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는 바빠야 할까?'marvelous on Unsplash
저자는 생업의 사고방식으로, '왜'보다 '원래'라는 말을 넣어 질문하기를 독려한다. 그러면 '왜 우리는 바쁠까?'를 '원래 우리는 바빠야 할까?'로 바꿔 질문할 수 있겠다. 원래 우리는 바빠야 할까? 원래 회사를 다니고, 돈을 많이 벌고 살아야 성공할까. '원래'를 지우고 나면 실체 없는 강박에 짓눌러 살아가는 사람이 보인다. 문제는 그의 고통을 '성실하느라 치른' 대가로만 여겨온 것.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해보자. 나를 바쁘게 하는 '그 무엇'을 지우고 나면, 나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보여주기 위한 성실'에서 벗어나면 우리는 각자 어떤 모양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오늘날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일본인은 자기 힘으로 일을 만들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러나 고도 경제 성장기 이전에는 개인 사업자가 많았고, 그런 일들이 계속 골을 넣던 시대가 있었다. (중략) 일본은 전국적인 대기업을 육성하면서 농민들을 대규모로 고용했고, 그렇게 해서 '주식회사' 일본이 성장했다."
-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이토 히로시)중에서
회사를 이루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일의 기쁨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기쁨이 내 삶의 기쁨과 그리 일치하지 않는다면, '회사라는 지붕에서 벗어난 나'에 관한 생각을 과감히 켜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집에서, 회사 밖에서, 친구와 함께하며 즐겁게 꾸린 일들을 떠올리면 어떨까. 이토 히로시는 그 모든 것의 가능성을 '생업'이라 부르며, 그 첫걸음을 떼는 방법을 명쾌하게 알려준다.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가에 매달리기보다 무언가 스스로 만들어보는 경험 쌓기, 콘텐츠 중심의 발상보다 다양한 개별 사례 중심으로 먼저 생각하기. 주어진 현실이 바닥이면 거기서 출발하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목표 대신 현재 내 생각과 감각을 들여다볼 때 우리 존재는 '원래' 모양을 드러낼 것이다. "진이 빠지지 않으면서도 천천히 음미하는 즐거움"이 깃든 삶과 가까워지겠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건 전문가의 능력보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아마추어적 상상력이다. 건강한 삶을 위한 시도는 '특정한 콘셉트'를 짜려는 목표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 저자는 그간 우리가 수행한 업무는 서구적 발상에 기인했음을 비판하며, '개별적 경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궁리해볼 것을 권한다.
이토 히로시는 말한다. '생업적' 발상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욱 중요해질 시대가 올 거라고. 그리하여 "기획하지 않는 삶, 애쓰지 않는 자연스러운 방식은 그들이 사는 동네의 일상과도 맞닿아(<적당히 벌고 잘 살기>, 슬로비)" 오늘의 우리를 해방시킬 수 있겠다. 우리의 삶을 도둑맞게 하지 않을 재간이 생기겠다. 다른 말로 하자면, 희망이 조금 보이겠다.
여전히 내 삶의 팔할은 회사 일에서 비롯하지만, 생활의 달인 이토 히로시 덕분에 한 가지는 터득한 것 같다. 언젠가 내 삶의 팔할을 '자연스러움'으로 채우기. 그 실마리를 건네는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읽기를 권해본다. 미친듯이 성실하지 않아도 잘 살 자유를 알리는 비법이 담겼다.
본디 '소박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꾸밈이나 거짓이 없고 수수하다'이다. 어쩌면 소박한 생업은 내가 온전히 나일 수 있을 때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그 자립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퍽 신랄하다. 무엇보다 유능한 브랜드로 살아남으라고 하지 않는다. 꾸밈이 없다.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 인생을 도둑맞지 않고 사는 법
이토 히로시 (지은이), 지비원 (옮긴이), 메멘토(202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