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4 13:20최종 업데이트 25.09.04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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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지난 8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연합뉴스

요즘은 노란봉투법 특히 개정된 노조법 2조가 기업들과 경제신문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경제신문, 보수적 신문들은 기사나 칼럼을 통해서 노란봉투법의 위협론을 과장하거나 억지로 위협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왜 노란봉투법이 필요했을까? 무엇보다도 기업들이 불법(?) 파업을 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노조간부, 노조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남발하였다. 이를 통해 노조간부들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의 손해배상을 물림으로써 가정파괴와 파산, 신원보증인들에게 부담확장, 노조활동 봉쇄 등 보복적으로 많이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우리 중·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이 기업 규모 간의 임금격차가 큰 점을 이용하여 하청화, 용역화, 외주화를 남용함으로써 이익은 전유(專有)하면서 비용은 책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원·하청 간 고용을 분절화, 양극화시켜서 매우 불공정한 노동시장을 만들었으나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법원이 하청노조가 원청사용자들을 상대로 교섭을 하도록 판결한 내용도 노란봉투법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리하여 이제 더 이상 국가가 원·하청 간의 노동시장 불공정성, 그리고 손해배상의 남발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를 하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하청, 용역노동자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스스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장하고자 한 것이다. 이런 노란봉투법의 제정된 기본적인 취지는 전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는 정당하다고 하겠다. 노란봉투법으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것을 비교적 쉽게 이루어질 수 있고 경영계도 파업이 남용되지 않으면 굳이 큰 걱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갈 길이 먼 노란봉투법

그러나 노란봉투법으로 하청,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회사, 모회사의 노동자들과 격차를 줄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하청, 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원청사용자들과 단체교섭을 제도화하기까지 이르는 데는 갈 길이 멀다.

먼저, 개정된 노조법 제2조의 "...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규정은 노사관계가 기존의 직접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 간의 관계로부터 크게 확대하여 사내하청은 물론 전속 사외하청, 용역회사, 손자회사, 전속수리/서비스업체, 건설의 하청기업의 노동자들까지 확대될 수 있다. 다만 모법의 규정 외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위임하는 규정도 없어서 나머지는 해석과 분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둘째, 법 조문대로만 해석해 보면, 원청사나 용역발주업체를 상대로 하청사, 용역사, 자회사의 노동자들과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업종과 기업들은 아래와 같다.

•제조업 - 자동차, 조선, 철강, 기계와 금속 등 가치사슬이 발전한 제조업의 중·대기업에서 사내협력업체는 물론, 전속사외하청사 혹은 원청 의존도가 높은 사외하청사들, 전속 외주수리업체, 일부 식당, 경비 등 용역업체
•공공부문 - 용역업체, 자회사를 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인천공항공사,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서울메트로 및 큰 건물을 가진 공공기관이 자회사, 하청업체, 용역업체(청소, 시설관리, 경비 등)
•건설업 - 하도급을 받아서 공사를 하고 있는 다양한 전문건설업, 전기공사업, 정보통신, 산림, 문화재 등 하도급업체
•서비스업 – 은행, 병원, 백화점, 대형슈퍼마켓, 가전/통신수리서비스업 등의 각종 서비스 용역업체(수리, 콜센터, 청소, 시설관리, 돌봄 등)

이렇게 하여 노란봉투법으로 개정된 노동조합법 제2조가 관련 노사(원·하청노사)에게 많은 불확실성과 논란, 갈등거리를 낳을 수 있다.

우선, 중·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만 해당되는지 혹은 전속사외하청, 의존도가 높은 사외하청, 손자회사, 용역업체, 대리점, 일시적 하청업체의 노동자들도 모두 포함하는지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와 같은 적용범위를 두고 모법의 규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노조 측은 가능하면 넓게 해석하려고 할 것이고 사용자 측은 좁게 해석하고자 할 것이다.

