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두 고인의 위패가 한 번에 제단에 올라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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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처음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빈소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자주 놀라곤 합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사별자에겐 꼭 합동 장례임을 알리고 있지만, 사전에 알고 있는 것과 직접 마주하는 것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많은 사별자가 자신이 알던 고인의 위패 옆에 낯선 고인의 위패가 놓여 있으면 섣불리 빈소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장례에 미처 오지 못한 다른 이에게 보여주려고 사진을 찍을 땐 조심스럽게 다른 고인의 위패를 잠시 내려달라 부탁하기도 하고요. 합동으로 장례가 치러지는 내내 사별자들은 자신의 애도 대상인 고인의 고유성과 개별성을 지키기 위해 분투합니다. 헌화하는 순서가 되었을 때 제단에 공간이 많은데도 자기 고인의 위패 앞에 국화꽃을 올려두는 것도 그 분투의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고인 한 분의 사별자만 온 것이 아니라 모든 고인의 사별자가 왔다면 이 분투는 더욱 힘들어집니다. 일단 빈소가 좁아집니다. 모든 사람이 빈소에 들어오지 못하고 몇은 바깥에 있어야 합니다. 이때 사별자들은 자신들 사이에서 중요한 사람의 순위를 매깁니다. 빈소에 들어갈 자격이 조금 덜한 사람은 바깥에 남기를 자처하지요.
사진을 찍기 위해 다른 고인의 위패를 잠시 내려달라 부탁하기도 난처해집니다. 어느 한쪽에 비해 다른 한쪽의 사별자가 많다면, 수가 적은 사별자는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고인이 다른 고인에 비해 더 외롭고 쓸쓸해 보일 수도 있지요.
대다수의 사별자는 서울시의 '무연고 사망자'가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합동 장례를 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면 '그럴 수 있지'라며 납득합니다. 이렇게라도 장례를 해주는 게 어디냐고 덧붙이면서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이 없지는 않을 테지요. 법적인 가족이 아니어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단절된 지 오래되어서 등 다양하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고인을 '무연고 사망자'로 떠나보내게 되는 사별자에게 합동 장례라는 형식은 아쉽지만 불만을 제기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대안과 의미 찾기 필요
2025년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수는 약 1600명으로 예상됩니다. 매년 200명가량 증가하고 있으니 2027년쯤에는 2000명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두 분이 아닌 세 분의 합동 장례가 일상이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른 뒤에는요? 네 분, 다섯 분의 합동 장례가 치러지는 미래가 곧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합동 장례를 소화하기에 지금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빈소는 적절할까요? 그리고 합동 장례라는 방식은 '무연고 사망자'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는 데 적절한 방식일까요? 의견은 갈릴 테지만 합동 장례라는 방식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의 합동 장례는 '어쩔 수 없는 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수가 너무 많아서 전부 소화하려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식이지요. 어쩔 수 없으니까 이렇게밖에 못한다는 궁색한 변명 말고, 보다 적극적인 대안과 의미 찾기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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