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5.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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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과 조선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 7월 28일과 8월 14일에 나온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이재명 대통령의 8·15 경축사를 통해 밝힌 대북 메시지와 입장을 비교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실질적 긴장 완화와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선은 한국의 이전 정부가 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을 이재명 정부가 중단·회복한 것을 두고 "평가 받을 일"이 못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북 전단 살포와 확성기 방송 중단 및 확성기 철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대통령은 또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조선은 '그럼 한미동맹과 한국의 헌법은 뭐냐'는 식이다. 이는 한미동맹의 유사시 계획에 무력흡수통일이 포함되어 있고, 한국 헌법의 영토와 통일 조항을 겨냥한 것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비핵화는 단기에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임을 인정한다"며 "남북 그리고 미북 대화와 국제사회의 협력을 통해 평화적 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조선은 '비핵화는 끝난 얘기'라는 입장을 더욱 강하게 천명하고 있다.
이렇듯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간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크게 줄어들고 있지만, 대화 재개와 관계 회복·개선으로 갈 길은 여전히 멀고도 험하다.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전후해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입장과 비교해 봐도 그렇다. 당시 김 위원장은 한국의 첨단 무기도입 및 한미연합훈련을 "남북관계의 근본 문제"라고 일컬으면서 이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화와 협력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조선이 제기하는 문제는 이들보다 수위가 훨씬 높다. "대조선 적대성"이 강화되고 있다는 한미동맹, 조선의 국가성을 부정하고 흡수통일 추구로 해석될 수 있는 한국 헌법, 비핵화 고수 등을 문제 삼으면서 "한국과 상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선 미국을 향해 내놓고 있는 입장과 중요한 차이도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는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대화 재개의 조건을 언급하고 있는 반면에, 이재명 정부를 향해서는 대화 재개나 관계 개선의 조건조차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조선으로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인가의 의향은 탐색하면서도 이재명 정부가 상기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셈이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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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대화는 필요하다. 미국의 확장억제와 조선의 핵무력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전쟁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가장 중대한 대화 의제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대한민국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한 만큼, 대화를 통해 한국에 상응조치를 요구하면서 한국과 조선이 '강압에 의한 통일'을 동시에 내려놓는 역사적인 합의도 도모할 수 있다. 평화통일 추진 여부는 미래 세대의 선택에 맡겨두더라도 '평화공존형 두 국가'를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지정학적인 단층선에 있는 한반도가 또다시 지정학적 대결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조선의 전략적 소통이 긴요하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 서로 대화와 방문조차 못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하는 것도 조선 지도자의 중요한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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