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foyu on Unsplash
앞으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할 의료개혁에 대해서 이재명 정부의 공직자를 대신해서 '변명'을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동병상련의 심정 때문입니다.
필자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청와대에서 어공(정무직, 별정직 공무원)으로 일했습니다. 문재인케어, 치매국가책임제, 자살예방국가행동계획, 발달장애인지원종합대책, 코로나19 대응 등에 참여하면서 큰 성취감과 보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직자 생활 5년을 보낸 뒤 깨달은 점은 국민,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로부터 욕먹는 게 공직자의 숙명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엔 우리의 노력과 성과를 몰라주는 것이 섭섭하기도 했습니다. 95개를 했는데, 하지 못한 5개를 지목하며,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처럼 몰아붙일 때는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지엽말단의 사안에 꼬투리가 잡혀 정작 중요한 과제가 좌초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았습니다.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추진할 이재명 정부의 공직자들도 곧 이런 경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현직일 때는 이런 상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하기도 힘듭니다. 핑계와 책임 회피로 더 큰 욕을 부르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그런 처지에서 자유로운 전직 공직자로서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해 국민, 언론, 시민단체, 전문가의 이해를 구하는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 개혁의 우선순위와 성공의 역설
벌써부터 의료분야의 단체와 전문가들은 이재명 정부가 반드시 이뤄야 할 의료개혁 과제들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서로 상충하는 요구들도 많습니다. 어떤 단체는 아직까지도 의료개혁의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질타하는 입장을 내기도 했습니다. 최근에서야 보건복지부장관이 임명되었고, 국정기획위원회의 활동이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하면 너무 이른 요구입니다.
작년부터 이어진 의정갈등 해소가 시급한 현안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러나 출범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 정부가 역량을 쏟아야 할 우선순위 분야가 의료인지는 의문입니다. 최근의 의정갈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와 신뢰는 매우 높은 편입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매년 조사하고 있는 의료서비스경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75%의 국민이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만족하고, 제도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료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비율은 20%대 중반에 그쳤습니다. 비슷한 문항으로 조사한 미국의 결과에서는 '의료제도를 완전히,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하고, 영국도 60%가 넘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제도에 많은 개선과제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비용으로, 이런 정도의 우수한 질의 의료서비스를, 이런 정도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도 엄연한 사실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성취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겠지만,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의료제도를 발전시켜 왔고, 다수의 국민이 현 제도에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그런 만큼, 일부 의료제도의 개선과 보완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상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크지 않습니다. 일종의 '성공의 역설' 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급하고 중요한 국가적 난제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인구구조 변화, 소득과 자산 불평등, 일자리 문제, 기후변화 대응, 국제경제질서 변화, 남북관계 변화 등. 그나마 의료는 상대적으로 멀쩡한 분야에 속합니다.
특정 분야의 단체와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에 정부가 역량을 집중해서 성과를 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정부는 모든 분야를 아울러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순위와 순서를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우선순위와 순서에 따라 국가적 난제들을 풀어낼 여지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 개혁의 시작과 완료의 시차
문재인 정부는 공공병원 확충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5년 임기 동안 8개 공공병원의 신설, 6개 공공병원의 이전·신축, 11개 공공병원의 증축 등 총 25개 공공병원의 신증축을 결정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실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진보적 단체와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의료를 위해 한 것이 없다"라고 야박한 평가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25개의 신증축을 결정했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중에 완공된 병원은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가장 빨리 추진된 충남권 어린이재활병원도 문재인 정부가 끝난 후인 2023년에야 완공되었습니다. 공공병원은 기획에서 완공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중장기 사업입니다. 오늘의 이재명 대통령이 있게 한 성남시의료원도 설립운동 시작으로부터 17년, 기공식부터 따져도 7년이 걸려 완공되었습니다.
