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차림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권 의원은 같은 당 의원들과 함께 '근조 의회 민주주의' 검은 리본을 달고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이날 개회식에 참석했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은 이날 개회식에 이어 개의한 본회의에 보고되지 않았다. 권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은 10일 이후로 미뤄진 셈이다. 오른쪽은 윤상현 의원.
남소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가운데 이번에는 구속을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권 의원이 통일교로부터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특검 수사 내용과 2018년 검찰이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에서 무죄를 받은 상황은 판이하게 달라서입니다. 채용비리 사건 무죄는 검찰 부실 수사가 원인이었으나 이번 특검 수사는 탄탄한 증거와 진술이 뒷받침됐다는 점에서 차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권 의원이 구속되면 그동안 묻혀져 있던 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사회를 흔든 채용비리 수사의 기폭제가 됐던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권 의원이 무죄 판결을 받은 과정은 석연찮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무엇보다 당시 법원이 "다수의 채용 청탁과 점수 조작 등 중대한 하자가 있었지만 권 의원이 직접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검사가 증명하지 못했다"는 무죄 이유에서 확인됩니다. 이 사건은 권 의원이 2012년 강원랜드에 압력을 행사해 교육생 16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으로, 이 가운데 11명이 실제 채용됐습니다. 당시 강원랜드 사장은 "권 의원이 직접 청탁했다"고 진술했고, 본인은 부정 채용으로 유죄 판결까지 받았습니다.
문제는 검찰 수사였습니다. 당시 권 의원은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었는데, 수사 과정에서 검찰총장이 제동을 거는 등 외압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수사 검사는 "권 의원 이름을 증거목록에서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했고, "검사장이 검찰총장을 만나고 온 뒤 불구속 기소를 지시했다"고도 했습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검찰 상부의 수사 방해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 등을 제때 못해 증거 수집에 차질을 빚고 증언도 오염됐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권 의원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법정의가 공정하게 실현됐는지 커다란 물음표를 남긴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그러나 권 의원의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 의혹은 애초 검찰이 지난해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일교 유착 관계를 수사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당시 통일교 고위간부가 권 의원에게 돈을 전달한 사실을 진술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검찰이 사실상 은폐해왔다는 게 중론입니다. 그러다 민중기 특검팀이 검찰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으면서 묻혀있던 사건을 재수사해 실체를 파헤쳤습니다. 과거 검찰이 권 의원 채용 비리 사건을 축소했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특검이 직접 나서면서 검찰이 사건을 일방적으로 재단할 여지가 애초 없어진 셈입니다.
권성동 구속, 윤석열 정권 총체적 심판 의미
비리를 입증할 증거도 차고 넘칩니다. 특검이 권 의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통일교 고위간부의 진술을 받아낸 데 이어, 사전에 현금을 담은 종이상자를 찍은 사진을 확보했습니다. 그 대가로 권 의원이 통일교와 윤석열과의 독대를 주선하고 그 자리에서 나온 구체적인 청탁 내용도 밝혀냈습니다. 여기에 권 의원 쪽이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통일교 관계자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하며 증거를 인멸하려 한 정황은 권 의원을 구속시킬 결정적 물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권 의원의 구속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는 그간 권 의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이 적지 않게 제기됐습니다. 인사 청탁과 금품 수수 등과 관련된 추문이 공공연하게 돌았는데, 권 의원이 구속되면 표면화될 공산이 큽니다. 정치자금 수수가 대선자금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권 의원이 받은 돈을 자기가 전부 썼다고 할지, 아니면 국민의힘이나 윤석열에게 줬다고 진술할지에 따라 수사 판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권 의원이 특검에 출두하면서 "특검 수사가 국민의힘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 발언이 의미심장하게 들린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습니다.
'원조 윤핵관'으로 불린 권 의원의 사법처리는 윤석열 시대의 종언을 고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윤석열이 대선후보였을 때 비서실장을 맡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고, 이후 원내대표가 돼 윤석열의 전횡을 비호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비상계엄 후에는 의원들에게 "욕먹겠지만 얼굴 두껍게 다녀야 한다"며 단일대오를 외쳤고, 급기야 대선 직전에는 사상 초유의 후보 교체를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권성동 구속이 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이자, 윤석열 정권에 대한 총체적 심판이라해도 지나치지 않은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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