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전 세계가 인공지능으로 떠들썩합니다. 기술에 대한 열망이 강한 나라답게, 한국의 열기는 그 어느 나라보다 뜨겁습니다. 새 정부 역시 독자적인 인공지능 개발을 '주권' 차원의 최우선 국정 과제로 삼고 있고,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경제를 다시 도약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이 기술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인공지능은 기술 주권을 지켜줄 '은인'이자, 한국 경제를 다시 도약시킬 구세주일까요?
제가 우려하는 점은, 한국 사회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한 장밋빛 전망 외의 목소리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은 인공지능의 종주국으로서 이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를 갖고 있지만, 동시에 이 기술이 야기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뚜렷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물 자원 소비 문제는 제가 현재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이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라면, 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정확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언제부턴가 테크 기업들이 과장된 보도자료를 일상적으로 내놓고, 언론은 이를 여과 없이 전달하면서 허황된 기대를 증폭시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 사회를 휩쓴 "4차 산업혁명", "블록체인", "자율주행", "메타버스" 광풍은, 기술에 대한 무비판적인 사고가 공허하고 무책임한 약속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 줍니다.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려온 강릉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발상 역시 현실 인식의 결핍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는 '인공지능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보다 중요한 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막대한 자원을 고갈시키며 기후위기를 가속화는 인공지능 모델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새 모델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우선 인공지능에 대해 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픈에이아이의 샘 올트먼마저 인공지능에 대한 비현실적인 기대와 "거품"을 우려할 정도니까요. 현실을 봐도 그렇습니다. 매사추세츠 공대(MIT) 미디어랩은 2025년 보고서에서,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 도입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해 왔지만, 95%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4년 업워크가 발표한 보고서 내용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기업 최고경영진의 96%가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직원의 77%는 인공지능이 업무량을 증가시켰을 뿐, 생산성은 오히려 저하됐다고 답했으니까요.
흥미롭게도, 챗지피티가 최단기간에 최대의 사용자를 확보한 시점은 4월 "지브리 스타일" 등 이미지 생성 기능을 추가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1시간 만에 무려 100만 명이 새로 가입했지요. 챗지피티가 처음 공개돼 세계적 화제가 모았을 때도 같은 수의 사용자를 모으는 데 5일이 걸렸습니다. 이 사실은 다수 사용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생산적 도구보다는 소비형 도구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한국에서도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 인기가 대단했지요. 당시 꽤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프로필을 지브리풍으로 바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이미지를 지금도 쓰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될까요? 불과 넉 달 전의 일인데 말이지요. 인공지능 생성물은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기에 쉽게 유행하지만, 누구든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열기도 빠르게 식습니다.
챗지피티 이미지 생성 모델 출시 이후 한국 일일 사용자 수가 125만 명까지 늘었다는 추산도 나왔습니다. 어쩌면 올여름이 그토록 뜨거웠던 데에는, 급속히 인기가 식으며 사라져 간 그 이미지들이 한몫 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미지 하나에 휴대전화를 1~3번 충전할 수 있는 전기가 사용됐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소셜미디어와 기억에서 사라졌을망정, 그 이미지들이 결코 값싸지 않았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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