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6 06:55최종 업데이트 25.09.16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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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2월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대비 전국 지검장 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유성호

고 백재영(이하 고인)이 고립된 상태에서 생사를 오가는 번뇌를 하고 있을 무렵, 청와대는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이라는 제목의 보고서 작성자가 누구인지에 관해 내부 조사를 진행중이었다. 고인의 죽음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공식 조사에 착수하였고, 그 결과 M행정관이 울산의 송병기 당시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진정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점이 밝혀지게 되었다.

고인의 사망은 윤석열 검찰에게는 크나큰 위기였다. 무고한 사람을 문건 작성자로 찍고 진술을 강압하다가 당사자가 죽었으니, 검찰청 문을 닫게 생겼다는 걱정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러한 청와대의 발표가 윤석열 검찰의 숨통을 틔워주고 나아가 판을 더 크게 벌이는 2차 조작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검찰은 송병기의 주거지, 사무실과 M행정관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여 두 사람의 업무수첩 등을 입수했다. M과 송병기의 업무수첩의 기록들이 윤석열 검찰의 상상력을 있는 대로 자극했다. 두 사람의 업무수첩에 적혀 있는 표현, 특히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관한 표현 모두가 선거개입의 단서가 되었다.

두 실무자 책상 서랍에 방치돼 있던 보고서

그리하여 윤석열 검찰은 종전 '민정수석실의 수사개입'이라는 단순한 혐의에서 청와대 전체를 선거개입집단으로 둔갑시키며 울산 사건의 판을 키웠다. 즉 ➀민정수석실과 울산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하명수사, ➁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한 울산 시장 경선 개입, ➂정책실을 중심으로 한 울산 현지 산재모 병원 등 정책 추진이 그것이었다.

윤석열 검찰은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 두 달 동안 언론과 합세하여 북치고 장구치면서 청와대를 총체적인 부정선거집단으로 만들더니 2020년 1월 30일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등 13명을 기소하였다. 2021년 4월 9일 이진석 당시 국정상황실장 등이 추가 기소되어 전체 기소된 피고인은 15명으로 불어났다. 기소되지 않았지만,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역시 피의자로 입건되었다. 나 역시 울산 사건 피의자로 입건되어 수사 대상이 되었다. 내가 기소를 면한 것은 전적으로 고인의 죽음 덕분이다. 고인이 죽음으로 울산 현지 출장이 하명수사와 무관하다는 점을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검찰의 기소는 황당하고 허구적이었다. 내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보자면, 윤석열 검찰은 민정비서관실 M 행정관이 작성한 보고서가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되었고, 황운하 울산경찰청장이 이 보고서를 보고 수사의 동력을 얻어 김기현을 때려 잡는 수사를 진행했다고 공소사실을 적었다. 2017년 10월경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나를 통해 문제의 보고서를 보고 받은 다음 수사기관을 담당하는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네 준 것은 맞다. 박 비서관은 이를 경찰청을 담당하는 Q행정관에게 건네주면서 경찰청에 전달하도록 지시하였다. 그런데 여기서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Q행정관이 이 보고서를 경찰청에 전달하는 것을 잊고 책상서랍에 방치해 둔 것이다.

나중에 증인으로 법정에 나온 Q행정관은 이 상황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어느 날 서랍을 열어 봤는데, (이 보고서가) 여러 건 중에 섞여 있었고. 그래서 제가 '아! x됐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전달했습니다." 어찌됐든 이 보고서가 경찰청에 전달됐다. 그런데 여기서 또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경찰청의 소관 업무담당자인 S총경이 이 보고서를 한 달 이상 책상 서랍에 방치해 둔 것이었다. S총경은 2017년 12월 정례 인사에서 전보발령을 받아 책상 서랍을 정리하면서 이 보고서를 발견하였다. 2017년 10월 경 M행정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결국 2017년 12월 28일에서야 경찰청을 거쳐 울산경찰청으로 하달되었다.

이러한 과정은 백원우나 박형철 등 청와대가 이 보고서가 울산 현지 수사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데 별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생각해 보자. 윤석열 검찰 프레임대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사를 통해 김기현을 제거하고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이 보고서를 만들어 울산경찰청에 하달했다면 백원우나 박형철이 이 보고서가 경찰청에 전달됐는지, 이 보고서가 울산경찰청에 전달되었는지, 그리고 이에 터잡아 울산 현지에서 수사가 잘 진행되는지를 점검했어야 했다.

