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9.01 06:48최종 업데이트 25.09.0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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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경제적 관점에서도, 인구 구성으로 봐도, 개인의 재테크라는 측면에서도 앞으로의 몇 년이 나와 한국의 성장·행복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정치권마저도 부동산 중심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풍요롭게 될지 함께 생각해 보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기자말]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의 모습.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5배 정도다. 난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이건 나중에 더 자세히 다루도록 하고. 여하튼 재무제표에 나타난 숫자로만 보면 현대차의 PBR은 0.5배 정도다.

PBR 0.5배는 무슨 뜻인가?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망했다고 치자. 망한 기업에는 누가 가장 먼저 들이닥치나? 먼저 정부가 미납된 세금 받기 위해 들어가겠지. 다음 은행 등 채권자들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들어간다. 세금과 대출을 다 갚고 나면 남은 돈은 누가 갖나? 그건 투자자들이 갖는다. 법으로 그렇게 되어 있다.

PBR 0.5배, 주주들은 황당하다

기업이 망한 그 시점에 해당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이 청산되면 가장 마지막에야 남아 있는 돈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어떤 기업이 망했다면 망한 기업의 주주들이 가져갈 돈은 대개 한푼도 남지 않게 된다. 기업이 망했다는 말은 현금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서 부도가 났다는 말이니, 현금도 없고 이제 기업이 팔 순자산도 없어야 정상이다.

투자자인 주주들은 땡전 한푼도 못 받고 거리로 나앉아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대차의 PBR이 0.5배라는 말은 현대차가 부도가 나서 빚을 다 갚았는데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순자산이 현재 거래되고 있는 시가총액의 2배가 된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PBR이란 주가를 주당 순자산가치로 나눈 값인데, 이는 다시 말하면 현재 기업이 거래되고 있는 시가총액(1주당 주식가격 X 발행주식수)을 부동산을 비롯한 기업의 순자산(총자산-총부채)으로 나눈 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PBR 0.5배의 가격으로 어떤 기업의 주식이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뜻은 지금 그 기업이 당장 망해서 빚잔치를 하더라도, 은행 등으로부터 빌린 대출을 다 돌려주고도 현재 주주들에게 현재 거래되고 있는 주식시장가격의 2배씩을 돌려줄 수 있게 된다는 뜻이 된다. 이런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차라리 기업이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기업의 모든 자산을 팔아 청산한 뒤 주주들에게 돈을 나눠주면, 그 금액이 현재 본인이 보유한 시장가치보다 2배가 높다니…

PBR 낮은 한국 대기업, 숨겨진 이유가 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2024.1.17연합뉴스

그렇다고 PBR이 그렇게 낮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돈을 전혀 못 버느냐고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현대차그룹은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에서 수십조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했다. 영업이익률도 도요타나 테슬라 등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장사 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대차처럼 자산가치 대비 주가가 현저하게 저평가되어 있는, 그래서 그 주가 자체가 미스터리라고 믿고 있는 한국의 수많은 상장기업들의 주주들 게시판에는 "차라리 청산하고 회사를 나눠갖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그럼 이론상 자신들이 2~3배씩 나눠 가질 수 있다면서 말이다.

모든 게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비정상이다. 사람이 발로 걷지 않고 팔로 물구나무를 서면서 걷고 있는 형국이다. 그것도 수십 년 동안을.

왜 이렇게 됐을까? 왜 이렇게 청산가치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에서 한국의 대표적 기업들의 주가는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까? 남과 북의 대치 상황 때문에? 그렇다면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 기업들의 PBR 2.4배를 설명하지 못한다. 한국경제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때문에? 그렇다면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면서 여전히 경제성장률 0%대에 머물러 있는 일본 기업들의 PBR 1.6배를 설명하지 못한다.

단순히 한국 기업들이 만성적으로 저평가됐기 때문에 저평가되고 있다는 말인가? 형용모순이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PBR이 낮을수록 좋은 누군가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군가의 이익에 의해 한국의 주식시장은 오랫동안 짓눌려져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건 누구의 이익인가? 그리고 그 이익은 다른 누군가의 이익과 결합되어 있는 것인가?

(최경영의 돈과 시간 이야기,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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