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11 08:57최종 업데이트 25.09.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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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연합뉴스

지난 7일 정부조직법 개편에 따라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은 행정안전부에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가고, 검찰은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런데 중대한 쟁점이 남았다. 바로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다. 검찰개혁 반대론자는 논외로 치고, 검찰개혁론자 사이에서도 논쟁 대상인 보완수사권은 한마디로 경찰의 미진한 수사를 검사가 보완하는 권한이다.

양 당사자인 경찰과 검찰의 의견은 상반된다. 경찰은 보완수사 요청권은 찬성하지만, 보완수사는 반대한다. 반면 검찰은 보완수사의 순기능을 강조한다. 학계와 법조계 의견도 갈린 상태다. 정부와 여당은 추후 더 논의하기로 하고 결론을 유보했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검사의 보완수사 요청과 직접 보완수사를 다 허용한다. 전자는 남기고 후자는 폐지하자는 게 여당 주류 의견이다. 수사/기소 분리 원칙과 안 맞고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우려된다는 게 주된 이유다.

뜨거운 감자가 된 '검찰개혁 방법론'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청문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그런데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주관한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도 드러났지만, 일부 사례를 들어 전체를 규정하는 일반화의 오류는 종종 모순적인 상황에 직면한다. 예컨대 검찰 수사권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하려 몇몇 특수한 사례를 언급하면, 경찰의 엉터리 수사나 부실 수사 사례로 역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반인이 민생 현장에서 직접 겪는 경찰 수사의 문제점은 우리 사회 기득권층인 판검사 출신 정치인이나 실무보다 신념을 앞세우는 법학자, 변호사는 제대로 헤아리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서는 일선 송무 변호사들의 '고언'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검찰권력 또는 정치검찰의 최대 피해자라 할 만한 이재명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 수렴과 신중론을 주문한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 보자. 우리는 왜 검찰개혁을 하려는 걸까? 무엇보다도 반민주적인 검찰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한 효율적인 수사구조 확립과 대국민 수사 서비스 향상이 검찰개혁의 궁극적 목표다. 수사/기소 분리는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검찰개혁 방법론을 둘러싼 논쟁은 목표와 수단의 혼동에 따른 충돌이기도 하다.

사법선진국이라고 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된 것도 아니다. 수사/기소 분리가 가장 효율적인 제도라는 합리적 근거나 통계도 없다. 이를테면 사회주의적 요소가 가미된 유럽식 민주주의보다 철저한 자본주의로 무장한 미국식 민주주의가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럼에도 우리가 수사/기소 분리를 주장하는 건 그것이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결합보다 분리의 이점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이론이다. 분리라고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결합이라고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법선진국들도 각 나라 실정에 맞게 운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수사/기소 분리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검찰권 오남용의 폐해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만악의 근원'인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정치검찰의 존립 기반을 없애기 위해서다.

형사사법체계는 크게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로 나뉜다.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되는 대륙법계는 검사 우위의 수사체계다. 검사가 경찰 수사를 지휘한다. 수사권을 쥔 검찰이 기소권까지 행사한다. 반면 영미법계는 검찰과 경찰이 수평적 협력관계다.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맡는 분권형 구조다.

여권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방향은 겉모양만 보면 대륙법 체계를 영미법 체계로 바꾸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독일 검찰의 수사권은 수사지휘권이지 직접수사권이 아니다. 즉 검사는 경찰 수사를 지휘할 뿐 직접 수사하지는 않는다.

검찰이 법원의 하부 조직인 프랑스에서는 예심판사(수사판사)가 수사를, 검사는 예심 개시 전 예비 수사와 기소를 맡는다. 그렇지만 실제 수사는 예심판사나 검사 지휘를 받는 경찰 몫이다. 6000명 이상의 검찰 수사관이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과 프랑스 검찰에는 별도의 수사 인력이 없다.