문재인케어와 같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만, 공공의료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같은 공급구조개혁의 효과는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정책을 시작한 정부, 정책을 추진한 정부, 정책 성과를 얻는 정부가 모두 다릅니다. 5년짜리 단기 정부가 선뜻 손대기를 꺼려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역대 민주정부의 노력으로 병원비 부담에서 국민을 보호하는 보편적 의료보장제도가 거의 완비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과제는 공급구조개혁입니다. 4기 민주정부인 이재명 정부, 그리고 그 뒤를 이를 5기, 6기 민주정부가 이어달리기를 해야 완결할 수 있는 중장기 과제입니다. 혁명으로 권력을 바꿀 수 있지만, 국민의 삶을 바꾸는 것은 누적된 개혁의 총화입니다. 점진적, 단계적 개혁의 의미와 성과가 과소평가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필자가 현직으로 있을 때, 의료분야 단체와 전문가들에게 "정부가 노력하는 것 뻔히 알면서 비판만 하는 것이 섭섭하다"고 하소연하면, 그들은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라고 답하곤 했습니다. 그 말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벼운 채찍질도 반복되면, 사람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중장기 과제는 미뤄지고, 단기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3. 건강보험재정 파탄론이라는 가스라이팅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8월, 2022년까지 30조 6천억 원을 투입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되었습니다. 국민과 언론은 이 정책을 문재인케어로 명명했습니다. 발표 직후부터 이 정책으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거덜 날 것이라는 추계결과와 언론보도가 쏟아졌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문재인케어로 인해 2022년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12조 원 3천억 원 적자를 기록하고, 2017년 20조 8천억 원이었던 누적적립금은 2022년 7조 7천억 원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한국보건행정학회지에는 2022년 당기수지가 12조 3천억 원 적자, 누적적립금은 11조 4천억 원 적자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계결과가 논문으로 게재되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임기를 마치던 2022년의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조 6천억 원 흑자, 누적적립금은 23조 9천억 원 흑자였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인 2022년 10월,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당기수지가 2023년 1조 4천억 원 적자, 2024년 2조 6천억 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재정이 파탄 났다며, 문재인케어 폐기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023년 4조 1천억 원 흑자, 2024년 1조 7천억 원 흑자를 기록했고, 2024년 누적적립금은 29조 7천억 원에 이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2023년, 2024년 두 해 연속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을 동결하면서, 그 이유로 "(현재의 건강보험재정이) 제도 도입 이래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0년 이후에 건강보험재정 전망을 추계한 연구는 10개 가까이 됩니다. 국책연구기관, 보건복지부·기획재정부, 건강보험공단, 전문가 등 모두 공신력 있는 기관과 개인의 연구들입니다. 구체적인 수치의 차이는 있지만, 이 연구들의 결론은 한결 같이 "건강보험재정 파탄"입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만 건강보험은 적게는 5조 원에서 많게는 55조 원의 적자를 보고, 누적적립금도 진즉에 탕진한 것으로 나옵니다. 2024년 누적적립금이 51조 2천억 원 적자 상태가 된다고 전망한 연구도 있습니다.
반복적인 엉터리 재정 추계와 이를 무비판적으로 확대 재생산한 언론보도 탓에 일반 국민뿐 아니라 전문가,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 당국자들까지 건강보험재정 파탄론에 가스라이팅 당해 있습니다. 물론, 급속한 고령화와 경제성장 둔화는 건강보험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인이고, 이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당장 건강보험재정이 파탄날 것처럼 호들갑 떨고 공포스러워할 상황은 아닙니다. 잘못된 현실 인식은 미래 지향적인 정책 논의와 추진을 가로막습니다.
이재명 정부도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덜기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정책이 발표되면, 예외 없이 건강보험재정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연구결과와 전문가 발언, 그리고 언론보도가 이어질 것입니다. 이런 가스라이팅에 더 이상 현혹되지 말고, 이재명 정부가 국민의 병원비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었으면 합니다.
4. 이제는 이념의 틀에서 놓아주어야 할 의료산업 육성정책
2018년 7월,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현장에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및 산업육성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혁신·첨단의료기술의 조기 시장 진입을 지원하고, 안전한 의료기기에 대해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 톡톡한 역할을 했던 체외진단기기의 규제 완화도 포함되었습니다. 2019년에 시작된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실증 특례 1호 사업으로는 '손목시계형 심전도 장치'를 선정했고,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의료법 개정도 검토했었습니다.
