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내란관여자 포함시킨 영관급 장교 진급인사 규탄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이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열린 '내란관여자 포함시킨 영관급 장교 진급인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국민주권정부의 첫 군 인사가 내란 관여자들에게 놀아나선 안된다"며 규탄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정민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과 관련해 문상호 정보사령관과 갈등을 빚던 박민우 준장은 2024년 6월 정보사에서 방출되었다. 그런데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검찰에 출석해 내란죄로 수사를 받을 때 남긴 진술에 따르면 이 시기에 노상원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에게 박 준장의 비위 사실을 제보했다고 한다. 휴민트를 통솔하는 100여단장을 내란에 앞서 자기 사람으로 갈아 끼우려 했던 것이다. 실제 박 준장을 밀어낸 뒤 공석이 된 100여단장 자리를 미끼로 김봉규 정보사 중앙신문단장과 정성욱 100여단 2사업단장을 내란으로 끌어들인 것 역시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노상원의 회유에 말려들지 않았던 A중령 역시 마찬가지로 휴민트에서 방출 수순을 밟았다. A중령은 노상원의 만남 제안에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뒤로 2023년 4월 경부터 조직 내에서 상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임무 수행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면서도 노상원은 한편으로 김봉규 대령 등을 통해 A중령에게 만남 제안을 계속 전해왔다고 한다. 화전양면술을 쓴 것이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계속 A중령이 노상원과의 만남에 응하지 않자 2024년 8월 정보사는 내부 규정까지 불법적인 내용으로 바꿔가며 A중령을 휴민트 보직에서 밀어내버렸다. 육군규정에 의해 부여되는 휴민트 특기 부호를 정보사령관이 사실상 아무 때나 임의로 해제하고 조직에서 쫓아낼 수 있는 규정을 만들고, 규정 개정 8일만에 A중령을 비휴민트 보직으로 쫓아낸 것이다.
정보사를 손발로 만들기 위한 노상원의 공작은 상당기간 집요하게 이뤄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2024년 12월 3일과 같은 날을 준비하고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노상원 라인'이 아직도 정보사 내에서 암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방부가 발표한 중령 진급 예정자 명단 중 정보 전문 특기(휴민트) 진급자 대부분은 노상원의 지시에 따라 문상호와 정성욱, 김봉규가 직접 선발한 소령들이다.
여전히 내란범이 승승장구하는 정보사, 국방부
100여단 소속의 박OO 소령은 중, 소령급 정보사 장교 35명을 선발하라는 명을 받아 '전라도 출신 제외, 사업(공작)을 잘하고 똘똘한 놈들, 특수부대에서 몸이 건장하고 힘 좀 쓰는 인원'이라는 조건에 맞는 정보사 요원을 선발했는데,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이 선발 조건 역시 노상원의 지령으로 확인된다. 정보사령부 계획처 소속의 이OO 소령은 상관인 고동희 계획처장과 함께, 100여단 소속 권OO 소령은 상관인 사업단장에게 보고 없이 부대를 이탈하여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폐쇄성이 강한 조직 특성 상 진급예정자를 선발할 때 육군본부에서 진행하는 진급 심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고, 대부분 정보사에서 건의한 대로 선발한다. 결국 휴민트 요원들에 대한 인사권이 여전히 노상원의 영향력 하에서 내란에 가담한 자들의 손에 놓여있다는 사실이 훤히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A중령을 비휴민트 보직으로 밀어낸 정보사는 내란 이후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최근 아예 A중령을 정보사에서 쫓아내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정보 전문 특기에서 해임할 것을 결정한 뒤, 육군본부에 해임을 건의해둔 상태다. 육군본부는 오는 10월, A중령의 정보 전문 특기 해임을 심의할 예정이다. 노상원의 회유에 응하지 않은 A중령을 포상하기는커녕, 오히려 조직에서 아예 쫓아내려 하는 상황 역시 정보사 휴민트 조직이 '노상원 라인'에 의해 장악되어있다는 증거다.
군 안팎에서 안규백 장관의 군 인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안 장관이 '진급 예정자가 실제 진급하기까지 1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에 특검에 의해 기소되는 등 죄가 밝혀지면 진급을 취소하면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는 오산이다. 단순 가담자 몇몇이 진급 예정자에 포함된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군의 곳곳이 내란에 가담한 자들에게 잠식된 상황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특히 폐쇄적인 정보사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란에 가담해도 승승장구하고, 내란에 동조해달라는 상관의 회유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하는 군대에서 누가 헌법과 법률을 중시하며 복무할 수 있겠는가? 원래 군대에선 법은 멀고 상관은 가깝다. 이 그릇된 풍토를 바로잡자면 작금의 인사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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