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틱, 자폐 스펙트럼, 우울증, 느린 학습자도 함께 성장하는 통합교실 이야기천경호 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이 쓴 장애학생을 비롯해 특수교육대상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실의 사례와 어떻게 하면 바람직한 통합교실을 만들 수 있는지 제안이 담겨 있다.
천경호
예방교육의 문제점
- 장애학생 중 70%가 특수학교 아닌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다. 교사로서 우리나라 통합교육 체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책임을 개인, 즉 교사, 학부모, 학생에게 일임해 버린다는 거다. 통합학급에 장애 학생이 배치되면 기본적으로 일반교사인 학급 담임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 아이를 잘 가르치기 위해 학습을 도와줄 사람도 필요하고 교육과정 내에서 이 학생을 어떻게 평가할지 논의할 사람이 필요한데 학교 안에 이들을 도와줄 사람이나 시스템이 하나도 없다.
특수교사도 마찬가지다. 특수교육대상자 사례도 다 다르고 필요한 행정지원도 다른데 교육부터 돌봄 책임까지 특수교사가 떠안고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실제로 2023년 10월 인천의 한 특수교사가 과도한 업무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언어치료, 작업치료, 물리치료, 정서적 음악 미술 치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개인이 알아서 발품 팔아야 하니 무늬만 통합교육이란 말이 나오는 거다.
학교가 외부 인력 고용, 근태도 떠안아야 하는지라 외부 인력 고용에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이니 특수교육대상학생에게 필요한 전문가 네트워크를 지역 교육청이 갖춰놓고 학교에 지원 가능하도록 인력 풀을 만들어 놓으면 좋겠다. 어느 교육청도 그런 걸 하는 곳이 없다. 현장을 보면 특수교사 중에 에너지가 소진된 분들이 너무 많다.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불신이 높이 쌓여있고 정서적 소모도 심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 비해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지나치게 빨리 퍼지다 보니 학부모가 정당한 요구를 해도 학교에선 민원으로 여기며 방어적으로 나오는 경우도 잦다. 이런 상황에서 학교와 학부모 사이 불신의 벽은 더 높아지고, 다들 지나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실천교육교사모임이 작년부터 통합교육 분과를 만든 거다. 통합교육이 가능하게 하는 학교 시스템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그려 보는 게 목표다. 통합교육 운영에 대한 바람직한 사례를 모으고 국회나 교육부에 제안하려고 한다. 학교에서의 진정한 통합교육이 가능해지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작년 말 국회에서 통과된 학생맞춤형통합지원법안 개정을 제안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지금은 위기 학생이 발생하면 이를 지원하는 사후적 지원 시스템이다. 사후 대신 사전 예방이 가능하도록, 위기학생이 되기 전에 모든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의 학생맞춤형교육을 지원하면 어떨까. 반 인원을 10~15명으로 낮추고 모든 학생이 개별화교육협의회를 하게끔 개정하는 것이다. 모든 1학년이 맞춤형 통합 지원을 받는 교육이 된다면 당연히 장애학생뿐만 아니라 비장애학생들에도 적합한 지원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초학력부진도 예방하고,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효과적으로 개입해 성인기 이후 생기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으며, 높은 수준의 양육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다양한 전문가들의 피드백을 듣고 전문적 지원을 받으므로 아이의 장애를 수용하고 그 어려움을 지원하는 공교육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더불어 개별화교육에 대한 일반 교사들의 인식과 교육의 전문성이 함께 높아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초등 1년 동안의 학교 만족도가 이후 6년을 결정한다.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서로의 불신이 야기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셈이다."
- 선생님 글을 보면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는 학생을 설득하는 대화가 많다. 유난히 다양성 교육을 강조하는데 이유는 무언가?
"한 제자가 중학교 진학 후 카톡 프로필 사진을 올린 걸 보고 충격받은 적이 있다. 엄마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써 놓더라. 한 번도 여성혐오를 가르친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때 여러 책을 읽었는데, 온라인 커뮤니티 교류가 주요 원인이었다. 커뮤니티의 특성이 위계를 만들어 내는 거다. 게임 실력, 힘, 나이, 성별 등에 위계를 정해놓고 자신보다 낮은 위계의 불특정한 타인을 함부로 대하는 행동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혐오표현도 자유롭게 하고 아무도 제지하지 않는 커뮤니티에 주로 머물게 된다.
그렇다면 그걸 왜 학교 안에선 안 다루지? 의문이 생겼다. 너무 중요한데 아무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이런 활동은 교과 밖에 있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학생들이 성숙한 사회인과 대화하며 성장하는 대신, 미성숙한 또래랑 잘못된 문화를 당연시하며 어울리는 걸 학교에서 방치하는 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심리 박사과정을 밟을 때도 내담자 대다수가 사회적 약자였고 공격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정말로 남성이었다. 다양성 교육을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게 된 계기다. 학교 안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 이유다.