이런 일련의 정책은 엄청난 반발에 직면했습니다. 진보적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들을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반발 탓에 당시 집권여당조차도 관련 법 개정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K-방역 성공의 이면에는 K-의료산업이 있었습니다.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었고, 2022년 12월까지 3600만 건 이상의 비대면 진료가 이루어졌습니다. 원격의료에 대해 그간 제기되었던 우려는 기우였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의료산업 육성은 정쟁의 대상이었습니다. 대표적 사례가 원격의료입니다.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이들은 이것이 우리나라 의료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깨비방망이인양 주장했고, 반대하는 이들은 이것을 허용하면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렇게 초기부터 과도하게 정치화되면서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진 탓에 지금껏 우리나라에서 원격의료는 발목이 꽁꽁 묶여 있습니다. 원격의료의 활용은 고령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의료분야의 규제 완화, 제약·바이오산업과 디지털헬스케어 육성 등을 발표했고, 국정과제로 본격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가 의료산업 육성정책을 추진한다고 해서, 이것이 국민건강권 강화를 소홀히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 생명을 지키는 공공적 가치와 국부를 창출하는 산업적 가치가 양자택일을 해야 할 사안도 아닙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여 의료의 혁신을 이루는 것은 이념과 상관없는 일입니다. 이제는 의료산업 육성정책을 이념의 틀에서 놓아주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산업 육성을 통한 국부 창출은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2007년 미국 연방정부는 당시 15%대였던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이 2010년대 중후반에 20%를 돌파, 2020년대에는 20% 중반대에 육박할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의료비 때문에 미국이 망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했습니다. 그러나 2023년 기준으로 미국의 '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은 16%대에 머물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는 근 20여 년 동안 15~16%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의료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그만큼 경제도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은 분자에 해당하는 의료비 지출만이 아니라, 분모에 해당하는 국가경제 규모에 의해 좌우됩니다. 성장 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유력한 분야 중의 하나가 의료산업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5. 국민과 당사자가 동참해 주어야 가능한 의료개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주민 위원장과 이수진 간사 등 소속 위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대한전공의협의회 소속 한성존 비상대책위원장과 위원들을 만나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문재인케어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대폭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미흡한 점들이 있습니다. 중증·필수의료에 대한 보장성을 더 높이고, 병원 간병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국민의 요구가 높습니다. 그러나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반대가 큽니다. 상충하는 두 가지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어려운 숙제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외래진료량은 OECD 평균의 2.8배입니다. 우리나라처럼 감기나 배탈 같은 경증질환으로 외래진료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OECD 국가들은 별로 없습니다. 이런 질병은 약국에서 약을 사 먹고 스스로 치료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입원진료량은 OECD 평균의 2.4배입니다. OECD 국가들에서는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들만 입원할 수 있고, 이 환자들에 대해 의학적 서비스 뿐 아니라 간병까지 모두 제공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입원환자의 적지 않은 수는 OECD 국가였다면 입원이 불가능한 환자들입니다. 우리나라 입원환자 전체에 대해서 간병을 제공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추가적인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중증·필수의료 보장 강화와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민의 의료서비스 이용을 합리화해야 합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유로운 의료이용은 이미 수십 년에 걸쳐 우리나라 국민에게 하나의 문화로 굳어져 있습니다. 이를 제한하는 것은 국민 불편을 넘어 큰 저항을 야기할 것입니다. 그간의 정부 정책은 국민 혜택을 확대시키는 방향이었는데, 이에 역행하는 방향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정부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됩니다. 결국, 국민이 공감하고 동참하는 만큼, 정부가 의료개혁을 할 수 있습니다.
당사자의 공감과 동참도 중요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환자 간병 부담 해소를 위해 기존에 이미 시행 중이던 간호사 중심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초기 기획단계에서는 간호사 중심의 체계로는 인력수급과 비용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간병인력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경우에는 노동조합과 간호단체의 강한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문재인케어 자체에 대한 의사단체의 강한 반발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다른 직역과 단체까지 반대편에 서게 되면, 문재인케어 추진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판단해, 기존 사업의 확대를 선택했던 것입니다. 결국, 2022년 기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적용 병상은 전체 병상의 30% 수준에 그쳤는데, 간호인력 수급 어려움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의료개혁 추진 과정에서 보건의료 직역의 업무 권한과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심각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업역을 지키려는 것은 어느 직종이든 당연한 반응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이 의료개혁을 저해하거나 역행하는 것이라면, 자신의 업역과 국민건강권의 균형을 맞출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는 노력도 필요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이미 고도화되었고, 수십 년에 걸쳐 고착되었습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성격의 의료개혁 과제는 별로 없습니다. 대부분의 의료개혁 과제는 기존 이해관계의 변경을 수반하고, 성과를 내기까지 긴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물론, 정부가 더 열심히 일하고 소통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 의료개혁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국민이 지지하고 동참하는 만큼, 직접적 이해당사자가 이해하고 양해하는 만큼, 이재명 정부의 의료개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진석 서울대 교수
포럼 사의재
* 필자 소개 : 이진석은 현재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의료제도와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 등으로 활동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정부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국정상황실장으로 일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