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브라질의 전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브라질리아의 한 병원을 나서고 있다. 그는 병원에 입원한 지 몇 시간 만에 브라질리아 자택으로 돌아가 가택 연금 상태로 복귀했다.
EPA 연합뉴스
이번 보우소나루 선고를 계기로 사면 논의가 다시 촉발된 상황이다. 지난 3월 대규모 지지 집회에서부터 1·8 사태 가담자 사면 요구가 간헐적으로 제기돼 왔지만, 선고 직전부터 사면 요구가 공개적으로 터져 나왔다. 의회 보수 진영도 사면 법안 구상을 다시 띄웠다. 이르면 16일에 사면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했고, 일부는 보우소나루 수감 면제안까지 거론했다. 정치적 갈등을 빠르게 봉합하자는 명분이다.
하지만 이 움직임은 곧바로 사법적 견제에 부딪혔다. 대법관 다수는 재판 과정과
공개 발언에서 "헌정질서를 폭력으로 뒤흔든 범죄는 사면과 양립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즉, 의회가 포괄 사면을 입법으로 추진하더라도 '
위헌심사'로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뜻이다. 브라질은 한국과 달리 대법원이 헌법재판의 최종 권위를 갖는다. 따라서 대법원이 내란 관련 사면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 해당 입법은 효력을 잃고 의회의 시도는 사실상 무산된다.
이런 강경한 원칙에는 이유가 있다. 브라질은
1979년 사면법으로 군부독재기 '정치적 성격' 범죄를 폭넓게 사면했다. 그 결과 가해자들까지 사실상 면책됐고, 2010년 연방대법원이 그 효력 유지를 결정하자
국제인권단체들이 "가해자 보호"라며 강하게 비판한 아픈 경험이 있다.
과거청산이 미완으로 남은 대가는 컸다. 독재 미화 담론이 재등장했고, 보우소나루가 그 상징이 됐다. 이번 재판에서 대법원이 사면 논의를 사전 차단하며 책임 처벌에 더 강경했던 이유다. 한국의 1997년 사면이 27년 후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는 이미 세계가 지켜본 바다.
브라질이 보우소나루의 쿠데타 모의 등 범죄 행위에 대해 보여준 원칙은 명확했다. 실패한 쿠데타도 쿠데타다. 투명성이 정당성을 만든다. 사면에서도 방향은 분명했다. 헌정 파괴 범죄와 사면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한국에도 법은 이미 충분히 마련돼 있다. 형법 제87조는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의 폭동"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수괴는 사형·무기징역(금고), 그 밖의 중요 가담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금고)으로 처벌하도록 한다. 아울러 미수(제89조)와 예비·음모·선동·선전(제90조)도 처벌 대상이다. 있는 법을 투명한 절차와 증거에 따라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그게 법치의 기본이다.
브라질 대법원이 민주주의 방어의 최소선을 보여줬다면, 한국은 그 이상의 더 나은 모범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더 높은 투명성, 더 엄정한 절차, 더 분명한 사면 원칙을 확립해 법치의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세상에 보여주는 가장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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