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권우성
양측 주장에 다 일리가 있지만, 나는 어떤 형식으로든 수사기관(경찰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내용에 대한 점검과 보완은 필요하다고 본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유지를 하려면 당연히 필요한 절차가 아니겠는가? 관건은 방법론이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취재해서 기사를 쓰면, 중간 간부가 검증하는 절차, 이른바 데스킹을 거친다. 맞춤법이나 문장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데스킹의 기초적인 기능이다. 본질적인 기능은 취재 내용 검증과 보완, 방향성 확인 등이다. 데스크는 기자에게 미진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되거나 틀린 부분은 바로잡게 하거나 직접 바로잡는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언뜻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닮았다. 물론 검찰과 경찰은 데스크와 기자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협력관계다. 기자는 데스크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지만, 경찰은 검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3대 견제 장치인 보완수사 요청,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기자가 기사를 내려면 데스크의 보완 요청이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유죄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재판에 넘기려면, 기소권을 가진 검사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데스크가 검증하지 않으면 부실 기사, 심지어 오보를 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별다른 검증 없이 기소하는 것은 불안하고 찜찜하고 무책임하다.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돼 버린다. 부실 수사나 부실 기소의 피해자만 억울할 뿐이다.
언론사 데스크는 취재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의 설명과 의견을 듣지만, 필요시 직접 취재 자료를 검토하기도 한다. 일종의 교차검증(크로스 체크)인데, 대체로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강하다. 기자는 자존심 상하거나 언짢을 수 있지만, 기사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도 언론사 재직 시 기자로서, 데스크로서 많이 겪어본 일이다.
물론 언론사와 수사기관은 차이점이 있다. 언론사 데스크는 아무리 기자의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직접 취재하지는 않는다. 드물게 취재에 참여하더라도 거드는 정도다. 반면 수사는 다르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악용해 수사 방향을 틀거나 추가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보완수사 폐지론의 주된 논거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청권은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할 때 발동한다. 보완수사권은 이른바 동일성 원칙을 유지하는 선에서 행사할 수 있다. 즉 범죄사실과 범인, 증거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는 검경 간 원활한 협조가 전제돼야 하고, 후자는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하고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020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후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과 종결권을 행사한다. 수사 과정에 검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던 과거와 달리 결과물만 검찰에 넘긴다.
2023년 시행된 검경 수사준칙 규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사건 송치, 송부, 공소 제기 및 유지와 관련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기관 이기주의와 편의주의 탓이다.
기자는 취재하고 기사 쓸 때 데스크와 충분히 협의하고 조언과 지적을 받아들인다. 같은 조직원이고 같은 구성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조직이 다르기에 이게 잘 안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수사 완성도를 높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보완수사 요청 또는 보완수사를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다만 검찰 수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워낙 큰 만큼 보완수사 요청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우 '민생 변호사'들의 지적처럼 수사 기간이 마냥 늘어지거나 서로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수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보완수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즉 검사가 필요시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검경 수사준칙에 맞게 협조하되 특별한 사정 없이 응하지 않거나 일정 기한 내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사가 자동으로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법제화하는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수사관 인력부터 감축해야 한다. 어차피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면 수사관 수를 큰 폭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일부 수사관은 공소청에 남고 일부 수사관은 중수청이나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다. 공소청 각 검사실의 수사관을 확 줄이면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발동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제안대로, 보완수사가 아닌 보완조사가 되는 셈이다.
형사사법제도 개선, 정파적 논쟁으로 흘러선 안돼

▲지난 6월 18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5대핵심 과제 제안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새정부가 검찰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정민
보완수사권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가 영장청구권이다. 영장은 강제수사의 핵심 수단이다.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경찰 수사는 깊이 들어가지 못하거나 중단된다. 올봄 경찰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세 차례나 반려한 사례만 봐도 영장 독점의 폐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수사/기소 분리 시대에 경찰이 명실상부한 대표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경찰 수사권 남용을 경계하고 인신구속은 신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처럼 압수·수색·체포 영장만 직접 청구하고, 구속영장은 검사를 거쳐 판사에게 청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찰의 영장청구권 남용이 우려된다면 법원이 요구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헌법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12조 3항). 영장 청구가 검사의 고유 권한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헌법 개정 없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경찰에 영장 전담 검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소속이 어디든 검사 신분이라면 영장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논리에서다. 이는 2021년 헌법재판소 판례로 확립됐다.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두고 정파적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비판과 악마화는 별개다. 제도와 조직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화끈하지만 위험하다. 일시적 처방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주관적 경험과 가치관, 정치적 신념, 법적 지식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수사/기소 분리만 하더라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관건은 효율적인 수사구조와 국민 편익이다.
의견이 다양하고 토론이 치열할수록 다수가 공감하는 탄탄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충분한 토론과 숙의 끝에 보완수사권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이 나오면 보완수사 요청권만 허용하면 된다. 그걸 두고 반개혁적이니, 검찰 편이니 매도하면서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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