윤석열 검찰이 고인의 울산 출장을 수사점검으로 단정지은 것도 그런 프레임 짜맞추기의 맥락이었다. 보고서 전달 관련 점검 작업이 어렵냐면 그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경찰인사와 경찰 제도(검경수사권 조정) 업무를 민정비서관실에서 담당했다. 백원우는 그 책임자였다. 백원우가 문제의 보고서가 울산으로 내려갔느냐고 경찰청에 한마디만 물어보면 될 일이었다. Q와 S총경의 보고서 서랍 방치 사태는 이 보고서의 향후 처리에 청와대가 아무 관심이 없었다는 점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윤석열 검찰이 이를 몰랐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수사과정에서 나온 진술에 다 있는 내용들이었다. 고인의 울산 출장이 수사점검이 아니라고 보았기에 결국 나를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검찰은 (나를 제외한) 기소를 감행했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배후가 문 대통령?...울산 사건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

2019년 12월 4일 오후 청와대에서 고민정 대변인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리 의혹 제보 경위 및 문건 이첩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브리핑 중 고 대변인이 고래고기 관련 문건을 보여주고 있다.연합뉴스

기소 시점과 기소시 보인 행태도 코미디였다. 2020년 1월 30일 윤석열 검찰은 21대 총선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수사를 멈춘다고 했다. 4월 총선이 목전에 임박한 때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수사를 멈춘다는 설명은 마치 조지 레이코프의 저서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를 연상케 하였다. 자신들의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였다.

법무부가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하자, 언론은 공소장을 입수했다면서, 법무부의 공소장 비공개를 비웃었다. 공소장 출처가 어디일지는 뻔했다. 언론은 공소장에 '문재인 대통령 이름이 35회나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울산시장 선거개입의 배후가 문 대통령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암시하였다. 가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아야 할 자들은 윤석열 패거리들과 이에 합세한 언론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과 언론의 추악한 선거기획은 보기좋게 실패로 귀결되었다. 2020년 4월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는 압승을 거두었고, 당시 미래통합당은 103석을 얻는데 그친 것이었다. 2020년 2월 경 시작된 코로나 사태 이후 국민들의 관심은 안전에 집중되었고,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에 대한 외국의 찬사가 국내 여론을 움직인 덕분이었다. 결국 울산 사건은 대법원에서 전부 무죄판결로 확정되었다.

울산 사건을 돌아보면서 꼭 기록해 두고 싶은 것이 있다.

첫째, 윤석열 검찰은 나에 대한 불기소장에 "범행에 가담한 강한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적었다. 정말 집요한 뒤끝이다. 검찰은 고인이 남긴 유품인 아이폰 안에 백원우와 이광철이 고인을 시켜 "나쁜 짓"을 한 증거가 있다고 확신하고 그 아이폰의 비번을 푸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고인의 아이폰은 당시 최신폰이어서 국내 보유 기술력으로 비번을 풀기 어려웠다. 이스라엘에서 최신 기기를 들여와서까지 그 아이폰의 비번을 푸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검찰이 기대한 증거는 그 폰 안에 아무 것도 없었다. 백원우나 내가 "나쁜 짓"을 시킨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궁금했다. 이렇게 고인의 아이폰의 비번을 푸는데 진심이었던 검찰이 한동훈의 아이폰 비번은 왜 풀지 못했을까? 못한 것인가, 안 한 것인가? 윤석열과 한동훈은 그 이유를 알 것이다.

둘째, 당시 김기현의 행태다. 적반하장, 목불인견의 끝판왕이었다. M행정관이 보고서에 적은 김기현 형제와 그 측근들의 부정과 비리 의혹은 참담한 수준이다. 형제들과 측근들이 생선가게를 덮친 고양이 마냥 김기현을 팔아 사익을 챙겼다. 김기현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었다면, 부끄러워해야 했다. 하지만 김기현은 문재인 정부를 부정선거집단이라고 맹공했다. 지역토착비리 의혹이 있는 정치인이 민주주의와 공정선거의 화신인양 구는 모양을 보고 있자니 구토가 올라왔다. 김기현이 속한 정당의 주요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의힘이 내란을 옹호하고 극우화되어 가는 이면에 김기현과 같이 공적 지위를 사익 추구의 기회로 삼는 행태가 자리하고 있다.

셋째, 윤석열 패거리들이 벌인 대부분의 일들이 그렇지만 울산 사건은 그들이 작정하고 벌인 정치기획이자 살인극이었다. 우연적으로 벌어진 상호 무관한 일들을 억지로 얼기설기 묶고 엮어서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부정선거집단을 만들려다 실패한 사건이며, 명백한 선거개입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 차제에 반드시 수사 및 기소 경위를 밝혀 이에 가담한 윤석열 패거리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이 이렇게 위험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한다. 수사/기소 분리가 반드시 관철되는 검찰개혁이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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