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탁터탐정> 포스터역학조사의 주인공은 매번 높은 전문성과 권위를 가진 '의사' '전문가'로 등장한다. 성별이 바뀌었다고 해도 젠더화된 전문성의 위계는 여전하단 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전문가의 모습이 재현하는 합리성의 독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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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노동자 ㄱ씨가 식중독을 일으키려고 나물을 식혔을 리 없다. 에어컨 사용은 부족한 인력과 조리 시간, 열악한 노동 환경 속에서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급식을 빠르게 준비하는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급식 조리실 위생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충분한 수의 급식 노동자가 함께 일했더라면, 어떻게 달랐을까?
ㄴ씨가 집에서 식재료를 손질해 아이스박스에 담아오는 수고를 굳이 감당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주일에 한두 번 정규 수업이 마무리된 후 잠깐 수업을 진행하는 ㄴ씨에게 수업 준비를 위해 허락된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교가 방과후 교사에게도 수업 준비에 필요한 공간과 인프라를 마련해줬더라면 어땠을까?
식당을 운영하려면 ㄷ씨는 음식물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해야 했다. 먹고 살기에도 빠듯해 가장 보험료가 싼 보험에 든 것이 ㄷ씨의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식중독 환자 중 한 명이 위독해지면서 배상금의 규모가 보험으로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고, ㄷ씨가 할 수 있던 유일한 선택은 가게와 집을 파는 것뿐이었다. ㄷ씨가 달리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하기 어렵다. 감염병 관리라는 이름 아래 벌어지는 일은 불운한 개인의 책임이 되어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다. 식중독 역학조사는 누군가 전가한 책임이 고스란히 '직접' 밥을 한 사람에게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염병 대응에서조차 밥하는 노동은 처벌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누군가를 응대하는 일, 누군가의 끼니를 준비하는 일, 누군가에게 필요한 물건을 파는 일,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주로 여성이 맡게 되는 필수 노동이고, 필수적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더 자주 감염경로가 되는 것뿐이다.
식중독은 우리 사회가 어떤 노동에 어떤 책임을 지우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식중독이 '밥 짓는 사람'의 잘못으로 간편하게 요약되는 동안, 식자재 유통의 구조적 문제, 학교나 식당이 감당하는 불안정한 운영환경, 인력 부족과 열악한 노동조건 등 여성이 주로 맡아온 돌봄과 먹거리 노동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은 침묵 당한다.
이 질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누가 밥을 짓고, 누가 책임을 지는가? 그리고 왜 그 책임은 매번 같은 이들에게 돌아가는가. 이 일방적인 조명핀을 넓히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참고
[1] <예방의학과 공중보건학>(제5판). 계축문화사
[2] 이 글에 포함된 집단 식중독 사례는 질병관리청과 각 지역 감염병관리지원단에서 발간한 <감염병 역학조사 연보>와 관련 기사를 참고해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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