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9일 이재명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이날 이 대통령은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정책 내용에도 여기저기 문제점이 눈에 띈다. 첫째, 9.7대책의 제목은 '주택공급 확대 방안'인데 2030년까지 서울과 수도권에 연 27만 호, 총 135만 호를 신규 착공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지방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역대 정부의 경우 주택공급 정책 발표 시에 이처럼 철저하게 지방을 외면했던 경우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재인 정부 임기 중 마지막 주택공급 대책인 2.4대책에서 총공급 목표의 73.7%가 서울·수도권이라는 이유로 노골적인 '수도권 중심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재명 정부의 9.7대책은 서울·수도권이 총공급 목표의 100%를 차지하니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난감하다.
둘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확보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 주택 건설 사업을 시행토록 함으로써 그동안 해온 땅장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나, 그것이 진정한 '땅장사 중단 선언'인지는 의심스럽다.
택지 상태에서 매각하건 주택을 지어서 매각하건, 땅을 파는 것은 매한가지다.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수용하는 것은 고도의 공공성을 전제로 하는 행위이므로 원칙상 공공택지는 땅으로 팔든 집을 지어 팔든, 팔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정부는 땅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 스스로 뿌듯했는지 그 땅의 공공성을 끝까지 유지하는 일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공공택지를 국공유 상태로 유지하려면 LH가 공공분양주택 공급은 가급적 자제하고,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는 일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민간에 분양하는 주택을 가리킨다). 여기에는 상당한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당장 공공택지 전부를 그렇게 활용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앞으로 두 유형의 공급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겠다는 방침만큼은 확고하게 천명해야 한다.
셋째,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공급 정책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주택을 공급할지 명확히 제시해야 함에도, 9.7대책은 목표 공급 물량을 조기에 신속하게 공급한다는 방침만 강조할 뿐이다. 주택 유형을 구분하지 않고 목표 물량을 공급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만을 제시했다는 것은 새 정부에 저소득층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넷째, 9.7대책에는 도심 내 유휴 국공유지와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하고 30년이 지난 노후 공공임대주택을 고밀도로 재건축하겠다는 방안도 들어 있는데, 여기서도 이미 확보된 공공성조차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이미 공공의 소유인 토지와 건물에서 새로 짓는 주택의 상당 부분을 분양해 버린다면, 국유재산을 계획 대비 초과처분했다고 비난받는 윤석열 정부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없지 않겠는가.
윤석열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야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 5년간(2023~2027년) 총 270만 호(서울·수도권 158만 호)를 목표로 하는 주택공급 청사진을 제시했다.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하고, 안정된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신규 공공택지를 확보하며, 행정 절차 개선으로 민간의 주택공급 역량을 강화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수요 억제 위주 부동산 정책을 완전히 뒤집어엎는다는 차원에서 마련한 대대적인 공급 확대 정책이었다.
그러나 수도권의 2022~2024년 평균 주택공급 실적은 10년 평균 대비 74.3%(인허가 기준)에 그칠 정도로 초라했다(착공 기준으로는 60.9%. 9.7대책 발표문에서 인용). 금리 인상, 공사비 상승, 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 건설 경기침체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나, 수도권에서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9.7대책이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나 부동산 시장의 안정은 제쳐두고라도, 공급 확대라는 자체 목표조차 달성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다음 단추들을 아무리 열심히 끼우더라도 옷매무새가 뒤틀릴 수밖에 없다. 9.7대책은 잘못 끼운 첫 단추에 해당한다. 지금 풀면 큰 피해 없이 새로 시작할 수 있다. 새로운 정책은 부동산 시장 바닥의 휘발유를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부동산 정책 담당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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