반대로 영미법 체계라고 검사의 수사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예컨대 영국의 중요 범죄 전담 수사기관인 SFO(중대비리수사청)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행사한다. 기소권을 가진 미국 연방검찰은 일부 중대범죄의 경우 직접 수사하기도 한다. 다만 자체 수사 인력이 거의 없기에 대체로 연방경찰(FBI), 마약단속국(DEA) 등 수사기관과 협력하는 방식이다. 일부 주검찰은 필요시 외부 인력을 고용해 수사하기도 한다.

한국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 일본의 경우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 있으면서도 결합돼 있다. 수사기관은 경찰이지만, 공소기관인 검찰도 수사한다. 필요시 경찰 수사에 대한 2차 수사(보완수사)를 하고, 도쿄지검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 검찰청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까지 한다.

수사/기소 완전 분리나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보완수사도 수사인 만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반대쪽에서는 그것을 경찰 수사를 점검하는 여과장치로 여긴다. 자체적이거나 독자적인 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그간 논란이 된 검찰의 직접수사 또는 인지수사와는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즉 수사라기보다는 기소 행위의 일환으로 보는 것이다.

'보완수사요청권'과 '보완수사권'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권우성

양측 주장에 다 일리가 있지만, 나는 어떤 형식으로든 수사기관(경찰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내용에 대한 점검과 보완은 필요하다고 본다. 기소 여부를 판단하고 공소유지를 하려면 당연히 필요한 절차가 아니겠는가? 관건은 방법론이다.

언론사에서 기자가 취재해서 기사를 쓰면, 중간 간부가 검증하는 절차, 이른바 데스킹을 거친다. 맞춤법이나 문장 오류를 바로잡는 것은 데스킹의 기초적인 기능이다. 본질적인 기능은 취재 내용 검증과 보완, 방향성 확인 등이다. 데스크는 기자에게 미진하거나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고, 사실관계가 잘못되거나 틀린 부분은 바로잡게 하거나 직접 바로잡는다.

검사의 보완수사는 언뜻 언론사 데스크 기능과 닮았다. 물론 검찰과 경찰은 데스크와 기자처럼 상하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협력관계다. 기자는 데스크 지시를 거부하기 힘들지만, 경찰은 검찰 지시에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3대 견제 장치인 보완수사 요청, 시정조치 요구, 재수사 요청에 응하지 않을 경우 검사가 징계를 요구할 수도 있지만, 강제성이 없기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중요한 공통점이 있다. 기자가 기사를 내려면 데스크의 보완 요청이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마찬가지로 경찰도 유죄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재판에 넘기려면, 기소권을 가진 검사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데스크가 검증하지 않으면 부실 기사, 심지어 오보를 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별다른 검증 없이 기소하는 것은 불안하고 찜찜하고 무책임하다.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돼 버린다. 부실 수사나 부실 기소의 피해자만 억울할 뿐이다.

언론사 데스크는 취재 내용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의 설명과 의견을 듣지만, 필요시 직접 취재 자료를 검토하기도 한다. 일종의 교차검증(크로스 체크)인데, 대체로 역기능보다는 순기능이 강하다. 기자는 자존심 상하거나 언짢을 수 있지만, 기사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나도 언론사 재직 시 기자로서, 데스크로서 많이 겪어본 일이다.

물론 언론사와 수사기관은 차이점이 있다. 언론사 데스크는 아무리 기자의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직접 취재하지는 않는다. 드물게 취재에 참여하더라도 거드는 정도다. 반면 수사는 다르다.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악용해 수사 방향을 틀거나 추가 수사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 보완수사 폐지론의 주된 논거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보완수사 요청권은 영장 청구와 공소 제기 및 유지에 필요할 때 발동한다. 보완수사권은 이른바 동일성 원칙을 유지하는 선에서 행사할 수 있다. 즉 범죄사실과 범인, 증거가 동일한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그런데 전자는 검경 간 원활한 협조가 전제돼야 하고, 후자는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불가피하고 악용 소지가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2020년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사라진 후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권과 종결권을 행사한다. 수사 과정에 검사에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던 과거와 달리 결과물만 검찰에 넘긴다.

