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의 모습. 2025.3.21
연합뉴스
"방법이 그것밖에 없을까요."
18일 오후 서울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대법정, 지귀연 부장판사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는 "재판부를 존경하고, 절차 진행방식이 너무나 훌륭하고"라면서도 "이것은 양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 심리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내란 사건 재판에는 방첩사령부 기획관리실장 박성하 대령이 증인으로 나왔다. 그런데 본격적인 증인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김 전 장관 쪽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내란특검이 준비한 질문에 증거능력이 문제될 수 있는 사안이 담겼고, 그 내용은 공개되어선 안 되는데 예정대로 증인신문이 이뤄진다면 방어권 침해라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일단 절차를 진행하되 그때그때 판단하겠다고 정리했다.
'윤석열' 언급되자 증거법 주장... 지귀연도 '어리둥절'
그런데 유병국 검사가 "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에 개설된 대화방 중에 합참에 나가있는 방첩부대 인원이 포함된 단체대화방도 있었는가"라며 "
해당 단체 대화방에 게시된 메시지 중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내용도 있었는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고영일 변호사는 "방첩사 대원이 원진술자고, 이 채팅방은 전문(傳聞, 간접 경험한 내용)이고, 증인이 하는 것은 재전문이 된다"며 문제제기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재전문 진술은 '저는 저 사람이 누구한테 50만 원 뇌물을 받는 걸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것이고, (검사 질문은) 그냥 목격사실을 물어보는 것이지 않나"라며 "지금 왜 재전문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다. 이하상 변호사는 "증거능력이 없는 걸 현출시켜서, 그런 무익한 절차로 재판부 심증에 영향을 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 부장판사는 "이분 증언 내용은 결국 그걸 봤냐 안 봤냐"라며 어리둥절했다.
오후 4시 2분, 재판부는 잠시 쉬자고 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단은 계엄 당시 합참 결심지원실에서 대통령의 행동을 언급한 메시지를 다루면 안되고, 차라리 해당 메시지를 작성한 A중령부터 불러야 한다며 박성하 대령 증인신문을 중단하자고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그건 아닌 것 같다. 증인께선 목격사실을 말하는 것이니까, 그걸 가지고는 사실인정을 할 수 없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 지귀연 부장판사 "제가 보기엔 여기에 시간 들이기보다 이따 반대신문을 통해서 목격사실이 맞는지, 목격 내용이 정확한지 그걸 다투는 게 맞는 것 같다."
- 이하상 변호사 "그건 저희들이 할 일인데, 기본적으로 노출되는 자체가 증거능력이 없는 증거를 들이대는 것과 같아서."
- 지귀연 부장판사 "본인이 뭘 봤냐는 것이지 않나. 하여간 변호인들이 걱정하는 만큼 목격사실 위주로 정확하게 (증언)해달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심문이 진행된 6월 25일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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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변호인단은 계속 이의를 제기했다. 급기야 지귀연 부장판사는 "저도 답답하긴 답답하다"며 "왜 이렇게 법원을 못 믿으시냐. 제가 보기엔 뭔가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까지 했다. 변호인단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이하상 변호사는 "저희도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검사들 의도가 있다. '대통령이 말했다더라' 그 말을 퍼뜨리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변호사들까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소리가 뒤엉켰다.
4시 32분, 재판은 다시 중단됐다.
2차 휴정 후에도 상황은 똑같았다. 변호인단이 박 대령의 위증 가능성을 운운하며 거듭 증인신문 중단을 요구하자 서성광 검사는 "증인에 대한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고 굉장히 부적절하다. 소송지휘권은 흥정대상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변호인단은 고성을 내며 항의했고, 다시 말들이 뒤엉켰다. 재판부는 "도대체 무슨 내용이길래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차후에 재판부에 미리 그 말씀(증인 순서)을 내주면 검찰에 미리 알려서 순서를 바꾸든지 하겠다. 이번에는 힘들 것 같다"고 정리했다.
하지만 이하상 변호사는 A중령부터 불러야 하는데 특검은 그를 증인 99명 중 맨마지막 순서로 뒀다며 "원진술자를 맨마지막에 박아둔 이유는 그냥 대통령 얼굴에 똥칠하겠다는 검찰의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또 순서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재판부의 공정성을 문제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다만 재판부 차원에서 한 번 논의해보겠다고 했다.
오후 5시, 재판은 또 다시 중단됐다.
"대통령 똥칠하겠다는 검찰 계획" 운운... 결국 기피신청
3차 휴정 뒤, 지 부장판사는 "재판부에서 협의했는데, 오늘 진행은 해야되겠다고 정리됐다"며 "지금은 증인신문을 진행하고, 아까 말씀하신 분(A중령)을 빠른 시일 내에 소환해서 증인신문하는 정도로 정리하자"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 쪽에) 데미지를 주겠다는 검사들의 의도를 허용해주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이게 최선이라고 하신다면, 재판부를 존경하고 신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 진행이 공평하게 진행되겠는가란 의심을 하게 된다"고 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강행하시면, 저희들은 기피신청하겠다."
결국 이날 재판은 완전히 중단됐다. 형사소송법 18조는 피고인에게 불공평한 재판이 이뤄질 염려가 있다면 법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재판부가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소송이 중단된다. 특검은 '명백한 소송지연'이라며 간이기각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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