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1 11:55최종 업데이트 25.09.0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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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안영로, 김삼환 목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가조찬기도회는 윤석열 정권하에서도 어김없이 열렸다. 2024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주최 측은 "'공의, 회복, 부흥'의 주제를 통해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고, 상처 입은 마음을 회복하며, 영적 부흥의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미사여구와 달리, 이후의 행보는 결코 공의도, 회복도, 부흥도 아니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1966년 3월 8일 박정희 정권 시절 시작됐다. 첫 모임에서 김준곤 목사는 "하나님이 군사혁명을 성공으로 이끌어 주셨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군사 쿠데타를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 때도 국가조찬기도회는 다르지 않았다. 광주에서 시민을 학살한 독재자에게 기도와 찬양으로 충성을 바쳤다.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무릎기도'를 요구해 논란이 됐고,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는 소강석 목사가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박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외국 여성 정치인들의 신체를 비하해 논란이 일었다.

이처럼 국가조찬기도회는 반세기 가까운 기간 동안 독재든, 부패든, 언제나 권력의 곁에서 기생하며 종교적 장식을 더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종교의 이름으로 권력의 불의에 면죄부를 주고 때로는 협력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현재 국가조찬기도회 회장은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다. 그는 윤석열 정권 들어 부인 김건희씨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제공하는 등 뇌물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다. 1일 사임 의사를 밝힌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국가조찬기도회 부회장이다. 그는 김건희씨에게 '금거북이'를 건넨 정황이 특검에 의해 드러나면서 금품을 건넨 대가로 공직 임명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열흘 전 있었던 지난해 국가조찬기도회에서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하나님의 공의가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 정책에서 강물처럼 흐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반대였다. 특히 기독교인을 자처하던 몇몇 의원은 성경을 들고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추태를 부리기도 했다. 공의와 정의를 외치며 하나님을 찾던 이들이 현실에서는 불법과 탈법을 두둔하고 불의한 권력을 지지했다.

국가조찬기도회가 '기도회'라는 이름으로 권력과 금권의 교환장, 뇌물 네트워크의 한 축을 형성했을 뿐이다. 윤석열 정권의 무속 논란과 각종 비리,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극우 보수 기독교 세력의 행보는 국가조찬기도회와 맞닿아 있다.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

2024년 11월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뒤를 국가조찬기도회장인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이 따르고 있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국가조찬기도회는 스스로를 "빛과 소금"이라 포장한다. 그러나 그 실상은 정반대였다. 빛은커녕 권력의 어둠을 덮어주었고, 소금은커녕 사회의 부패를 더 썩게 만들었다. 그들은 하나님을 찾는다고 했지만 사실은 맘몬을 섬겼다.

더 큰 문제는 교회들의 침묵이다. 대형 교회 목사들과 교계 인사들, 사회적으로 힘 있는 장로들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자리하면서 교회는 비판 대신 동조를 선택했다. 그 결과 이 모임은 참여하는 이들뿐 아니라 한국 교회와 정치권력의 유착을 상징하는 자리로 굳어졌다. 심지어 국가조찬기도회에 초대받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국가조찬기도회는 결코 고립된 사건이 아니다. 여러 단체명으로 이름만 달리할 뿐 극우 보수 기독교와 정치권력의 결탁은 동일한 맥락에서 이어져 왔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의 무속적 기반에도 힘을 실어주었고, 탄핵 국면에서도 끝내 반대하며 내란 동조 세력으로 남았다. 종교적 권위를 정치적 흥정의 도구로 바꾸는 이들의 행태는 성서의 정신이나 예수의 가르침과는 전혀 무관하다.

국가조찬기도회는 더 이상 존속할 이유가 없다. '기도회'라는 이름을 걸고 있지만, 실상은 권력에 아부하며 세속적 이익을 챙기는 집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신앙의 왜곡이자 민주주의의 오염이다. 그러므로 이제 "회개하라!"가 아니라 "해체하라!"고 외쳐야 할 때다.

한국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이름 없는 신앙인의 삶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정의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교회 본연의 모습이다.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평화는 권력자들과의 기념사진 속에 있지 않다. 그것은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자리, 상처 입은 이웃 곁에서 드러난다.

따라서 국가조찬기도회와 같은 집단은 해체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권력과의 유착을 끊고 약자의 눈물을 닦는 자리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종교가 권력자의 만찬장이 아니라, 민중의 밥상머리에서 하나님을 섬길 때, 교회는 다시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민수 시민기자는 1995년 목사안수를 받은 후 기관목회와 현장목회를 30년 이상 시무중인 목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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