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8.23 10:36최종 업데이트 25.08.2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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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독자들은 남성보다 더 큰 낙인을 감당해야 한다unsplash

최근 한국 사회에서 특정 물질과 행위에 중독된 여성들의 수치가 증가하고 있다.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검거된 여성은 8910명으로, 전년도인 4966명보다 약 79%포인트나 증가했다. 2024년에 발표된 사행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만 20세 이상 인구 중 5.5%인 약 240만 명이 도박중독 유병자로 추정되고, 여성의 유병률도 3.5%에 이른다. 여성 도박중독자 비율도 결코 가볍게 넘기기 힘든 상황이다.

누구도 중독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언젠가부터 '도파민 사회', '도파민 중독사회'라는 신조어들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전통적 사회통념에서 볼 때, 중독자는 보통 '뇌에 질환이 있는 사람' 혹은 '도덕적 결함이 있는 일탈적 사람' 정도로 여겨져 왔다. 과연 그럴까? 현대사회에서 중독의 문제는 뇌 기능의 이상이나 방탕한 생활을 하는 일부 사람들의 일탈적 욕망을 넘어선다.

'성과'와 '효율'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는 끊임없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이러한 사회 구조 속에서 누구라도 중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운 사람, 삶의 압력으로 인해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사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중독에 이르는 물질과 행위에 의존할 수 있다.

중독은 경쟁사회, 성과주의의 부산물

여성들도 중독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쟁 사회에서 성과를 내지 못해 낙오되지 않기 위해, 탈락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가 스스로를 착취하는 '자기 착취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경쟁사회에서는 여성의 관리된 몸이 필수불가결한 자원이 된다. 외모 관리에 대한 압력은 다양한 방식의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K-장녀', 'K-딸'에 덧씌워진 가족 돌봄에 대한 압력, 즉 정서적 가족주의의 굴레도 중독과 불가분의 관련을 지닌다.

이러한 사회 내 구조적, 규범적 모순들은 여성들을 도파민 자극에 과의존하게 만든다. 알코올, 도박, 마약류, 니코틴, 쇼핑, 성형, 성중독 등과 같은 전통적 중독에서부터, 사회관계망 서비스로 대표되는 각종 온라인 플랫폼, 게임, 운동, 건강 중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질과 행위들에 탐닉하는 중독의 늪으로 내몰고 있다.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받는 삶의 압력들이 버거울 때, 그것에 압도되어 휘청거릴 때, 여성들은 무거운 현실로부터 잠시 벗어나기 위해 혹은 잊어버리기 위해 자극제인 중독 물질과 행위들을 그녀들의 삶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남성보다 더 큰 낙인을 감당해야 하는 여성 중독자들

영화 <서브스턴스> 포스터찬란

여성들은 중독과 회복을 이야기할 때조차도 여전히 소외되어 있다. 왜일까? 한국 사회는 특히 마약류, 알코올, 도박 등에 중독된 여성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큰 사회다. 중독자에 대한 낙인이 워낙 크다 보니, 여성 마약사범들은 자신이 마약 사용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이러한 이유로 더욱 음지에 숨어드는 경향이 크다. 더욱이 마약에 중독된 여성들은 섹스, 마약 구매 등의 문제와 얽히면서 성적·경제적으로 속박 및 착취를 당하는 경우가 적잖다. 언론을 통해 익히 보도된 내용들이다.

중독 여성들의 경우, 중독의 경로가 남성들과는 다르게 진행되며, 중독 남성에 비해 도덕적 비난과 사회적 낙인 또한 훨씬 크다. 임신 중이거나 자녀가 있는 여성들의 경우 치료와 회복 과정에서 모성권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한국 사회에서 중독된 여성들을 위한 치료와 재활, 회복을 위한 공동체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회복과 지원을 위한 첫 출발

우리 사회에서 중독자는 '위험한 범죄자', '일탈자', '사회적 부담'을 주는 '분리해야 할 존재'로 재현되었다. 특히, 중독 여성들은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이미지를 내면화하고 검열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부정하거나 숨기기에 급급했다. 중독 여성들은 자신들에 대한 고정화된 통념과 편견이 발생하는 구조와 배경에 대해 침묵하곤 했다.

이러한 통념과 편견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동료 여성들을 위해 참여적 목소리를 내기, 중독과 회복 이슈와 관련해 당사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기, 그 공동체와 연대하기, 이러한 실천들이 중독 여성들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이들을 지역사회 내 보통의 시민으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다.

임해영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부교수본인 제공

필자 소개 : 임해영 예명대학원대학교 사회복지학전공 교수는 장애, 중독, 비혼 여성의 소외된 삶에 관심을 가지고, 당사자의 경험을 세상에 알리는 연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장애인 및 장애 여성에 대한 미시적 폭력 행위로서 강압적 통제에 대해 관심이 큽니다. 2024년 <다른 듯 다르지 않은-장애 여성이 오롯이 구성한 성과 사랑, 섹슈얼리티의 의미>, 2025년 <중독된 그녀들: 탐닉의 늪에서 탈주하기> 등의 책을 냈습니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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