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법재판소(ICJ) 앞에서 기후 정의를 외치는 시민들
Tengbeh Kamara/Greenpeace
현대판 아틀란티스는 뒤늦은 발견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현실이다. 더 나아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국가에 사는 우리도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렵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가장 권위 있는 기후 과학 기구로 2019년과 2100년 사이 지구 해수면이 1m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해수면이 1m 상승한 미래가 정말로 우리에게 다가온다면, 많은 사람들의 집과 항구 등 수많은 것들이 물에 잠기게 될 예정이다.
다행인 점은, 얼마 전에 이들의 노력이 빛을 보았다는 사실이다. 2025년 7월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 사법재판소(ICJ)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역사적인 권고적 의견을 공식 발표했다.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한 합의는 충분히 안전한 기준이 아니며,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명시적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국제법상 국가의 위법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과 기업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역시 해당 국가의 책임이 될 수 있음을 짚은 것은 의미가 크다. 기후위기 책임을 법의 언어로 보다 명확히 짚은 것은 의미가 크다. ICJ의 권고적 의견은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을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ICJ의 권고적 의견이 국제기구와 각국 법원에서 국제법 해석의 가이드로 인용되어 왔음을 고려할 때 향후 수많은 기후위기 관련 협의의 진전을 고려해 볼 수 있을 내용이다.
2023년 ICJ에 기후 관련 권고적 의견을 요청한 주체는 유엔 총회이지만 이는 바누아투 등 소규모 도서국들이 주도하고 다수국이 동참해 얻어낸 결과이다. 더 이상 기후위기를 외면할 수 없게 된 지금, 우리는 다시 물에 잠기고 있거나 잠길 위기에 놓인 국가들의 오랜 노력에 빚을 지게 되었다. 지금의 시스템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침몰시킬 위험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이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한 나라의 비극이 아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이정표로 삼아야 한다.
곧 우리나라도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NDC)을 수립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전 정부에서 산업 부문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하향한 전적이 있다. 우리나라가 '기후 악당국가'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탄소 배출량이 많은 나라임을 고려할 때 이는 부적절한 조치였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적은 나라들이 오히려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기후 부정의' 문제에 우리도 좀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한국 역시 기후재난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국가이다. 특히 폭염과 폭우가 예측 불가능하게 교차하는 여름철, 인명 피해와 재산 피해는 물론 기후재난으로 인한 사회 기반 시설의 파괴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위기를 나중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치부하고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과거의 방식으로는 생명과 기후, 경제 모두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 뻔하다.
아틀란티스 영화의 결말부에서 끝내 보석에 대한 탐욕을 놓지 못한 등장인물은 스스로 보석에 갇힌 채 파멸하게 된다. 욕심을 내려놓고 가라앉는 섬과 미래를 함께하는 주인공이 될지, 탐욕으로 파멸하는 엑스트라가 될지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은 누구도 가라앉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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