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8 06:42최종 업데이트 25.09.18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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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오마이뉴스 기자 박정훈'과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박정훈', 두 사람이 편지를 주고받으며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연대를 모색해 나갑니다.[기자말]
정훈님, 최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시끄러웠습니다. 민주당은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법 개정안을 국민의힘과 합의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판받은 김병기 원내대표가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해"라며 분노를 터트리는 등, 정청래 당 대표와의 갈등이 분출되기도 했습니다. 지지층으로서는 당의 난맥상에, 또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 조항' 삭제에 합의했다는 사실이 실망스러웠을 일입니다.

조국혁신당은 또 어떻습니까. 강미정 전 대변인이 4일 '탈당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에 성폭력 및 괴롭힘이 있었으나, 당은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결국 폭넓은 2차 가해가 벌어지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상대책위가 꾸려졌습니다. 하지만 조국 비대위원장을 향해서도 사건을 방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만큼, 앞으로도 당의 쇄신 작업이 쉽진 않을 전망입니다.

그에 비해 국민의힘은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개별 의원들의 문제적 발언,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에 이은 구속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이제 막 시작한 '장동혁 체제'는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힘이 최근 본격적으로 '위험한 길'로 들어섰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의 세 장면은 '이상 징후'를 보여줍니다.

[#1] 종교인인가... 의아한 장동혁 대표 행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 하기 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 부산 첫 방문 일정으로 최근 구속된 손현보 목사가 담임 목사로 있는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손 목사는 개신교계 단체인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연합뉴스

장동혁 대표는 1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했습니다. "손현보 목사에 대한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6.3 대통령 선거과 4.2부산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사전선거 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구속된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 비호에 앞장선 것입니다.

이날 예배에 참석한 장 대표는 "기름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며 "'내가 묶이고 내가 갇히는 것이 대한민국을 위해 더 유익하다'고 말씀하셨던 손 목사의 그 선한 뜻을 하나님께선 대한민국을 다시 깨우는 데 사용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세계로교회가 주최한 세이브코리아 국가기도비상회에서 연설을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지난 3월 1일 여의도 집회에서 한 "이번 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다"는 발언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습니다.

그는 이 발언에 대해 당 대표 후보 시절 TV조선 <강적들>에 나와서 "저는 분명히 크리스천들이 모이는 세이브코리아라는 집회에 가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한 것"이라며 "신앙인으로서 보면 우리가 잘못했을 때나 잘했을 때나 늘 하나님이 그 가운데 개입하셔서 역사하고 있다는 뜻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은 '보수 패널'들은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야 한다며 반발하더군요.

한때 장 대표가 '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10일 김재섭 의원이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친한계 의원들 내지는 찬탄파 의원들을 배척하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1도씩 왼쪽으로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평가한 뒤 "장동혁 대표도 제가 보기에는 전한길(한국사 강사)을 약간 버린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의원의 호평이 무색하게, 장 대표는 세계로교회에 방문함으로써, 윤석열 탄핵에 반대한 개신교 세력과 연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셈입니다.

손현보 목사는 단순히 '탄핵 반대' 집회만을 주도한 인물이 아닙니다. 2024년 10.27 한국교회 연합예배라는 대형 집회를 이끌었는데, 이때 주된 내용은 동성애·페미니즘·낙태·차별금지법 반대였습니다. 이날 경찰 추산 23만 명 이상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25 극우 리포트'를 통해 "동성애 반대가 보수개신교 전반에 핵심적인 동원 수단이자 레토릭으로 자리잡으면서, 점차 극우적 성향이 교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라며 "(많은 교회와 교단들이) 극단주의자들의 과격한 발언과 행동에 내부적 반감을 가지고 표면적으로 거리를 두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반대라는 공통 기조 속에서 결과적으로 그들의 극우적 선동 방식을 묵인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지하는 양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합니다.

이처럼 교회가 제시한 '이상적인 모습'만을 옳다고, 나아가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에 부합하지 않는 삶의 형태를 모조리 부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다원성을 부정하는 동시에, 사회에서 이질적인 존재들을 포용하지 않고 혐오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라는 명분은 성별, 학력, 지역, 장애 여부, 종교, 성적 지향 등에 따른 차별을 정당화합니다. 동시에 자신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게 된다면, 그것이 극우인 것이고요.

무속이나 사이비 종교와의 유착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보수 개신교, 특히 '탄핵 반대' 등 극단적인 세력들과 함께하는 듯한 장 대표의 행보는 결국 '주류 정치권의 승인을 받은 극우'의 탄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우려스럽습니다.

[#2] 송언석 망언... 제대로 된 사과도 없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건데"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9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저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하자, 송언석 원내대표가 한 말입니다.

정훈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힘든 끔찍한 발언입니다. 비상계엄이 성공하고, 국회가 군홧발에 짓밟히고, 동료 정치인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도 괜찮다는 겁니까? 동료 정치인에 대한 저주를 넘어서서,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

워낙 논란이 컸고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당하기까지 했기에, 송 원내대표가 금방 사과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송 원내대표는 침묵을 지켰고 당에서는 그를 두둔하기 시작하더군요.