다음으로 원청사, 모기업, 용역발주기업/기관들을 상대로 하청업체, 용역업체, 자회사 노동자들이 어디에서 얼마나 노조로 조직화되어 어떻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민간하청, 용역업체, 자회사들이 작은 경우가 많고 이직률이 높아서 노조를 조직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공공부문의 하청회사, 용역회사, 자회사의 노동자들은 노조를 조직하기가 민간부문보다 훨씬 쉽기 때문에 더욱 많이 다양하게 조직될 것이다.

셋째, 원청 사용자들이 간접고용(하청, 용역, 외주) 노동자들과 교섭을 하는 경우에도 어떤 의제로 교섭할 것인지, 어떤 의제는 교섭의제가 되고 다른 의제는 교섭의제가 되지 않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정할 것인지, 그리고 이들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면 원청노동자과 얼마나 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도 불분명하다.

넷째, 간접고용(사내하청, 전속 사외하청, 용역업체 등) 노동자들이 하청회사별로 노조를 만들어 복수노조가 되는 경우 원청사용자들이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지, 원청노조와 하청기업 사용자들이 같은 교섭단위에 포함하는 것이 필요한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노란봉투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개정된 노조법 제2조가 안고 있는 이와 같은 불확실성, 결정되지 않고 있는 제도적, 관행적 공백, 노사 간의 인식과 기대의 큰 차이 등은 향후에 노사 간의 법적 다툼, 시행착오, 노사 간의 갈등, 원·하청 간의 갈등을 다양하게 야기할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입법 상의 공백 메우기 위한 네 가지 제언

그러면, 노란봉투법이 안고 있는 미완성으로부터 비롯되는 불확실성, 개방성, 제도적 공백을 줄이고 제도적으로 안착되도록 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먼저, 법적인 강제력이 없더라도 정부는 노조법 제2조의 해석과 적용에 필요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노사에게 제시하여야 한다. 그래야 노사 간의 다툼을 줄이는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법적 다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나중에라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다음으로 중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소업종별로 원·하청별 노사협의회의 틀을 갖추어 시작하되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을 통해서 원하청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이 효과를 거두려면 노조의 힘도 필요하나, 원청사용자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산업재해 예방, 복지개선 등 상호이해와 공동의 이익 도모와 원하청 간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시작하여 단계적으로 원하청/용역 간, 하청내부/용역업체 내부의 격차(임금, 근로조건, 복지혜택) 조사와 이를 줄이기 위한 단계적 개선방안에 대해 협의를 하고 이행해 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원·하청노사협의회를 통해 혹은 단체교섭을 통해 해당 업종, 직종의 최저임금을 정하는 노력을 해 볼 수 있다. 현재 존재하는 다양한 직종의 시중노임단가의 예를 이용하여 원·하청 노사협의회나 원·하청단체교섭이 중심이 되어 시범적으로 특정직종(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힘든 일)의 최저 노임단가를 정하는 노력을 통해 하청, 용역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으며 점진적으로 이를 확대해 볼 수 있다.

넷째, 중대기업의 원하청노사협의회, 소업종별, 공공기관의 원하청 노사협의회, 원하청 공동교섭 등 어떤 형식이든 새로운 노사관계의 실험에는 수많은 걸림돌, 인식, 관행, 기대의 상당한 차이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 이해조정, 갈등, 대결 등을 겪게 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원하청 공동노사협의와 공동교섭의 연착륙을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이다. 원하청 노사가 협의나 교섭의 제로 삼고자 하는 중요한 이슈에 대해 전문가들이 사전연구, 조사를 통해서 사실조사(fact-finding)와 개선방안 제시를 함으로써 공동노사협의나 공동교섭이 촉진되고 갈등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방안 이외에도 노란봉투법 입법 상의 공백을 메우고 노사관계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러 수준의 사회적 대화나 협의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 이런 모든 방안은 아무래도 정부가 노사단체,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야 할 것이다.

베규식전 한국노동연구원장포럼 사의재

* 필자 소개 : 배규식 원장은 현 지역혁신연구원 대표로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노동연구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을 역임했다. 배규식 원장은 서울대학교 졸업 후 영국 워릭대학교에서 산업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 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노사관계를 오랫동안 연구한 고용·노동분야 전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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