2023년 시행된 검경 수사준칙 규정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와 사건 송치, 송부, 공소 제기 및 유지와 관련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기관 이기주의와 편의주의 탓이다.

기자는 취재하고 기사 쓸 때 데스크와 충분히 협의하고 조언과 지적을 받아들인다. 같은 조직원이고 같은 구성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조직이 다르기에 이게 잘 안된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다.

수사 완성도를 높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보완수사 요청 또는 보완수사를 반대할 명분이 약하다. 다만 검찰 수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워낙 큰 만큼 보완수사 요청을 원칙으로 하되 예외적으로 검사의 보완수사를 허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경우 '민생 변호사'들의 지적처럼 수사 기간이 마냥 늘어지거나 서로 사건을 떠넘기는 '핑퐁 수사'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보완수사를 의무화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즉 검사가 필요시 보완수사를 요청하면, 경찰은 검경 수사준칙에 맞게 협조하되 특별한 사정 없이 응하지 않거나 일정 기한 내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검사가 자동으로 보완수사를 할 수 있게 법제화하는 것이다.

검찰의 보완수사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려면 수사관 인력부터 감축해야 한다. 어차피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면 수사관 수를 큰 폭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아마도 일부 수사관은 공소청에 남고 일부 수사관은 중수청이나 고위공직자수사처로 옮겨가지 않을까 싶다. 공소청 각 검사실의 수사관을 확 줄이면 검사가 보완수사권을 발동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싶어도 그럴 여건이 안 된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의 제안대로, 보완수사가 아닌 보완조사가 되는 셈이다.

형사사법제도 개선, 정파적 논쟁으로 흘러선 안돼

지난 6월 18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주최로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열린 '검찰개혁 5대핵심 과제 제안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새정부가 검찰개혁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이정민

보완수사권과 함께 검토해야 할 문제가 영장청구권이다. 영장은 강제수사의 핵심 수단이다. 검찰이 영장 신청을 받아주지 않으면 경찰 수사는 깊이 들어가지 못하거나 중단된다. 올봄 경찰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세 차례나 반려한 사례만 봐도 영장 독점의 폐단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그런 사례는 부지기수다.

수사/기소 분리 시대에 경찰이 명실상부한 대표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려면 법원에 직접 영장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경찰 수사권 남용을 경계하고 인신구속은 신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일본처럼 압수·수색·체포 영장만 직접 청구하고, 구속영장은 검사를 거쳐 판사에게 청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경찰의 영장청구권 남용이 우려된다면 법원이 요구하는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도 검토할 만하다.

헌법에 따르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12조 3항). 영장 청구가 검사의 고유 권한임을 명시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려면 헌법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였다.

헌법 개정 없이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경찰에 영장 전담 검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소속이 어디든 검사 신분이라면 영장 청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법원에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논리에서다. 이는 2021년 헌법재판소 판례로 확립됐다.

국민 실생활에 큰 영향을 끼칠 형사사법제도 개선을 두고 정파적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검찰 비판과 악마화는 별개다. 제도와 조직의 문제를 사람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은 화끈하지만 위험하다. 일시적 처방은 몰라도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생각은 각자의 주관적 경험과 가치관, 정치적 신념, 법적 지식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수사/기소 분리만 하더라도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관건은 효율적인 수사구조와 국민 편익이다.

의견이 다양하고 토론이 치열할수록 다수가 공감하는 탄탄한 개혁이 이뤄질 수 있다. 충분한 토론과 숙의 끝에 보완수사권에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결론이 나오면 보완수사 요청권만 허용하면 된다. 그걸 두고 반개혁적이니, 검찰 편이니 매도하면서 선명성을 강조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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