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방영하는 일본 드라마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자료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에서 본 드라마 <핫스팟>은 <슈퍼맨>과는 다르면서도 통하는 울림을 전한다. 여기 등장하는 외계인 다카하시(가쿠타 아키히로)는 아버지는 외계인, 어머니는 인류인 혼혈이다. 그는 동네 아저씨 같은 인물이다. 통상적으로 외계인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는 기괴한 모습을 지닌 괴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하거나, 슈퍼맨처럼 초능력을 발휘해 지구를 지키는 영웅 서사를 따르며, 외계인은 괴물이거나 영웅으로 등장한다.
<핫스팟>은 그와는 다른 외계인을 보여준다. 드라마는 일본 후지산 아래 동네 호텔에서 일하는 싱글맘 키요미(이치가와 미카코)가 직장 동료 다카하시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50대 남성 다카하시는 전형적인 소시민의 생활과 생각을 보여준다. 그는 직장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슬쩍 미루면서 이기적인 면모도 드러내고, 사소한 일로 좋아하기도 하고 삐진다. 어떨 때는 이기적으로 보이면서도 동료와 친구가 어려움에 부닥칠 때는 주저 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다카하시의 인간적인 면모는 별로 특별하지 않은 외계인의 능력을 발휘할 때마다 고열, 가려움 등 웃음을 자아내는 인간적인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다카하시는 영웅적인 행동과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자잘한 일상사, 예컨대 체육관 천장에 박힌 배구공을 빼내고, 호텔방에서 도둑맞은 텔레비전을 냄새로 찾아내고, 호텔에 묵었던 수험생이 대입시험날 방에 두고 간 수험표를 놀라운 속도로 달려가 돌려주는 행동으로 (초)능력을 입증한다. 초능력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인 모습이다.
<핫스팟>의 매력은 외계인 다카하시를 대하는 키요미와 친구들의 태도에서 나온다. 동네 아저씨 같은 중년 외계인에게 이런저런 사소한 사건을 해결해달라 부탁하면서 이들은 다카하시를 자연스럽게 수다를 나눌 수 있는 친구로 받아들인다. 다카하시가 외계인이라는 걸 밝힌 뒤에도 별로 놀라지도 않고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 덤덤한 반응에 오히려 다카하시가 놀란다.
키요미와 친구들은 "외계인이면 외국인 비슷한 거 아냐? 요새 우리 마을에 외국인들 많아졌잖아"라고 다카하시가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여기에는 한국처럼 외국 이주민이 점점 늘고 있는 일본의 인구학적 변화도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외계인이든 외국인이든 그냥 "우리 마을"에 같이 사는 동네 사람들이라는 태도가 돋보인다. 다카하시는 키요미의 친구들과 그렇게 느슨하게 엮이며 도움을 주고받는 이웃이 된다. 우리가 많이 잃어버린 모습이다.
나는 여기서 다름에 대한 이해, 낯선 존재와의 공존을 부드럽지만 뭉클하게 표현하는 드라마의 미덕을 확인한다. 이런 친구들이 있기에 다카하시가 걱정하는 것처럼 외계인이라는 것이 밝혀져도 매스컴이 달라붙거나(그럴 수 있었던 위기를 다룬 에피소드도 나오지만), 정부 기관에 잡혀가는 험한 일을 겪지 않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다카하시가 사는 동네,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표나지 않는 다정함과 배려심이 느껴지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곳이 늘어날수록 낯선 존재를 배제하고 억압하려는 극우의 준동도 누를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차가운 이성이 아니라 서서히 스며들어 감화시키는 친절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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