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관장 사퇴를 요구하며 독립기념관 겨레누리관에서 농성 중인 독립투사 후손들.
김종훈
관장 취임 이후의 김형석은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국적은 일본 국적'이었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독립기념관 국정감사 때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일제강점기 국적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민병덕 의원은 "일제강점기 때 국적이 일본 국적이라는 것이 역사학자로서의 학문적 소신이다 이렇게 이해하면 됩니까"라고 물었다. 김 관장은 "예"라고 대답했다.
강점기의 한국인들이 서류상의 한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919년 이후의 한국인들은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 그 심정으로 일제 지배를 견뎌냈다. 몇몇 독립운동권 인사뿐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3.1운동의 환희를 간직하고 살았다. 이런 사람들을 일본 국적자로 분류할 수는 없다.
또, 일본제국주의가 한국인들에게 일본 국적을 부여한 일도 없었다. 일본은 청일전쟁의 결과로 강점한 대만과 러일전쟁의 결과로 강점한 사할린에는 자국 국적법을 적용하면서도 식민지 한국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1910년 7월 15일, 식민지 법률정책에 관여하는 야마다 사부로 도쿄제국대 교수는 초대 조선총독이 될 데라우치 마사타케 한국통감에게 '합병 후 한국인의 국적 문제'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의견서에서도 확인되듯이, 한국인들에게 일본 국적을 부여하지 않은 한 가지 이유는 한국인과 일본인이 대등해지는 것을 막는 데 있었다. 대만인과 사할린인에게는 일본 국적을 줘도 무방하지만, 한국인들에게는 동등한 국적을 부여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이유는 일본 국적법 제20조가 한국 독립운동진영에 의해 역이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있었다. 제20조는 외국 국적을 취득하는 일본인은 일본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했다. 일본은 '이 조항을 한국인들에게 적용할 경우, 중국 국적을 취득해 항일운동을 하는 한국인은 자동적으로 일본 국적을 상실하므로 이들을 일본 형법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1925년 11월에 총독부가 작성한 '제51회 제국의회 설명자료'는 한국인들에게 국적법을 적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 "그들이 지나(중국)의 국적을 취득했을 경우, 지나 영토에서 배일운동을 일으켜 독립운동을 시도하더라도 우리에게 단속할 방법이 없고"라고 설명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일본은 한국인들에게 국적을 부여하지 못하고 별도의 호적 체계를 만들었다.
일제는 한국인들이 두려워 국적을 부여하지 못했다. 친일파들은 자신들이 일본 국적자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김형석 관장은 한국인들이 일본 국적자였다고 강변한다. 사실관계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일제가 한국인들에게 일본 국적을 부여했다는 주장은 식민지 한국과 일본제국주의의 일체성을 강조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취임 이후의 김형석은 1945년 8·15를 통해 한국이 해방되거나 광복된 엄연한 사실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동수 민주당 의원과 나눈 질의응답에서도 이 점이 확인된다.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유동수 의원이 "관장님은 1945년도에 광복됐다는 걸 인정하십니까?"라고 묻자, 김형석은 "관장 자격으로 지금 얘기를 하라면 제가 코멘트를 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유동수 의원이 "예스도 아니고 노도 아니다?"라고 다시 묻자 "예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관장 자격이든 학자 자격이든 1945년에 한국이 일제 지배로부터 벗어난 일을 인정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는 그것을 인정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독립기념관장 자격으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식의 답변을 내놓았다.
독립기념관의 장이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의 독립운동도 제대로 평가해 주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이 일본 국적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또 1945년에 한국이 일제 지배로부터 벗어났다는 사실도 입에 담기를 거부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 8월 14일 취임식에서 그는 "친일인명사전의 내용들이 사실상 오류들이 있더라"라며 "잘못된 기술에 의해서 억울하게 친일인사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서도 안 되겠다"라며 친일인명사전 청산의 의지를 표출했다. 독립기념관장이 독립운동의 가치를 전 세계에 전파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친일파들의 누명을 벗기겠다'는 엉뚱한 각오를 내놓았던 것이다.
독립운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고 이를 폄훼하는 인물이 독립기념관장실을 계속 '점거'해서는 안 된다. 속마음을 감추지도 않고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물은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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