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위원회의 의약품 가격 청문회에서 버니 샌더스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는 라스 프루에르가드 요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로부터 당뇨병과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위고비와 오젬픽 등 해당 회사가 제조하는 의약품 가격에 관한 증언을 청취했다.
AFP 연합뉴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당뇨약 오젬픽이 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위고비의 초기 가격은 약 50만 원으로 오젬픽이 급여가 되는 영국이나 독일보다 훨씬 비싸게 출시되었다. 비교할 대상이 없기 때문에 가격 저항이 낮았던 한국에서 비싸게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약값에 분노해야 하는 이유
다행히 지난 8월 중순부터 위고비의 가격이 낮아졌다. 이는 위고비 생산 비용이나 유통비가 절감된 덕분이 아니다.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의 GLP-1유사체인 티르제파타이드(상품명 마운자로)가 한국에 출시되면서,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독점적 권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가격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어 2단계 기준으로 한 달 약 24만 원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번 가격 인하가 제약사의 '선의'가 아니라 노보 노디스크의 권력구조 약화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쌀, 라면, 과일 가격이 오르는 것에 늘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 우리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약의 가격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가? 생산 비용이 아니라 '최대 매출'을 위해 가격을 결정하는 이 부당한 구조에 우리는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가? 노보 노디스크는 가격을 낮췄지만 당뇨약은 여전히 출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비만약에는 온당하지 않은 가격표를 매겨 한국 국민에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에 분노해야 하지 않는가?
의약품의 합리적인 가격은 제약사가 가격 결정구조를 투명하게 밝혀야만 알 수 있다. 하지만 제약사는 이를 숨기려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18년부터 꾸준하게 제약사에 개발비용과 가격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유럽도 일부 국가에서 연구개발비 일부 공개를 요구하고 있으며, 다국가 협력 플랫폼을 이용하여 국가 간의 의약품 가격과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거나 공정한 가격 책정 방법을 마련하는 역할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 아쉽게도 한국은 아직 의약품의 공정가격이나 투명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하다.
우리는 제약사의 자발적인 가격 인하에 기대지 않아도 의약품 가격을 낮출 탁월한 방법을 가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나 건강보험공단에 힘을 실어주어 가격을 압박하는 방법도 있으며, 미국처럼 국회가 직접 나서서 비싼 약값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방법들의 전제조건은 시민들이 의약품 가격의 불합리함에 분노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분노해야 제약회사의 '호구(虎口)'가 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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