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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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건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언석 원내대표가 한 말입니다.
정훈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끔찍한 발언입니다. 비상계엄이 성공하고,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동료 정치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도 괜찮다는 겁니까? 동료 정치인에 대한 저주를 넘어서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
워낙 논란이 컸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당하기까지 했기에, 송 원내대표가 금방 사과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송 원내대표는 침묵을 지켰고 당에서는 그를 두둔하기 시작하더군요.
김재원 최고위원은 1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신들의 언행에 치를 떨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제발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겠습니까? 그것은 당신들이 저와 같은 '2찍'들을, 이 기호 2번을 찍은 대한민국 국민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박멸의 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라며 도리어 민주당을 비난했습니다.
김도읍 정책위 의장도 11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을 하셨겠습니까?"라고 말했고, 곽규택 의원도 11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무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송 원내대표가 어떤 탄식처럼 한 말을 두고 의원직 제명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나간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성일종 의원도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송 원내대표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정청래 대표는 업보가 큰 사람이다"라며, 오히려 정 대표의 "사람하고만 악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달 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불법 계엄 내란에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다.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의힘을 직격했습니다. 실제로 정 대표는 광복절과 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식 행사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송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도 아니다"와 계엄군에 끌려가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발언입니다. 비상계엄과 이를 통한 국가폭력을 옹호하는 듯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적이고요.
지난 17일에서야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사과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본희의장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는 저도 유감"이라며 "전체 상황은 (여당과 야당을) 형평성 있이 다뤄달라"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가 불귀의 객이 '됐을 거다', '죽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당 대표의 발언은 무게가 달라야 된다"라며 "팩트에 맞게끔 발언해야 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짚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감'이라는 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인지도 불분명했습니다. "유감스럽다고 한 게 자신의 발언이 유감인지, 형평성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게 유감인지"라는 추가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선 "좋은 질문"이라고만 한 채,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망언 그 자체보다 더 문제적인 것은 망언에 대처하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단순히 다른 정치인에 대한 비방이나 모욕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한 비상계엄이 관련되어 있기에 빠르고 정확한 사과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망언을 두둔하며 또다시 민주당 탓만 하는 동료 의원들과 최고위원, 6일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지만 사과조차 명확하게 하지 않은 망언의 당사자였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반민주당'만 외치는 국민의힘의 현주소입니다.
[#3] 반성 없는 선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1대 '대선후보 교체 시도'로 회부된 권영세·이양수 의원을 징계하지 않기로 한 윤리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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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가 지난 7월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의결했으나, 윤리위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관련 기사 :
국힘, 결국 '후보갈이' 면죄부... 권영세·이양수 징계 없다 https://omn.kr/2fa6d)
이날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둘이서 한 게 아니고 비대위원회, 그다음 당내 국회의원들의 토론을 거쳐서 '이렇게 하자'고 해서 결론을 내서 나간 것"이라며 "자기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맡은 것"이라고 두 사람을 두둔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태도에선 공당으로서 '정당 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했다는 최소한의 반성도, 자정 노력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당 지도부가 입맛에 따라 '단일화 거부'와 같은 사유를 들어서 교체해도 '괜찮다'는 선례를 만들었을 뿐이지요.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은 12월 7일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무산시키고, 윤석열 체포 저지를 위해 관저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심지어 '친윤계'의 뜻에 따라서 현재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세우기까지 했습니다. 내란을 부끄럽고 청산해야 할 과거로 여겨도 모자랄 판에, 더더욱 '내란의 늪'에 깊게 빠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여차하면 '쿠데타'를 시도하고, 심지어 그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정당에 어떤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국회서 열린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도 "윤 대통령 석방하라" "돌아와라 윤석열" 등의 구호가 나왔다고 합니다.
정훈님, 저는 국민의힘의 현재 행보를 단순히 일반 시민들과 멀어지는 '자충수'로 평가하면서, 방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보수 개신교의 지지와 '우파 포퓰리즘'으로 재집권한 뒤, 극우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모습과도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음모론을 퍼트리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약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정치 말입니다.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이 적어도 '보수 정당'의 정체성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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