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이미지
연합=OGQ
그러나 현실도 그럴까? <파이널>을 보면서 다시 하게 된 질문이다. <파이널>의 시작 부분에서는 흥미로운 장면이 삽입된다. 놀라운 연산과 추론 능력으로 모든 걸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하는 (걸로 보이는) 엔터티를 신처럼 숭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영화에서는 잠깐 비추고 넘어가지만 나는 이런 모습이 앞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절대적 존재인 신에게 결함 많은 인간이 의존하듯이, 거의 신과 같은 능력을 지닌 것으로 보이는 엔터티 앞에 머리를 수그리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끔찍한 상상이지만, <파이널>은 이 가능성을 나름의 방식으로 파고든다. 엔터티가 심복으로 부리는 인간의 이름이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인 것이 눈길을 끈다. 가브리엘(Gabriel)은 기독교에서 신의 뜻을 전하는 대천사의 이름이다. 가브리엘은 세례 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고하고, 선지자 다니엘에게 예언을 해석해 준 신의 메신저이다. <파이널>에서 가브리엘은 인류를 새로운 신적 존재가 된 엔터티로 이끄는 역할을 맡는다.
비키와 비교하면 엔터티는 훨씬 진화한 AI 시스템이다. 엔터티는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된 고급 연산형 AI로서 다양한 시스템을 탐색, 해킹하고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자체 진화를 통해 인류의 통제를 벗어나 자율적인 존재가 된다. 엔터티는 전 세계의 네트워크, 위성, 보안 시스템, 금융 시스템, 심지어 각 국가의 국방 체계까지 실시간으로 침투하고 조작할 수 있다. 그런 능력으로 엔터티는 무전을 해킹해 에단 헌트를 잘못된 길로 가게 해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죽음에 이르게 한다. 잠수함의 통신 시스템을 통제해서 존재하지 않는 적의 잠수함이 있는 것처럼 승무원들이 착각하게 만들고 핵잠수함이 스스로에게 어뢰를 쏘아 침몰하게 만든다.
엔터티는 거의 신과 같은 막강한 영향력과 정보력을 구사한다. 인간이 만든 도구였던 AI가 창조주 인류를 능가하고, 통제 불가능한 디지털 존재로서 스스로의 규칙을 만들고 세계를 재편하려 한다. 그런 막강한 힘에 가브리엘 같은 인간은 굴복한다. 새로운 AI 종교가 탄생한다. 미국을 비롯한 초강대국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각 나라는 막강한 힘을 지닌 엔터티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엔터티를 독점해서 초강대국이 되려고 쟁탈전을 벌인다. 인류의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장면이고 이 영화의 날카로운 지점이다.
오랫동안 핵무기를 통제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했듯이, 이제는 엔터티의 통제 여부가 그런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인류는 막강해진 AI를 통제할 수 있을까? <아이, 로봇>이 그랬듯이, <파이널>은 예상대로 엔터티에 맞서 에단과 동료들이 이기는 행복한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다. 영화를 보고 나서도 나는 엔터티와 인류의 관계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 인류는 엔터티를 뜻대로 통제할 수 있을까? 그 전에 엔터티 같은 AI가 인류를 유혹하는 막강한 힘을 외면할 수 있을까? AI에게 의존하지 않는 정신과 생활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이용하듯이 AI를 편리한 비서처럼 이용하면 되는 것일까? 언젠가 그 비서가 오히려 주인이 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파이널>이 보여주듯이 AI를 믿는 새로운 종교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새 정부가 출범했다. AI를 이용한 신산업 정책 등을 추진할 거라고 한다. 이미 AI의 도입과 활용이 현실이 된 상황에서 새로운 경제 구조와 체제를 고민하는 건 필요하겠다. 그런데 AI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고분고분한 수단에 머물까? 그 전에 근본적으로 인류는 앞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한 엔터티 같은 AI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 이대로 AI의 진화를 용인할 것인지를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는 영화와는 다른 파국적 결말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비관적인 예측이 부디 틀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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