의 후원을 등에 업고 있으며, 당 바깥 여론에서도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정책 역량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환경상 재임 당시 보여준 행정 성과는 뚜렷하지 않았고, 토론에 약하고 섬세함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직 장악력과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선거 국면에서 뼈아픈 약점이다.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의중을 가장 강하게 계승한 인물로 평가된다. 안보, 경제, 헌법 개정 등 모든 분야에서 강경 노선을 취하며, 아베파의 조직력과 결속력을 발판 삼아, 국회 내 중진 의원들의 신뢰도 두텁다.
하지만 그 이념적 강경성은 당 외부의 확장성과 조화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중도층과 젊은 세대에게는 구시대적 이미지로 비칠 여지가 있고, 여론조사에서도 확고한 비호감층을 형성하고 있다.
두 인물 간의 대결 구도는 자민당 내부의 세대 갈등과 정책 노선의 분화, 그리고 향후 10년간 보수 정치의 권력 재편 시나리오와 직결된다. 겉으로는 '개혁적 이미지'와 '보수 본류'의 대립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 안팎의 권력 네트워크가 복잡하게 교차하는 정밀한 전장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까지의 여론 흐름은 다카이치 사나에와 고이즈미 신지로가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아사히신문>이 2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기준으로 다카이치 후보가 28%, 고이즈미 후보가 24%의 지지를 얻고 있다.
주목할 점은 자민당 지지층만을 기준으로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고이즈미 후보는 41%의 지지를 받아 다카이치(24%)를 크게 앞선다. 당원들 사이에서 고이즈미에 대한 호감도가 압도적으로 더 높다는 의미다.
그러나 자민당 총재 선거의 구조상,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표심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 현 구도대로라면 결선 투표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국회의원과 도도부현 대표들의 표가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일본 국민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이유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광 지구 내 나카미세 쇼핑가가 방문객들로 붐비는 모습. 2022.6.10
연합뉴스
전체 유권자는 다카이치>고이즈미, 자민당 지지층은 다카이치<고이즈미의 지지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남은 변수는 중진의 향방과 3~5위 군소 후보의 선택이다. 결선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이들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일본 정치에서 계파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고는 하지만, 내부적 결속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런 구조 속에서 약 90명의 의원을 거느린 아베 신조 전 총리 계파의 지지를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후보는 강력한 조직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주요 계파들은 전반적으로 다카이치 후보보다는 고이즈미 후보에 더 우호적인 기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선택이 단일하게 정렬될 경우, 조직표의 흐름이 결정적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선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씁쓸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표심이 유권자, 당원, 국회의원 사이에서 단계마다 달라지며 긴장감 있는 전개를 만들어내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소수 중진 간의 비공식 협의에 달려 있다. 다수가 참여하지만, 실제로 결정하는 건 극소수라는 구조적 역설이 이 선거를 더욱 아이러니하게 만든다.
결국 일본의 총리가 누구냐는 질문은, 국민의 다수가 아닌 소수 정치 엘리트들의 교차된 이해관계 속에서 결정된다. 여론조사상 지지율, 당원과 지지층의 기대, 심지어 언론의 예측마저도 실제 당선자를 가르는 데에는 제한적 영향을 미칠 뿐이다.
총재 선거가 거듭될수록 드러나는 것은, 외부의 개혁 열망과 내부 권력 구조의 비가시성이 낳는 단절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 단절은 단순한 정보 격차를 넘어서, 참여 자체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정치적 회의로 이어진다.
이런 괴리는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구조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표심은 여러 차례의 간접적 중개 과정을 거치며 점차 희석되고, 결국 소수의 조율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학습은 정치에 대한 거리두기와 체념을 낳는다.
정치가 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참여의 결핍이 아니라 참여가 무력하다는 체험에서 비롯된다. 지금 일본 정치가 마주한 가장 큰 위기는 제도의 폐쇄성이 낳은 '대표성의 부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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