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정권 초기 노동체제의 선도적 개혁을 위해서는 상부 단위 차원의 거시적 조율이 필요한 대목도 있다. 예컨대 노란봉투법, 이 중에서도 노조법 2조의 사용자에 대한 포괄적 재규정 이후 발생할 노사관계 관행 변화와 대응이다.
사실 노란봉투법 이행계획의 핵심 주체는 노동계다. 사측의 줄소송도 결국 불확실성 때문이며 이를 메울 주체는 노동조합이다. 노조법 2조가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노동계는 원·하청간, 하청들간, 또 나아가 원청들간 3차원의 수평 조율을 어떻게 이룰지 교섭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민주적 자본주의 사회(시장 경제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사회)에서 교섭은 노조로의 조직화와 조직화된 노조의 전략에서부터 시작한다. 노조의 힘이 세면 사측도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고 약하면 굳이 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나서서 노조의 전략까지 짜 줄 수는 없다.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야는 공공부문이다. 사용자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각 기관, 지역, 직종 등의 개별 교섭단위를 통합해, 여러 사용자(기관·기관군 등)가 모인 초기업 단위(사용자단체)로 교섭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도, 노조가 (특히 노조원들이) 기업별 교섭을 원할 경우 초기업교섭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정부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노조의 태도도 중요하며 양쪽의 뜻이 모아져야 개혁이 진척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양대노총이 정부에 '노란봉투법 이후 단체교섭의 포용적 변동을 위한 노정교섭'을 제안하고, 약 반년에 걸쳐 틀을 만든 후, 각 노조 내부의 의지를 확인하고 검토해 해답을 찾아보는 식의 방안은 어떨까?
복합위기를 극복할 전략으로서 사회적 대화
한편, 공공부문의 경우 공공기관의 (정규직) 교섭 실질화와 공무직위원회를 꾸리는 문제 등이 한 데 연결되어 있다. 자칫 조율이 되지 않은 채, 하부 단위에서 논의들이 중복 논의될 경우 비효율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적잖다. 결국 공공부문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위한 메타 거버넌스(상위 조정 체계)가 필요하다. 경사노위 같은 곳이 이 역할을 맡으면 좋겠지만, 당장 어렵다면 '노정대표자 회의'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틀이라도 만들어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논의는 공공부문에 한정되어야 하며, 정부로선 기재부, 행안부, 노동부, 복지부 등의 참여가 기대된다. 이 정도의 매머드급 정책협의기구를 새롭게 만드는 일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며, 결국 대통령실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노조법2조 불식해소와 공공부문 초기업교섭 활성화를 위한 노정대화' 로 부르면 어떨까? 이것과 유사한 시도로 문재인 정부 시기 코로나 위기 때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력의 확충과 처우개선 등을 놓고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했던 9.2노정합의 등이 있다.
한국 경제와 민주주의의 성숙도, 미래 변화를 고려할 때 이제 사회적 대화는 특정 정부, 또는 일회성 협의 모델로 협소하게 사고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사회적 대화는 전환기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 위기를 어떻게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핵심 전략이자 새로운 사회적 제도다. 사회의 지속가능성, 민주주의의 심화를 위한 생활정치 재구조화의 수단으로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위기와 기술 혁신, 인구구조 변화, 노동시장 양극화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은 대부분 이해당사자 간 협의를 통한 집단적 대응이 요구되는 문제로서, 다양한 층위에서의 사회적 대화들이 필요하다.
내란을 극복한 국민적 자신감,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불평등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이러한 문제의식이 사회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사회적 대화를 통한 절차적 정당성과 합의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의 상상력을 넓히고, 구조를 유연화하며, 다양한 삶의 주체들이 충분히 발언하고 조율할 수 있도록 그 기반을 정비해야 한다. 단지 기구의 개혁을 넘어 체제의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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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 박명준은 현재 한국노동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으로 노사관계와 사회적 대화의 전문가입니다. 서울대를 나와 독일 쾰른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막스 플랑크 사회연구소 연구원, 베를린 자유대학교 선임연구원, 경사노위 수석전문위원 등을 지냈습니다. 노동정책 및 산업사회학 분야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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