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5일 당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행정안전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인사혁신처, 경찰청, 소방청에 대한 종합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유성호
김광동의 취임은 진실화해위가 현대사를 이상하게 해석하며 파행으로 달려가는 시발탄이 됐다. 진실화해위가 엉뚱한 기구가 되고 있다는 점은 그가 2023년 10월 10일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학살 피해자 유족들에게 했던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그날 김광동은 이승만 반대파로 몰려 감시 대상이 됐다가 학살당한 보도연맹 희생자의 유족들을 만났다. 김만덕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 영천유족회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김광동은 '재판도 할 수 없고 법으로 다스릴 수도 없는 전시 상황에서는 방화와 살인을 한 적색분자와 빨갱이를 군인과 경찰이 죽일 수도 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한국전쟁 중의 대표적인 민간인 학살 사건 중 하나인 노근리 사건도 불법·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5월 28일 진실화해위 전체회의에서 노근리 학살을 "전쟁 중 부수적 피해"로 평가절하했다. 점령군사령관의 입에서도 나오기 힘든 발언이 진실화해위원장의 입에서 서슴없이 나온 것이다.
진실화해위를 망가트리는 일은 김광동의 하급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인 황인수 진실화해위 조사1국장이 대표적인 예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23년 10월 5일의 직원 교육에서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과 적대세력 사건의 비율을 억지로라도 맞추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의해서도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으므로 이 역시 당연히 규명 대상이다. 하지만 남한 군경에 의한 학살과 북한군에 의한 학살에 대해 똑같은 에너지를 투입하면, 신속하고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진실화해위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조사1국에 배정된 1만 7135건 가운데, 남한 군경에 의한 학살은 1만 195건이고 미군에 의한 학살은 219건이다. 현재의 제2기 진실화해위는 미군에 의한 학살을 '역사적 중요 사건'이라는 모호한 명칭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북한군 등에 의한 것은 4096건이다. 항일독립 및 해외동포 관련은 131건, 기타는 2494건이다.
북한군에 의한 학살도 적지 않지만, 남한 군경에 의한 것이 압도적으로 많다. 당연히, 후자 쪽에 더 많은 조사 인력을 투입해야 진실규명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도 양쪽의 균형을 맞추라는 요구가 나온 것은 윤석열 정권하 진실화해위의 정치적 관점이 편향됐음을 보여준다. 국민의 관점이 아닌 국가권력의 관점에서 민간인 학살을 바라보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 땅의 역사를 왜곡한 윤석열 정권
▲지난 2024년 12월 17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국가폭력피해범국민연대 주최로 ‘박선영 진실화해위 위원장 퇴진 촉구'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사정리법 제2조는 진실화해위가 진실규명을 해야 할 대상으로 항일독립운동가들의 피해, 주권을 지키고 국력을 신장시키고자 했던 해외동포들의 피해, 한국전쟁 전후의 민간인 피해,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인권침해, 적대세력에 의한 인권침해 등을 열거했다.
이런 피해를 당하는 쪽은 민중들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의 입장에서 과거사를 규명해야 한다. 이 땅 민중을 괴롭힌 국가권력이 있다면, 그것이 어느 국가권력이든 진실화해위는 그 권력의 반대편에 서야 한다는 것이 제2조에서 확인된다. 이 같은 역사 인식이 진실화해위의 분기별 보고서에 반영돼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국가 공권력의 입장에 서서 반공과 색깔론의 시각으로 과거사를 바라봤다. '경고를 듣지 않았으므로, 전시 상황이므로, 불순한 사상을 가졌으므로 학살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말이 나오고, '국군에 의한 학살과 적대세력에 의한 학살의 숫자를 맞추라'는 식의 말이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진실화해위가 설립 취지를 도외시하고 엉뚱한 기구로 변질됐음을 보여주는 발언들이 아닐까.
중국과 일본이 한국 왕조들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대한민국 국가권력이 이 땅 민중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잘못이다. 윤석열 정권의 진실화해위원회는 민중의 관점에서 민간인 피해 역사를 조사해야 할 책무를 방기했다. 국민의 시각으로 과거사를 봐야 할 기구가 공권력의 검은 색안경을 끼고 과거사를 재단하고 훼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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