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법원
연합뉴스
만약 기사에 담긴 내용처럼 실제 국정기획위에서 사관생도들의 로스쿨 위탁교육 확대와 관련한 논의가 오가고 있다면, 이는 상당히 우려할 만한 일이다.
2005년까지는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볼 수 있었다. 사법시험과 과목이 같았고, 매년 40여 명을 뽑았다. 군법무관 시험에 합격하면 사법시험 합격자와 마찬가지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군에서 군법무관으로 복무했다. 10년의 의무복무 기간을 채우면 전역 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 자격도 취득할 수 있었다.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많지 않았던 시절엔 합격자 중 군법무관을 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사시 합격자 수를 계속 증원함에 따라 군법무관을 별도로 임용하는 시험을 둘 필요가 줄어들어 폐지했다. 군법무관 임용시험 폐지 이후에는 사법시험 합격자를, 사법시험 폐지 후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군법무관으로 선발하고 있다.
군법무관 임용시험 출신으로 이름이 알려진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이명현 채상병 특별검사나 최강욱 전 의원, 박정훈 대령 변호인단의 김정민 변호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대체로 군 복무 시절 '말 잘 안 듣는 군법무관'으로 통했다. 상관들의 사건 축소·은폐·무마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장성급 지휘관들은 심판관 제도(모든 재판이 합의부로 운영되는 군사법원에서 재판장으로 군법무관이 아닌 일반 군인을 임명할 수 있는 제도), 관할관 확인조치권(지휘관이 판결 내용을 검토하여 형을 감경해줄 수 있는 제도)을 활용하여 군사법절차에 개입할 수 있었다. 지휘관의 입김이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에 앞섰고, 여러 사건들이 은폐, 축소, 무마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밖에서 군법무관 임용시험을 보고 들어온 꼬장꼬장한 군법무관들이 있었기에 최소한의 긴장관계는 형성될 수 있었다.
그러다 2008년, 군법무관들이 국방부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상에 숟가락하나> 등의 23권의 서적을 반자본주의, 반국가 도서라며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일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이 터졌다. 이때 국방부는 군법무관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2명의 군법무관을 파면하고, 4명에게 감봉, 근신, 징계유예 등의 처분을 내렸다. 군법무관은 파면되면 변호사 개업이 제한된다. 사실상 법조인으로서 개인의 커리어에 빗장을 걸어버리는 이례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징계 처분은 2018년 대법원에서 위법하다고 판결해 취소됐다.
국방부의 군법무관 징계 이후 군법무관들의 복무 분위기는 급격히 바뀐다. 군법무관 임용시험이 사라지면서, 지휘관에게 찍히더라도 10년 의무복무 기간을 채워서 전역하고 변호사 개업을 하면 되는 '방파제'를 가진 군법무관들도 사라졌다. 로스쿨 졸업 후 입대하는 단기 군법무관들 입장에서는 굳이 불이익을 감수하며 지휘관에 맞설 이유가 없었다. 이처럼 윗사람 말에 거역하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인식은 군법무관들을 법조인이 아닌 지휘관의 법률 비서로 전락시켰다.
왜 사관생도를 법조인으로 키울 궁리를 하는가
법대, 로스쿨 위탁교육은 이러한 군의 '군법무관 길들이기'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다. 육사 출신의 엘리트 군인을 선별하여 국비로 법대나 로스쿨에 위탁교육을 보낸 뒤, 군이 필요로 하는 형태의 법조인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이 지난 2024년 7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남소연
채 상병 사망 사건 당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하여 최근 압수수색을 받은 윤석열의 사법연수원 동기 고석 변호사(전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장), 박정훈 대령을 항명죄로 기소하고 경북경찰청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 탈취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동혁 현 국방부검찰단장(직무배제). 이들은 대표적으로 육사 출신으로 위탁교육을 거쳐 법무관이 된 사람들이다. 철저히 군의 입장에서 법을 '이용'해 군과 지휘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법률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역할에 앞장선 것이다. 군은 이렇게 아랫사람들은 목줄을 죄고, 윗사람은 '내 사람'을 키워 앉히는 방식으로 법무 조직을 틀어쥐었다.
사관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다녀와서 법률가가 된 이들은 '군인 신분의 법조인'이 아니라 '법을 아는 군인'일 뿐이다. 군 조직에서만 경력을 쌓아 폐쇄적인 사고를 가진 법무관의 존재를 없애려면 군인을 위탁교육 보낼 것이 아니라, 태생부터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군 사법시스템의 근원적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군 사법개혁의 원칙은 군의 평시 사법,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단계적으로 가더라도 위탁교육은 확대, 강화가 아니라 당장 폐지해야 할 문제적 제도다. 밖에서 양질의 군법무관을 수혈할 계획을 해야지, 사관생도를 왜 법조인으로 키울 궁리를 한단 말인가? <국민일보> 단독 기사에서 위탁교육의 명분으로 제시된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수사 외압 사건이야말로 육사 출신 군법무관들이 만들어 낸 폐단의 결정체다. 만약 국정기획위에서 사관학교 로스쿨 위탁교육 제도를 검토한다면, 그건 마땅히 '폐지 검토'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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