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3월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고 핵반격작전계획과 명령서를 검토하는 모습.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주목할 점은 트럼프가 집권 2기의 목표로 세계의 핵군축이나 비핵화를 핵심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 화상 연설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거론하면서 "우리는 비핵화를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은데, 나는 그것이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월 13일에도 러시아와 중국을 거듭 거론하면서 비핵화가 2기 행정부의 목표라는 점을 거듭 밝혔다.
그리고 3월 13일에는 "다른 국가들도 참여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며, "규모는 더 작지만 김정은도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조선을 "확실한 핵보유국"이라고 칭하면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관계를 재구축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역설하자 트럼프도 이에 호응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트럼프의 야심을 너무 작게 보는 것이다. 트럼프는 '세계의 비핵화'라는 큰 틀에 북핵 문제도 담아내려고 하는데,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좁은 시야에 갇혀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어느 것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접근일까?'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비핵화는 멀어지고 남북관계 회복도 불가능해진다. <조선중앙통신>이 한미정상회담 직후 "리재명이 '비핵화망상증'을 '유전병'으로 계속 달고 있다가는 한국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리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에서도 이러한 분석이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즉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진단이 조선의 입장을 두둔하고자 함이 아님은 물론이다. 김정은 정권의 '조선 비핵화 불가론'과 트럼프의 '세계 핵군축과 비핵화론'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는 취지다(참고로 여기서 '트럼프 행정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이유는 아직까진 세계 핵군축과 비핵화 추진이 미국 행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기실 '세계 핵군축과 비핵화'는 '북한의 비핵화'만 요구해 온 외부 세계에 대한 조선의 대항 담론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트럼프가 핵 강대국들이 먼저 솔선수범을 보이자고 하면서 조선 등 다른 핵보유국의 동참도 요구하고 있다.
점진적인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을 통해서든, 핵보유국 정상회의를 통해서든 북핵 문제를 세계 핵군축의 틀에 담아내 '동결-감축-폐기' 프로세스를 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미중러 핵군축 협상이 이뤄질지도 불분명하고, 여기에 조선 등 다른 핵보유국이 어떤 형태로 참여할 수 있을지도 막막함이 있으며, 핵보유국 간에 큰 격차가 있는 핵전력을 어떻게 조율해 줄여나갈 수 있을지도 난제다.
다만 분명한 건 있다. 세계, 특히 미국을 포함한 강대국들의 핵군축 기운이 커질수록 조선의 핵 동결과 감축을 유도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환경은 무르익게 된다. 조선의 핵무기가 줄어들수록 한국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하여 한국도 "북한의 비핵화"나 "한반도 비핵화"를 내려놓고 세계의 핵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에서 북핵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사즉생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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