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5 06:50최종 업데이트 25.09.1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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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적 관점에서도, 인구 구성으로 봐도, 개인의 재테크라는 측면에서도 앞으로의 몇 년이 나와 한국의 성장·행복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정치권마저도 부동산 중심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풍요롭게 될지 함께 생각해 보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기자말]
국민순자산은 2경 4105조 원인데, 이중 부동산 자산이 1경 7165조원이나 된다.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 기업, 정부 등 전체 국민순자산은 2경 4105조 원, 이 중 부동산 자산이 1경 7165조 원으로 집계됐다.

이 땅들은 누가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2014년 기자가 확인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개인 명의의 땅과 건물만 약 1조 원(https://newstapa.org/article/-rQZ-). 서울의 금싸라기 땅부터 용인 에버랜드 인근의 방대한 토지, 남도의 해안가까지 두루 퍼져 있었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 개인 명의의 땅과 건물 목록. 총 85개를 확인할 수 있었다.뉴스타파

부풀려진 부동산 가격... 한국경제 체질 악화시킨다

그렇다면 삼성 전체가 가지고 있는 땅은 얼마나 될까? 지금은 사라졌다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한 IT 회사의 대표는, 당시 자신이 직접 파쇄했던 삼성그룹 소유의 방대한 땅을 기록한 엑셀 파일 문서 뭉치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8포인트로 조그마하게 적혀있는 땅과 지번들이 수십 장이었어요. 그게 줄 한 칸에 어떤 건 수만평인 거죠. 도시, 산 가릴 것 없어요. 해안가도 동해, 서해, 남해 경치 좋다고 소문난 곳에는 거의 다 삼성그룹 계열 땅이나 이씨 가문 땅이 있다고 봐야죠"

실제 지난 2024년 경실련 발표에 따르면 5대 재벌이 보유한 총자산은 1324조 8450억 원으로, 한국 GDP 대비 61%에 이르렀다.

경실련이 조사한 GDP 대비 재벌그룹의 총자산 비중.경실련

가계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처럼 돈 벌면 아파트, 건물, 땅에 투자한다. 앞서 인용한 2024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산 중 부동산은 74.6%에 이른다.

액수로 따지면 무려 1경 3068조 원이 된다. 그런데 이것도 공시가나 장부가로만 따진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가는 여기에 최소한 수천조 원이 더 얹힐 것이고 그렇다면 한국의 실제 부동산 순자산가치는 2경 원이 아니라, 3경 원도 넘어설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한해 한국 GDP를 2000조 원으로 잡으면 한국 국토의 부동산 가격이 그 15배 정도라는 이야기가 된다. 장부가로 계산했을 때 프랑스나 일본도 3배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한국의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과도하게 부풀려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차 낮아져, 곧 0%대에 진입할 게 확실하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부동산은 말 그대로 쉽게 움직여지지 않는 자산이다. 팔 때 애를 먹는 자산이다. 반면 한해 "생산"되는 부가가치의 총합을 측정하는 GDP의 성장은 굼뜨다. 성장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수십 년 동안 단 음식과 탄수화물만 잔뜩 먹고 몸집(자산)은 거인처럼 엄청나게 커진 사람이 그 몸집을 감당할 운동은 게을리해서 몸집 대비 체력이 형편없어졌다는 것, 그래서 결국 침대에 누워서 계속 생명을 지탱할 음식만 먹고 있으니 더 살이 찌고 있다는 뜻이다. 일어나서 걷고, 뛰고 그래서 살을 뺀 뒤 체력을 키우지 않으면 이 사람이 건강히 장수할 수 있겠는가?

변화하지 못하는 한국경제,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민생경제 회복·안정 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2025.9.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정부로서도 이런 상황이 갑갑하다. 정부가 정부 기능을 하기 위해 세수를 충당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뿐이다.

1. 세금을 더 걷든지
2. 신용으로 빌리든지

재산세는 부동산 등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다. 그런데 앞에서 봤다시피 가계나 기업은 주로 자기가 번 것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쏟아부었다. 그 액수가 시세로 따지면 못해도 2경~3경 원이 된다.

만약 시세 그대로 재산세를 매기면 정부는 더 이상 세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OECD 평균대로, 미국에서 하는대로 주택에 대해서도 매해 재산세 1%씩만, 10억짜리 시세면 1000만 원씩 세금을 내라고 하면 엄청난 돈이 걷힐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니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거대한 조세 저항에 직면할 테니까. 어떤 자본주의 선진국이든 기업은 가장 영향력이 큰 정치 로비 집단으로 꼽히고, 유주택 가구는 한국 전체 가구의 60%에 이른다. 자 우리의 사회를 3등분해보자.

1. 기업
2. 유주택자
3. 무주택자

재산세의 측면에서는 기업과 유주택자의 이익이 일치하고, 무주택자의 이익은 반대다. 집권여당이 되려면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유리할까? 순수하게 정치공학적으로만 계산해 보자. 기업은 소수지만 각 분야에서 꾸준히 로비를 하는 집단이다. 유주택자는 전체 가구의 60%에 이른다. 한국 언론은 기업과 주택 소유자의 관점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어떤 여당이 기업과 유주택자의 말을 무시하고 무주택자들의 편만 들 수 있을까?

주식시장과 대비해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데일리 정치는 주가지수의 등락에 영향을 받지만 한국은 부동산 시장의 등락에 영향을 받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부동산 시장은 앞서 살펴봤듯 무려 2경 원의 시장이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최근 신고가를 찍었다고 하지만 3000조 원의 시장이다. 편으로 나눠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1. 2경 원의 부동산 vs. 3000조 원의 주식시장
2. 유주택자 vs. 주식 보유자
3. 기업 및 유주택자 vs. 무주택자

50% 이상의 표를 얻어야 하는 모든 집권여당의 선택은 전자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너무 인간을 경제적으로만 본다고? 본질은 그렇다고 본다. 인간의 행동, 정치적 판단, 의사 결정을 이끄는 주요한 동인은 경제적 생존, 번영 본능이나 우리는 그 이유를 자주 감추면서 이른바 명분 싸움만 하고 있다고 나는 판단한다.

그래서 이 2경 원으로 대표되는 그룹은 현재 이대로가 좋다. 무의식적 본능이다. 자기 것을 빼앗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대로 나라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묻어두고 한국은 계속 성장·번영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이게 문제다. 혹시 한국인들은 마치 따뜻한 물에 데워져 서서히 익혀져가는 개구리 같은 신세에 처한 건 아닌가?

한국경제는 변화가 필요하다. 모두가 살 수 있는. 이 부분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행동하기에는 부담스럽다.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하지만 변화는 곧 강제될 것이라고 판단한다. 한국의 급격한 인구 변화 때문에. 사실 이 모든 문제가 이즈음 불거지고 있는 건 한국이 늙어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는 변화는 이미 왔다. 어쩔 수가 없다.

(4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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