김재원 최고위원은 11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신들의 언행에 치를 떨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제발 그리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두 사람이겠습니까? 그것은 당신들이 저와 같은 '2찍'들을, 이 기호 2번을 찍은 대한민국 국민을 사람 취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박멸의 대상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라며 도리어 민주당을 비난했습니다.

김도읍 정책위 의장도 11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진심으로 그렇게 말씀을 하셨겠습니까?"라고 말했고, 곽규택 의원도 11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무슨 발언을 한 것도 아닌데 송 원내대표가 어떤 탄식처럼 한 말을 두고 의원직 제명을 하겠다는 것은 너무 나간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성일종 의원도 1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서 "(송 원내대표 발언이) 적절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정청래 대표는 업보가 큰 사람이다"라며, 오히려 정 대표의 "사람하고만 악수" 발언을 문제 삼았습니다.

정 대표는 지난달 5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서 "불법 계엄 내란에 대국민 사과와 진솔한 석고대죄가 기본으로 있어야 (한다). 악수도 사람하고 악수하는 것이다. 그렇지도 못한 사람들을 어떻게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민의힘을 직격했습니다. 실제로 정 대표는 광복절과 고 김대중 대통령 추모식 행사에서 옆자리에 앉아 있던 송 원내대표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람도 아니다"와 계엄군에 끌려가서 죽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발언입니다. 비상계엄과 이를 통한 국가폭력을 옹호하는 듯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문제적이고요.

지난 17일에서야 송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사과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본희의장에서 본의 아니게 그런 일이 발생한 것에는 저도 유감"이라며 "전체 상황은 (여당과 야당을) 형평성 있이 다뤄달라"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도 "정 대표가 불귀의 객이 '됐을 거다', '죽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는데 당 대표의 발언은 무게가 달라야 된다"라며 "팩트에 맞게끔 발언해야 하는데 어떤 근거에서 '죽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짚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유감'이라는 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사과인지도 불분명했습니다. "유감스럽다고 한 게 자신의 발언이 유감인지, 형평성 있게 다뤄지지 않은 게 유감인지"라는 추가 질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에 대해선 "좋은 질문"이라고만 한 채,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떴습니다.

망언 그 자체보다 더 문제적인 것은 망언에 대처하는 과정이었다고 봅니다. 단순히 다른 정치인에 대한 비방이나 모욕이 아니라, 국민을 위협한 비상계엄이 관련되어 있기에 빠르고 정확한 사과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망언을 두둔하며 또다시 민주당 탓만 하는 동료 의원들과 최고위원, 6일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지만 사과조차 명확하게 하지 않은 망언의 당사자였습니다. 이것이 국민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반민주당'만 외치는 국민의힘의 현주소입니다.

[#3] 반성 없는 선례...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

여상원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1대 '대선후보 교체 시도'로 회부된 권영세·이양수 의원을 징계하지 않기로 한 윤리위 결정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지난 11일'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를 주도한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양수 전 사무총장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가 지난 7월 '당원권 정지 3년'의 중징계를 의결했으나, 윤리위는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는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관련 기사 : 국힘, 결국 '후보갈이' 면죄부... 권영세·이양수 징계 없다 https://omn.kr/2fa6d)

이날 여상원 중앙윤리위원장은 "둘이서 한 게 아니고 비대위원회, 그다음 당내 국회의원들의 토론을 거쳐서 '이렇게 하자'고 해서 결론을 내서 나간 것"이라며 "자기 자리에서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을 맡은 것"이라고 두 사람을 두둔했습니다.

국민의힘의 태도에선 공당으로서 '정당 민주주의'를 수호하지 못했다는 최소한의 반성도, 자정 노력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대선 후보를, 당 지도부가 입맛에 따라 '단일화 거부'와 같은 사유를 들어서 교체해도 '괜찮다'는 선례를 만들었을 뿐이지요.

비상계엄 이후 국민의힘은 12월 7일 윤석열 탄핵안 표결을 무산시키고, 윤석열 체포 저지를 위해 관저 앞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심지어 '친윤계'의 뜻에 따라서 현재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후보로 내세우기까지 했습니다. 내란을 부끄럽고 청산해야 할 과거로 여겨도 모자랄 판에, 더더욱 '내란의 늪'에 깊게 빠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민주적 절차를 존중하지 않고, 여차하면 '쿠데타'를 시도하고, 심지어 그 행위를 반성하지 않는 정당에 어떤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요. 지난 12일 국민의힘이 국회서 열린 '야당탄압 규탄대회'에서도 "윤 대통령 석방하라" "돌아와라 윤석열" 등의 구호가 나왔다고 합니다.

정훈님, 저는 국민의힘의 현재 행보를 단순히 일반 시민들과 멀어지는 '자충수'로 평가하면서, 방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보수 개신교의 지지와 '우파 포퓰리즘'으로 재집권한 뒤, 극우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모습과도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음모론을 퍼트리고, 사회를 분열시키고, 약자들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 정치 말입니다. 지금으로선, 국민의힘이 적어도 '보수 정당'의 정체성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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