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시민들이 연방의회 앞에 모여 독일대안당(AfD) 정당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고정희
독일 사회 전반에서 극우 세력이 힘을 얻은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 2015년 난민 위기 이후 '통제 불능의 이민'이라는 인식이 보수층에서 급속히 확산하였다. 둘째,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커지고 동·서독 간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상대적 박탈감은 '이민자 탓'으로 돌리기 쉬운 정치적 토양이 된다. 셋째, 온라인 공간에서의 급진화다. 텔레그램과 같은 비공식 네트워크에서 혐오 발언, 음모론, 나치식 유머가 퍼지고, 이는 군인·경찰을 포함한 30대 40대 남성층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었다.
극우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 정부는 법적 장치 외에도 다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2022년 내무부 장관은 '극우주의 대응을 위한 행동계획'을 발표하고 극우의 씨를 말리겠다는 기세를 보였다.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법치국가의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극우주의적 네트워크를 해체하고, 그들의 수입원을 차단하며, 무기를 몰수하고자 한다"며 13개의 핵심 정책을 소개했다. 연방헌법수호청(정보기관)에서는 극우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해 군대, 경찰, 공무원 지원 단계에서 보안 심사를 통해 극우 성향 인물을 걸러내고 있다.
동시에 '민주주의를 살자!' 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민간 교육, 학교 교육, 시민사회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부터 민주주의 교육과 다문화 교육을 강화하는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지역 단위로 이동식 자문단과 피해자 상담소를 두어 실제 벌어지는 극우 사건에 대처한다. 이처럼 법적 제어, 예방 교육, 피해자 보호가 삼각 축을 이루며 운영된다.
이렇듯 종합 전략이 가동되고 있지만, 분노의 근원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여전히 미봉책에 그칠 것이다. AfD 정당 금지가 과연 옳은 길인가에 대한 격렬한 토론이 시작되었는데 국민의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린다는 비판의 소리도 들린다. 경제적 분배의 불평등, 연금으로 인한 세대적 불평등과 더불어 건강보험제도도 혁신이 필요한데 평생 두둑한 연금이 보장된 정치가들의 발등이 하나도 가렵지 않기 때문인지 개혁을 미루고만 있다.
얼마 전 베를린의 한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는데 옆에 있던 어느 '작은 사람'이 전화에 대고 떠나가라 고함치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직접민주주의로 가야 해! 아니면 이 나라를 떠날 거야!"
이제 독일은 어디로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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