학교에서 '~예방교육'을 많이 하는데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피교육자를 잠재적 가해자로 상정하면 학습 동기가 사라진다. 사실 학교에서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은 우정, 사랑이다. 어떻게 해야 그 누구와도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 어떻게 건강하게 사랑할지 배워야 한다. 예방교육은 피교육자에게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만 하는데 정작 교육 후엔 가해 행위만 머리에 남고 건강한 사랑 주체로서의 이미지는 전혀 남지 않는다. 어떻게 우정을 만들고, 사랑을 일궈가야 하는지는 가르치지 않고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성폭력 가해자가 되지 말라고만 하는 것이 곧 인간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교육과 정반대의 행위가 아닌가."
- '장애예방교육'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교육이 생각난다. 사실은 '사고예방교육'인데 이름을 그렇게 붙여서 장애를 부정적인 걸로 낙인찍는.
"한국은 라벨링이나 선입견이 심하다. 그래서 노인의 행복도가 떨어진다.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늙음=불행이라는 공식에 대한 낙인이 있다. 장애인 삶도 마찬가지다. 외부에서 삶이 불행하다고 가정한다. 사실 중도장애인들을 인터뷰해 보면 장애를 갖게 된 후 일정 시간 지나면 행복도가 올라갈 수 있는데도. '중2병'은 어떤가. 선입견이 반영된 말을 사회가 거리낌 없이 쓰면 거기에 애들이 부응하고 그 단어를 자기방어 수단으로 써버린다.
연구를 보면 방어적 성격의 교육은 실제로 효과가 떨어진다. 인간의 작업기억엔 한계가 있다.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 4개와 해야 하는 것 1개를 제시하면 바람직한 행동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주로 금지 행동만 생각난다. 만나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을까? 만나면 마음이 편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을까? 사람을 마주할 때 바람직한 행동을 할 가능성은 줄고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떠오르니 혹시 가해자가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아예 사람들과 멀어져 버리자고 결정하게 된다. 나를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이니까. 전화하는 것조차도 두려워하는, 지금 많은 2030 세대는 이런 방어적 교육에 희생됐다고 본다."
"아이들이 자기를 존중했으면 좋겠다"

▲모두의 학교 by 모두의 1층 프로젝트의 탄생 회의2025년 초 열린 무의-실천교육교사모임의 두 번째 회의.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장애 접근성 데이터를 학생들과 모을 수 있을지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왼쪽부터 실천교육교사모임 천경호 회장, 무의 홍윤희 이사장, 무장애연대 김남진 사무국장, 실천교육교사모임 통합교육팀 박한샘 교사
홍윤희
-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말은 무언가?
"아이들이 자기를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자기 존중의 표현이며 말을 함부로 하면 그 말을 듣는 첫 번째 사람은 바로 나이니까. 자세가 흐트러지는 것도 내 몸을 함부로 하는 것이니 자세를 바로 하는 건 결국 나를 존중하는 것이다. 다른 친구 돕는 것 또한 내 그릇이 커지고 내가 나를 존중하는 방식이라고 종종 말한다."
- 이런 말을 하는 선생님이라니... 기억에 남는 제자들도 있는지.
"너무 많은데… 4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첫 제자가 기억난다.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동생 다 챙기고 집안 일 하고… '가장 불행한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해질 권리가 있다. 지지 마라'라고 자주 말해 주었다. 지금은 미국에서 간호사를 하고 있다.
혼자 일어나지 못하던 소아마비 학생도 기억난다. 친구들이 부축해야만 일어났다. 아이들에게 도와주지 말라고 했다.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는 게 진짜 돕는 것이지 대신해 주는 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고. 그 아이에겐 '친구 없으면 어떻게 할 건데?' 이렇게 말했다. 대학가서 연락 오더라. '선생님. 저 혼자 잘 다녀요!'"
천경호 회장과 이야기하며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내 딸은 엘리베이터 없는 학교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하다시피 했다. 고등학교 진학 후엔 휠체어로 교실, 화장실, 급식실을 오가는 시간이 빠듯해서 급식실 점심 먹는 걸 포기했다. 이번에 수능을 치르는데 엘리베이터나 장애인화장실이 없는 고사장에 배치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모든 학교의 장애 접근성이 다 좋은 게 아니기 때문에 학교 접근성 정보를 공개하게끔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과 무의는 2025년 가을 학교 안 휠체어 접근성을 조사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학생들이 직접 학교 접근성 확대 요청을 하는 '모두의 학교 by 모두의 1층' 캠페인을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참여로 진행한다. 당장 장애-비장애 학생들이 같이 점심을 먹을 수 있어야, 함께 체육을 할 수 있어야 가까워질 수 있다. 당장 학교의 높은 정보 장벽과 물리적 장벽이 해소되진 않겠지만 이렇게 마음을 내준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활동은 공교육 내에서의 진정한 다양성 교육, 통합교육의 첫 시작이 되고 결국 물리적, 심리적 턱을 허물 수 있는 마중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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